오늘 작은 교통사고가 있었다.
예닐곱 시간 지났는데 몸 무거움이 꼭 오늘 날씨 같다. 등은 여기 저기 돌아다니며 아파오고
부딪친 곳은 멍든 것 같고 손목 무릎 발목 관절이란 곳에선 기분 나쁜 통증이 올라온다. 그것도 왼쪽에서만.
몸이 힘들어지는 만큼 기분도 나빠지고 있다. 집중력도 떨어지고 이런 날은 푹 쉬는 게 최곤데,
맛있는 것 먹고 푹 자야 하는데……. 퇴근시간은 아직 이고, 게다가 저녁 약속까지 있다.
갑자기 ‘씨 뿌려야 하는데 악어는 내 다리 하나 물어가고 장모는 날 찾는다.’던가? 하는,
아주 옛날 읽었던 아프리카 민요가 생각난다.(민요가 아니라 시였나?????)
통증도 잊을 겸 기분전환 삼아 음식사진 들여다본다.
야식
깻잎 부침개, 이거 한 장씩 부쳐 먹다 보면 끝도 없이 들어간다.
국물 없는 떡볶이, 가래떡 잘라 넣고 냉장고 뒤져 자투리로 남은 파, 목이버섯, 어묵, 깻잎, 방울토마토까지 넣고
후라이팬에 달달달 볶은 야식 떡볶이.
맥주와 김치부침개, K가 느닷없이 “먹을 것 없어?” 물었을 때
“김치부침개에 맥주 한잔 어때?”라고 눈을 반짝거렸던 날 야식.
치즈계란말이, 이것도 역시 뭔가 따라붙는 게 있어야 하는 야식이다.
호박전과 고구마, 말린 호박 물에 불렸다가 밀가루와 계란 물 입혀서……. 막걸리가 아쉬웠던 야식이다.
매생이 수제비, 저녁 먹고 남은 매생이국에 숟가락으로 수제비 뚝뚝 떼어 넣고 총각김치와 함.
이런 건 모두 잠든 밤 혼자 조용조용 만들어 먹어야 제 맛이다.
김밥, 야식은 아니고 작년 텃밭에 뿌려두었던 시금치 솎아다가 휴일 아침 겸 점심으로 먹은.
그러나 일주일치 밥이 충분히 되고도 남는 밥 한 솥을 몽땅 해치웠다는 진짜 문제적 음식 김밥!!!!
하지만 오늘 저녁은 이런 게 먹고 싶다.
세발나물무침, 더덕구이, 끓는 물에 살짝 데친 두릅에 팥을 넣은 현미밥
어릴 적 “엄마 냉면 먹고 싶어”하면 어머닌 “제가 아플라나 보내”하며 얼른 해주곤 하셨다.
잔병치레가 많았는데 아프면 병든 강아지 마냥 잠만 자고 일체 먹는 걸 귀찮아했다고 한다.
그런 내가 이따금 먹고 싶어 했던 음식이 냉면이란다.
희한하게 실제 내 기억에도 ‘냉면 먹고 싶다’ 하고 나면 감기든 몸살이든 좀 아팠다.
그런데 오늘 먹고 싶은 건 냉면이 아니니 곧 괜찮아지리라 믿어본다. 두릅 사다가 두릅전에 막걸리나 한잔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