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직접 얼굴을 드러내고 인사를 드리는 건 아니지만, 살짝 떨리네요.
종종 들어가는 다른 커뮤니티에서 요리에 관한 글을 보다가 이런 곳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눈팅만 하다가 이렇게 가입도 하고 첫인사 남깁니다.
혼자 자취할 때도 음식은 죄다 사서 먹기만 했고,
부모님과 살 때도 앉아서 받아만 먹었던 불효자였어요.
그래서 가끔은 생각 없이 반찬 투정도 했었고요.
명절 같이 온종일 음식 만드시느라 정신없으신 어머님께 이것도 먹고 싶다 저것도 먹고 싶다 손만 더 가게 하기까지 했던,
김장하는 날이면 온종일 음식 만드시느라 힘드셨던 어머님보다는 보쌈에 더 관심을 두던 그런 녀석이었어요;;;
어머님께서 치과 치료를 장기간 받으실 일이 있으셔서 어쩔 수 없이 요리하는 것에 관심을 조금씩 두게 되었고,
(쉽게 생각했던 죽도 참 손이 많이 가더라고요. 몇 개월 죽을 만들다 보니 이제 죽은 좀 자신이 있어요;;;)
어느 날 문득 매일 보던 어머님께서 아... 참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나이가 많이 드셨구나를 느껴서일까요,
(물론 해보니까 어렵고 손이 많이 가서 귀찮은 부분도 있지만 그래도 요리하는 게 재미도 있고 즐거운 것도 느끼고 있어서 관심이 생긴 거겠죠. 물론 하면 할수록 어렵지만요.)
언젠가부터는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을 하신다고 하시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주방보조역할도 하고,
요즘은 명절마다 일정 부분 제사음식도 만들고요.
물론 당연한 거겠지만 가끔은 국부터 반찬까지 제가 만들기도 한답니다.
물론 매일 이런 것들을 하시는 분들과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요. ㅎㅎㅎ
사실 이곳 82쿡에 가입한 진짜 이유는 좋아하는 그녀에게 가끔은 맛있는 음식을 해주고 싶어서 이것저것 배우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참 불순한 가입의도인가요? ^^;;;)
얼마 전 화이트데이 때 그녀가 좋아하는 잡채 도시락을 만들어봤는데 막상 해보니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인터넷으로 레시피를 보고 뚝딱 만들 줄 알았는데 이게 웬걸 재료준비부터 조리과정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문제점(?)들 때문에 당황을...
음식뿐만 아니라 모든 것들이 그렇듯 아는 만큼 관심을 두는 만큼 보인다죠.
앞으로는 편하고 당연한 거라 여기고 먹기만 했던 사람에서 이젠 그 수고스러움을 아는 남자가 되고 싶네요.
만나서 반갑고 키친에서 좋은 기억을 좋은 분들과 나누길 바랍니다.
가끔 야식으로 만들어 먹는 파스타에요.
과정 샷은 찍지를 못해서 이렇게 결과물만 살짝 올려봅니다.
생크림이랑 마늘이랑 소고기, 그리고 양송이를 넣고 만들었어요.
꽃게라면 사족을 못 쓰는지라 가끔 입맛이 없어 할 때 집에서 해주시거든요.
양념장은 물론 어머님께서 직접 만드시고 전 꽃게를 씻고 가위로 손질하고 이렇게 분담을 해요.
처음 할 땐 집게발에 물릴까 봐 장갑을 두 겹이나 끼고 했어요. ㄷㄷㄷ
요건 이번 화이트데이 때 만들었던 도시락이에요.
중간중간 과정 샷이 생략된 건 사진이 너무나도 이상하게 나와서...
잡채와 고추잡채, 그리고 유부초밥과 샌드위치를 만들었어요.
잡채는 생각보다 훨씬 아주 많이 손도 많이 가고 어렵더라고요.
사진이 작아서 잘 안 보이시겠지만 당근을 넣는 걸 깜박해서 뭔가 허접스러워 보이기도 했고요.
고추잡채는 제가 만들었지만, 생각보다 맛이 있어서 놀랐어요.
잡채용 돼지고기를 밀가루 묻혀서 고추기름에 볶고 피망을 속을 파내고 썰어서 넣었는데 생각보다 손도 덜 가고 괜찮았어요.
유부초밥은 사실 아주 쉽게 여겼지만, 유부를 얼마나 짜야 하며 밥을 얼마나 안에 넣어야 하는지 참 난감했어요.
마지막으로 샌드위치는 오이와 햄, 그리고 양파, 올리고당, 참치 이렇게 넣어서 만들었어요.
근데 이 샌드위치는 재료를 써는 게 참 쉽지가 않았어요.
가끔 영화에서 칼질 잘하는 남자가 나오면 요즘 그렇게 부럽네요.
전 언제 그런 칼질을 익힐 수 있을런지.
사실 첫인사 글을 남길까 사진을 올릴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다른 글들을 보니까 음식 사진들이 제것과 너무 비교가 되어서 주눅이...
그래도 도시락을 먹은 그녀가 너무 맛있었다고 그랬거든요.
사진은 저래도 맛은 있었대요.
아... 이렇게 글 올려놓고 부끄러워서 다시 못 들어올 거 같네요.
그럼 얼른 도망가야겠어요.
다들 평안한 밤 되시길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