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차저차,이래저래해서 저는 오늘부터 명절휴가랍니다.
좋냐구요? 좋습니다.엄청!! 하지만...?
왜 저는 명절 내내 "러시아 한파" 라는 말까지 나오는 강추위라는데 몰랐을까요?
난방을 하지 않아도 그닥 춥지 않턴 방이 어제,오늘 너무 춥더라구요.
그래서 인터넷 기사를 찾아 읽던 중 명절내내 춥다는 기사를 오늘에서야 보게 됐네요.OTL...
시골에 가기 전까지는 저도 장을 봐서 몇 가지 해서 맛 볼려고 생각해 집에 아무것도 먹을 게 없는데
날씨까지 이렇게 추우니 장 보러 어찌 가겠어요. orn..
집을 아무리 뒤져도 먹을 거 아무것도 없어요.
그동안 쓸데없는(?) 먹거리 너무 많아서 부지런히 먹어치워서 먹을 거 쌀,김치밖에 없거든요.
그래도 다행스러운 게 어제 선물받은 " 김" 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김마저 없었음 저는 김치랑 밥만 주구장창 먹고 낼까지 버텼어야 했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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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남은 건 시간이요,넉넉한 건 김뿐이라서 김을 재워봤어요.
평상 시엔 절대로 시도조차 해 볼 수 없는 것 중에 하나잖아요.저는 그래요.
들기름,참기름 바르고,소금뿌려 팬에 파랗게 구워서 먹는 김구이
엄마도 안 해서 드시는 걸 제가 해서 드린다 생각하니 나름 기분 괜찮터라구요.
왼쪽에 보약봉지처럼 낱개로 포장까지 해 놨어요.
"엄마,이거 보약이요..." 이런 소리 하며 내 놓을려고요..
어릴 적엔 김에 기름을 바르고 소금을 뿌려 석쇠에 앞,뒤로 파랗게 구운 김이
겨울엔 최고의 반찬이었죠.그러다 봄이 와 달래가 나오면 김을 구워 달래장에 싸서 먹곤 했었는데..
두 가지 다 맛있는데 저는 들기름 발라 구운 김을 더 좋아합니다.
그래서 더 좋아하는 김구이를 해 봅니다.
"남는 건 시간, 넉넉한 건 김이니 어디 한 번 해 볼까?"
김을 재울려고 김을 꺼내니 벌써 김가루 펄펄 바닥에 날립니다.
"오 마이갓!!, 나 이거 싫어싫어.."
김가루도 싫은데 김 재우면서 뿌리면 바닥으로 떨어지는 소금은 어째?
그래서 어릴 적 할머니가 상자뚜껑에 김 재우시던 걸 봤던 기억에
얼마 전 선물 받았는데 황금빛깔에 너무도 튼튼해서 그냥 버리기 아까워 모셔뒀던 홍상톤 뚜껑을
가지고 왔지요.
김싸이즈랑 맞춤이더군요.
딱 맞아요. 딱..
상자뚜껑에 한지를 한 장 깔고..
그 위에 김을 재웁니다.
김가루,소금,기름...다 이 상자 안에 있소이다.상자의 턱을 모든 게 못 넘어가더군요.유후...
혹시 김 재우실 일 있으시면 빈 상자 사용해 보세요.
아주 좋아요.
무슨 이유에선지 엄마는 꼭 김을 재우면 이렇게 돌돌말아서 두셨던 기억이 나서
저도 돌돌말아서 잠깐 보관해 뒀지요.
그냥 이유도 모르면서 따라해 보는 겁니다.
다..따라하면 살과 피가 되지 않을까?
어릴 적 할머니는 석쇠에 김 두 장을 넣고 숯불에 돌려 가며 구우셨는데..
저는 그냥 달궈진 후라이팬에 넓직한 주걱을 이용해 구석구석 파랗게 빛에 비춰가며 구웠어요.
김 한 장 먹기 너무 힘들더라구요.
원래 계획 대로라면 100장 다 재울려고 했는데 너무 지루해서 남은 건 엄마한테 구워달라고 할 참이네요.-.-
나쁜 딸...늘 말이 먼저..늘상..
새파랗게 구운 김을 잘라 비닐에 넣고 보니 너무 뿌듯하더라구요.
뿌듯함!! 김 30여장 재우고도 느낄 수 있더라구요.
김에 너무 굵은 소금을 뿌렸더니 밥에 김을 싸서 먹을 때 어그적어그적 소금 씹히는 소리까지
들리더라구요. 이게 조금 소름끼치던데..
그래도 너무 맛있어서 따뜻한 밥해서 두 그릇 가볍게 먹어줬지요.
김도 은근히 밥도둑이더라구요.
이렇게 아,점 나절엔 김재우고 조금 낮잠 잔 후엔..
또 언제적부터 궁금해서 만들어 보리라 생각했던 김장아찌도 만들어 봤지요.
이게이게 또 맛있더라구요.
갑자기 넉넉해진 김을 보니 덩달아 맘까지 급해지 이유는 뭘까요?
김이야말로 오래오래 두고 먹어도 맛 변하지 않고 안심하면서 먹을 수 있는데 말이죠.
고향이 경기도인 부모님과 저는 특별한 향토음식이 별로 없어요.
근데 저는 한정식집에 갔다가 "콩잎장아찌"를 먹어보고
"어쩜 이렇게 맛있는 걸 나는 이제서야 맛을 봤을까?" 너무 아쉬웠었거든요.
그 이후 경상도가 고향이었던 룸매 덕에 콩잎장아찌를 한 번 더 마지막으로 맛 보게 됐는데..
콩잎장아찌 맛있었어요.
콩잎장아찌 다음으로 맛있게 먹었던 김장아찌..
저희 엄마도 특별나게 요리를 잘 하시진 않으시지만 보통의 엄마들 만큼은 깔끔하게 잘 하시거든요.
근데 우리집에선 콩잎장아찌랑 김장아찌는 맛 보질 못했어요.
김장아찌,맛을 보니 이거 또한 뒤 늦게 맛 보게 된 게 아쉽더라구요.
김이 넉넉해져서 김장아찌를 인터넷의 도움을 받아 만들어 봤어요.
저는 생강차 한 번 끓여 먹고 남은 생강과 대추가 있어서 그 국물에 간장과 물,설탕,베트남 건고추를 넣고
조림 간장을 만들었어요.(의외로 생강의 향이 괜찮터라구요.)
장아찌답게(?) 조금 짭짜름하게 조림간장을 끓였는데요,
제가 참고 했던 님의 조림간장 레시피 대로 해 보니 너무 달아서
저는 그냥 제 입맛에 맞게 설탕을 많이 줄이고 조금 덜 짜게 했어요.
조림간장을 끓여서 식힌 후..(식혀야 하는 이유가 있어요.)
통깨,대추(꽃)채,김
마른 김을 사각통에 맞춰서 1/4등분을 했거든요.
근데 1/4등분하면 너무 크더라구요.
장아찌가 짭짜름한데 이걸 밥에 싸서 먹기엔 너무 짜겠더라구요.
그래서 나머지 김은 6등분 했어요.
세로로 1/2등분 한 후 세 번 자르니 싸이즈는 딱 좋터라구요.
(이건 취향대로 자르시면 되는데 6등분이 싸 먹기에 간이 맞는 거 같아요.)
김 장아찌를 하기 좋은 김이 있는데요,
김이 촘촘하게 빈틈없는 게 좋아요.(김밥용 김이 괜찮지 않을까 싶은데요..?)
구멍 많이 뚫리고 헐렁한 건 풀어지겠더라구요.
저는 재워 먹는 김이 있어서 그걸 그냥 사용했는데 풀어지진 않지만 힘이 좀
없는 듯 하더라구요.
김을 준비 한 후..
서너 장씩 조림 간장에 앞 뒤로 간장을 묻히면 됩니다.
간장을 묻힐 때 꼭 주의해야 할 점이 있는데요,
절대로 뜨거운 조림간장에 김을 담그시면 사진처럼 쪼글쪼글 오그라 들어요.
조림간장은 충분히 식힌 후 김에 묻히세요.
김에 대추(꽃)채와 통깨를 중간중간 얹었는데요..
모양때문에도 그렇지만 다른 이유가 있어요.
얹은 이유는 "떼기 쉽게 하기 위해서"인데요..
김이 얇아서 조림간장물에 적셔지면 떼기가 쉽지 않거든요.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고 먹기 불편하면 젓가락 가다가 중간에 머뭇머뭇거려지잖아요.
중간중간 대추가 없으시면 통깨라도 뿌려서 떼기 쉽게 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