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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박퇴진] 꽃보다 아름다운 제자들아 미안하다

아고라폄글 조회수 : 606
작성일 : 2008-06-26 10:14:56
기억 1

미대에 합격했다고 천사같이 웃던 그 선배는
대학생활을 채 3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비명횡사했다.
87년 봄,  내게 고3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대학에 입학하고 조금 시간이 지나자 그 선배는 우리 화실에  와서
이상한 노래를 알려주기 시작했다. 민중가요라 했다.
그 선배가 시위중 닭장차에 끌려가 끝모를 폭행을 당하고
집으로 귀가한후 시름시름 앓다가 죽은 후 6.29선언이라는 것이 나왔다.
그렇게 내게 87년은 입시에 지치고 그 선배의 납득하지 못할 죽음으로 뒤죽박죽 지나갔다.


기억2

대학 1학년때 그 친구는  흥사단이라는 동아리에 들어가 있었다.
그는 내게 매일 집회에 나오라고 종용 했다.
누구 보다 부지런하게 일하시는 내 아버지는 늘 가난했다.
농협빚에 시달려 농협직원이 우리집에 찾아 온날 부엌에 숨어 계시던 내 아비의
참담한 모습을 지켜본 내 가슴속에도 무언가 뜨거운 불덩이가 있었는지
그 친구를 따라 집회에 나갔고 돌을 던지고 화염병을 던졌다.
어느날 백골단과 뒤엉켜 린치를 당할때 그 선배의 얼굴이 떠올랐다.
경찰서로 면회오신 아버지는 아무 말씀도 없으셨다.
자식 앞에서 한번도 눈물을 보이지 않으셨던 당신의 여위신 눈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시기만 했다.
그 뒤로 집회에는 나가지 않았다.


기억3

사범대학을 졸업한 뒤 한 사립고등학교에 기간제로 임용되었다.
기간제로 있는 동안 재단측 인사가 나에게 기부금을 내고 정식으로 임용되라고 종용했다.
몇년째 기간제로 있었고
나에겐 처자식이 생겼다.
나는 적지않은 기부금을 내고 그 학교에 정식으로 임용되었다.

기억4

정식으로 임용되고 몇년이 지났다.
그 사이 정권이 바뀌고 시대는 바뀌어가는듯 했다.
그 때 어떤 선생님 한분이 전교조에 가입하자고 권유했다.
거의 1년을 고민했다.
하지만 고3시절 그 선배와 대학시절 그 친구와 기부금을 내고 차지한 이 자리에 대한
단상이 하루로 날 가만두지 않았었다.
결국 전교조에 가입했고
학교 눈치를 보면 하루 하루 살아가고 있다.


촛불을 들어야 했다.
그 어린 제자들이 촛불을 들기 전에
내가 먼저 들어야 했다.
여기 아고라에 숨어 자위하지 말고
거리로 나갔어야 했다.
내가 대신 방패에 찍히고 내가 대신 물대포를 막아섰어야 했다.
내가 대신 곤봉에 맞아야 했고 내가 대신 소화기를 맞아야 했다.


미안하다.
이제 들으련다.
꽃보다 아름다운 너희들 대신 내가 촛불을 들고
그 들의 폭력을 막아내련다.
IP : 58.227.xxx.247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올리부
    '08.6.26 10:18 AM (221.157.xxx.190)

    아고라에서 보고 눈물만 흘렸습니다.
    저도 기간제 교사를 몇년 했었기에 더욱 공감이 갑니다.

  • 2. 구름
    '08.6.26 10:18 AM (147.46.xxx.168)

    왠지 눈물이 나네요. 가난해도 좋으니 인간답게 진실만을 얘기하며 살고 싶은 사람들을 코너로 몰아가는 세상.... 바르게 사는게 그렇게 피곤한 일인가요?

  • 3. 유나맘
    '08.6.26 10:19 AM (210.111.xxx.2)

    당신같은 선생님이 있어 세상에 조금의 희망을 가져봅니다.
    올곧은 교사 아래서 자란 아이들이 올곧은 세상을 만들겠지요..

  • 4. 서럽다정말
    '08.6.26 10:19 AM (124.63.xxx.18)

    보통의 사람들은 대개들 이런 생각으로 사는 듯 합니다.
    하지만
    마지막 선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명암이 달라지더군요,
    선생님은 훌륭하신 분입니다. 마지막 선택이 바른 길 이니까요,,, 몸 상하지 마세요.
    꽃같고 달님같은 아이들이 선생님을 바라봅니다.,, 말갛게 고운 얼굴로..

  • 5. 의의 오솔길
    '08.6.26 10:27 AM (59.14.xxx.77)

    87년 켐퍼스 한 장면이 스처지나가는군요
    새학기부터 교정 구석구석에
    찌들어있던 최류탄가스 내음에
    익숙해저
    그심한 냄새에도
    서러움에도 켐퍼스는
    늘 젊음에,희망에 부풀어있던
    그때 그 켐퍼스를

  • 6. 눈물만이.
    '08.6.26 10:28 AM (221.140.xxx.10)

    혹시..저뒤에 숨어 혼자 자위하는..사람..
    바로 내모습이 아닌지 모르겠다...

    돌보아야할 아이들때문에..

    너무 먼길을 탓하며..

    주말에나 간신히 들었던 촛불...
    어제 난 너무 비겁했다...

    어쩌면..두아이들 핑계대고 오늘도 비겁해야 할지도 모른다..
    길이 너무 멀다는 핑계로...

  • 7. 의의 오솔길
    '08.6.26 10:29 AM (59.14.xxx.77)

    근데 그 치열한 민주주의 투쟁에도 일부 신문들은
    빨갱이들이 그런다고 했답니다...
    그 와중에도 도서관에서 공부하던 어떤이들이 있었습니다,,,
    ㅎㅎㅎㅎ
    그렇죠???
    그게 그들이 살아가는 방법입니다,,,

  • 8. 이래저래
    '08.6.26 10:40 AM (221.138.xxx.52)

    우울하고 눈물납니다.

    몇달 새에 사는게 왜 이리 우울모드인지...

    아무 걱정없이 고민없이 살아서 흰머리도 안생긴다고

    남편에게 타박아닌 타박을 듣고 살았는데...

  • 9. 지금에서야
    '08.6.26 10:49 AM (218.234.xxx.237)

    저는 70년 중반에 중학교에 다녔어요. 그당시엔 가장 변두리에 속했던 관악구였죠.
    선생님들은 열심히 가르치셨고 가끔 박정희정권을 우회적으로 비판하신 분들도 계셨죠.
    그당시 도덕을 두과목으로 나누었는데 반공에 관해 배웠어요. 선생님들은 지역으로 인해
    서울대학 졸업하신 분들이 많았구요. 그중 도덕 선생님이 어떤 아이의 신고로 경찰의 수사를 받으신 일이 있었어요. 간첩으로 오인 받으셨다며 수업중 눈물을 닦으시던 모습이 30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에 남네요. 훌륭하신 선생님은 영원히 제자의 가슴에 남습니다.

  • 10. 왜 울리세요
    '08.6.26 10:52 AM (222.109.xxx.36)

    그래도 계속 참았는데...님때문에 눈물이 터져버렸어요~

    86년....중3이었지요.
    체력장 준비차 중앙대쪽으로 가다가 앞에서 달려오던 대학생과 마주쳤죠...
    다급히 달려나오던 그 학생...곧 터져대는 하얀 최루탄의 매케함...
    정면에서 날아드는 벽돌과 피흘리는 대학생과 뒤엉켜 쓰러지는 전경의 모습들....
    혀를 차며 바라보던 어르신들은 일순간 매케함에 고개를 떨구고...
    몰 모르던 시절....
    더운날 미리 준비했던 젖은 물수건으로 연신 얼굴을 닦아내던 우리들은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


    그날의 일들이....처음이자 마지막이었을 줄 알았는데....
    그것이 꽤나 오래 가더이다...


    신촌에서 만났던 장례행렬....그많은 인파...
    그리고 또다시 하늘은 하얘지고~~~~~

    지금은 2000하고도 더하기 8년.....죄송합니다 잊고살았네요!
    잊고 살아도 되는가 싶었네요!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ㅠ.ㅠ~
    사랑하는 내나라 대한민국이 그래도...그래도 말이지요~
    그래도 아직은 살만한곳 아니던가요?
    막 눈물만 납니다!

    덕분에 눈이 좀 부었지만....


    그래도 일어나서 걸어나가보렵니다! ㅠ.ㅠ......

  • 11. 요즘들어
    '08.6.26 11:04 AM (211.187.xxx.7)

    정말 너무 너무 슬픕니다.. 힘듭니다..

    우리아이들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먹이겠다는게 빨갱이입니까?

    반미세력입니까? 경제 살리는게 먼저입니까? 국민건강이 먼저입니까?

    건강을 지키고 안전한 먹거리를 먹겠다는데 그게 반미고 빨갱이면 저는 빨갱이고

    반미세력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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