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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이 뭔지...

김소영 조회수 : 943
작성일 : 2003-09-21 15:11:21
오늘 대구경북에서는 두종류의 마라톤대회가 있었습니다.
월드컵경기장에서 출발하는 휠체어마라톤대회와 경산시 마라톤대회, 이렇게요.
그런데 우리집 남자둘중에 나이 좀 많은 남자, 우리 남편 마라톤 무지 밝힙니다.
그렇다고 그사람이 중고등학교때 달리기를 어느 정도라도 했냐하면 그건 절대로 아니올시다.
고3때 체력장 100m 기록이 17분을 넘었다고 하니, 15분대였던 자기 마누라보다 더 느렸다는 결론입니다.
한 예로 결혼전 남해대교를 둘이서 달리기로 통과한 적이 있는데 그때도 제가 이겼더랬습니다.
결혼하고 아이낳고 우리 두사람은 어느덧 40대 후반...지금은 정말 완전히 뒤바뀐 모습이 되고 말았답니다.
시작은 그사람의 건강이 나빠지기 시작한 10년전쯤이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이런저런 건강의 적신호가 나타나면서 그사람은 언병아리같은 우리 땡기(아이의 별명)두고 세상 하직할까 걱정되는지 운동을 시작했지요.
새벽수영,조깅, 테니스와 골프교습에 정기적인 등산까지...그사람이 거쳐간 종목도 꽤나 다양합니다.
그러다 5년전인가부터 달리기를 하기 시작하더군요.
집을 떠나 서울, 대전에서 혼자 근무하던 시절이었는데 밥은 굶어도 달리기는 한다 ...뭐 이런 정신으로 달렸던 것 같아요.
하루 7km에서 10km로 그러다 2001년 4월엔 경주 벚꽃마라톤 하프코스 완주, 그에 이어 대전 서울 부산 춘천 이렇게 하프하다 드디어 2002년 4월엔 마누라가 따라가지도 않고 비가 새벽부터 내리는 악천후에서도 풀코스 완주라는 목표를 달성하고 말았습니다.
제가 약국에서 한참 일하고 있는데 전화를 했더군요. 난데, 오늘 완주했다. 그런데 내가 왜 이런지 모르겠어. 자꾸 눈물이 흐르는 게 사람이 나이들면 약해지는 건가?
저, 그때 옆에 사람이 있거나 말거나 큰소리로 말했습니다.
장하다, 당신  정말 장해. 첫 완주에 3시간 48분... 고맙데이, 땡기아빠!

그런데 거기까지만 좋았습니다.그때부터 저의 고단한 학부형시절이 시작된 겁니다.
그사람은 대구의 모마라톤클럽에 본격적으로 가입하여 정기모임, 정기 연습, 그리고 각대회 기록분석에 신발에 옷에 그리고 섭생까지 저를 여러가지로 고단하게 만들었습니다.
사무실에는 완주기록증, 메달 그리고 사진이 가지런히(참고로 우리 땡기아빠 정리정돈의 귀재입니다)놓여있고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는 거리에서 개최되는 대회라면 그냥 신청합니다.
대회 며칠전부터 찹쌀로 밥을 짓고 탄수화물, 단백질 , 비타민 어쩌구 저보다 더 신경써서 먹는 것 챙기기 때문에 마누라가 고단합니다.
어제는 밤10시까지 근무하다 집에 왔는데 우리 땡기 과일 한접시 챙겨줄 기운도 없을 만큼 고단했습니다.
하지만 오늘 경산 마라톤대회땜에 그사람 가방 같이 챙기고 찹쌀 씻어 놓고 그냥 쓰러져 잤어요.
새벽에 늦잠자서 찰밥 못먹이고 대회 내보내는 꿈꾸다 벌떡 일어나보니 5시 30분, 압력솥에 밥짓고 그사람 깨우고 우리 아이랑 둘이서 아자아자 ~ 한번 해주고 떠나보냈습니다.
마라톤하는 남편을 둔 사람들, 다들 어떻게 지내시나요? 저처럼 고단하진 않은지요?
건강이 염려되어 시작한 운동이다 보니 대회장에 같이 갈  수 없는 오늘같은 날은 그사람 전화오기 전까지는 일이 제대로 되질 않는답니다.
오늘도 집에 있는 아이 과일 먹이고 점심 챙겨주고 1시가 넘어도 오지 않는 전화에 속이 답답하여 제 일터인 약국에 나와 괜히 이약 저약 정리한다고 돌아다니고 그랬습니다. 조금전에야 전화가 왔네요.
완주는 했는데 기록은 만족할 수준이 아니라나 뭐래나...
근처에 있는 온천에 들러 좀 쉬다가 오겠다네요.
저는 솔직히 그렇습니다 . 아무리 건강이 중요해도 그렇지 , 사람이 달리다 힘에 부치면 중간에 멈추기도 하고 다음을 기약하기도 하고 그러는 거지 꼭 오늘이 마지막인 듯 매달리는 모습 정말 곁에서 보기 힘듭니다.
일도 운동도 사랑도 이젠 여유를 가지고 해야 할 나이인 듯 싶은데 저만 너무 한가한 건가요?
그냥 지금처럼 달려주는 것만도 감사하다고 등두드려 주며 살아야 하는 건지요?
IP : 211.228.xxx.5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삐삐
    '03.9.22 1:05 AM (211.107.xxx.13)

    저의 남편도 마라톤 광입니다요.
    올봄부터 하프로 시작해 드디어 공주, 대청호, 경주 풀코스 준비하고 있습니다.
    섭생을 챙겨 달라고 책자도 내밀고...
    오늘도 회사로 가 긴 훈련을 마치고 왔지요.
    며칠 전 돌아온 미국 출장길에도 마라톤화를 챙겨 가더라구요.
    전 사실 겁나요.
    혹 뛰다가 어떻게 되는 게 아닌가.
    방정맞은 생각이긴 하지만, 지난 번 대전 마라톤에서 유명을 달리하신 분 중 한 분이
    저의 남편 회사 분이셨거든요. 그 분은 운동도 꾸준히 오랫동안 해오셨던 분이시라
    더 겁이 납니다. 그냥 조깅정도로 멈췄으면 좋겠는데, 그 어떤 마력이 있는지 점점 강도를
    높여 가네요.
    마라톤에 관한 좋은 정보 특히 섭생에 관한 것 좀 알려 주시면 어떨까요?

  • 2. 라라
    '03.9.22 12:18 PM (210.223.xxx.138)

    네, 마라톤은 정말 힘드는 운동이지요. 시작하기도, 끝내기도
    제 주위에 어느분 그렇게 열심히 달라고 또 달리더니 결국 무릎 연골 다치고 그만 두시더라구요.
    제발 좀 적당히 하면 좋을 텐데...

  • 3. 김소영
    '03.9.22 7:43 PM (220.81.xxx.231)

    삐삐님, 이제서야 한숨 돌리고 몇자 적을 여유가 생겼습니다. 혹시 삐삐님 대전에 사시나요?
    왠지 그쪽일 것 같은 예감....
    재작년엔 대전에 몇번 따라갔었거든요. 물론 저는 엑스포공원부근에서 커피마시고 스트레칭하면서 기다리는 신세였지만, 대전 사는 분들 운동하기 아주 좋겠던데.
    저도 삐삐님처럼 한번씩 운동하다 잘못되는 건 아닌가 하는 불길한 생각이 들곤 한답니다.
    하지만 자신을 성실하게 관리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 흉하게만 여겨지는 건 아니예요.
    365일 하루도 빠짐없이 운동할 수 있는 여건속에 사는 그사람이 부럽기도 하고 이왕 하는 운동 제대로 할 수 있게 도와주자고 우리 땡기랑 의견을 모았답니다.
    특별히 챙겨주는 별식이 있는 건 아니구요, 항산화비타민을 챙겨주고 신선한 재료로 만든 음식을 골고루 먹게 신경쓰고 과일야채 정성들여 챙기고...그리고 한가지 연습후 그로기 상태일 때 제가 신뢰하는 제약회사의 자양강장제 앰플하나 생수에 타서 먹게 하는 정도입니다.
    앞으로 저에게도 많은 힌트주세요. 참, 풀코스에 도전하시려면 젖가슴과 겨드랑이안쪽, 허벅지 안쪽 스치는 부분에 피가 맺히는 수도 있으니 미리 유연제를 발라주셔야 할 겁니다.

  • 4. 삐삐
    '03.9.24 2:25 PM (211.107.xxx.2)

    맞습니다. 저 대전 살아요!
    저는 효소와 산야채를 챙겨놓고 또 ice gel 준비하고 있습니다.
    유연제 도움이 되겠네요.
    조금 있다 안영 하나로마트에 가서 건포도랑 밤이랑 고구마 등 이것 저것 사올 생각이랍니다.
    작은 아이 소풍으로 오전에 하나로마트 근처 동물원에 갔다왔는데 또 가야 할 것 같아요.
    저희도 마찬가지로 남편이 스타트 할 때 사진 한 방 찍어주고 차에 올라 타 한숨 잔 뒤 골인점
    돌아올 때쯤 얼른 나가 다시 사진 한방 찍고 어깨 주무르고 다리 주무르고 조금 쉬었다 제가
    운전해 돌아옵니다.
    멀게는 상암경기장에도 갔었고, 부안 마라톤에도 참석했었지요.
    아 계룡대 마라톤도 있었네요.
    아무래도 대전이라 여기 저기 옮겨 다니는 건 쉽네요.
    하는 사람은 치열하지만, 그 걸 바라보는 사람은 좀 미안하지만 지루하기 짝이 없어 전 클럽에
    가입하라고 부추깁니다.
    회사 내에도 있고 다른 동호회도 있어 가입하긴 했다더라구요.
    면역력을 길러주기 위해 자연요법 하시는 분이 권해서 시작한건데, 나이를 거스를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암튼 건강하게 운동 계속하는 건 대 환영입니다.

  • 5. 김소영
    '03.9.24 3:38 PM (211.228.xxx.234)

    삐삐님, 저의 동생도 대전에 살아요. 우리 남편 대전 근무할 때 월평동에도 있었는데...
    대전은 대한민국의 중심위치에 있고 교육수준도 높고 아무튼 제가 사는 대구보다 많이 선진화된 느낌(?)이었습니다.
    열심히 뒷바라지 잘 하시는 것 같네요.
    건강이 제일이라는 말 누구나 쉽게 하지만, 잃은 후에 절실히 깨닫게 되는 것도 같고...
    아무튼 우리 힘냅시다. 아줌마는 나라의 기둥이라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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