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그가 내 배를 보면서 두 손으로 볼을 감싸쥐고 측은한 표정으로 신이시여.......할 때가 있다. 그럼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괜찮아,괜찮아. 아직 견딜만 해. 그를 안심시키기 위해 두 눈을 지그시 감고 고개를 끄덕인다. 전신거울 앞에 서서 내 배를 감상할 때마다......음......좀 크군!.....겨울나무 빈가지 하늘 향해 뻗쳐 오르듯 붉게 터진 살들 위로.....올리브기름.맛사지기름.바세린을 겹으로 바르면서도....음......많이 커졌군.....이제 한 달만 참으면 돼! 나 스스로를 위로하곤 했다. 그런데.
어제 우리는 디카를 샀다. 태어날 우리 비올라-민주를 위해. 그리고 모든 사라질 것들을 위해. 당연히.....나의 이 변화된 몸도 기록에 남겨야지! 알렉산더! 내 배 좀 찍어 줘!!
차알칵. (소니 P52 모델인데. 좋다!)
헉!
허억...
심장박동이 빨라지는 걸 느끼면서.......이거시.......내....배?
이건 사람의 배가 아니야.......이거....내 배 맞어?
스틸이미지로 적나라하게 드러난 남산만한 뱃선........눈물이 찔끔 나왔다.
이거 우리 엄마한테 보여주면......아마 돌아가실 거야.......심난해져서 저녁 먹고 바로 누워 버렸다.
......
일찍 잠든 것까진 좋았는데.......모기 한 마리 때문에 그만 깨고 말았다. 새벽 2시.......타닥거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이제 뮌헨에도 가을이 내리는구나......싶다. 괜히 울적해서. 따끈한 차 한 잔. 마시면서. 82쿡을 들여다 본다. 다음 주엔 탕수육을 한 번 만들어 봐야지. 한국음식도 그립고 한국도 그립고......먼 것. 없는 것만을 그리워 하는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습성. 결핍은 나의 힘. 두 손을 불끈 쥐어본다.
몸보다.....정신이 건강해야 해. 무엇보다.....정신이 행복해야 해.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라면서.
식어가는 차. 잠이 올 것 같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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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배가....남산만해요!!!
ido 조회수 : 894
작성일 : 2003-08-31 10:20:15
IP : 62.134.xxx.24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김혜경
'03.8.31 11:40 AM (219.241.xxx.166)곧 식구가 느시나봐요!!
힘드시겠네요.2. 옥시크린
'03.8.31 7:32 PM (220.75.xxx.58)맞아요, 정신이 건강해야 돼요..
조금만 고생하시면 예쁜 아기 만나시겠네요.. 화이팅에요!!!!3. stella
'03.9.1 1:30 AM (62.132.xxx.137)뮌헨에 계시군요, 반갑네요. 전 프랑크푸르트에 있어요
독일에도 이렇게 82쿡 가족이 있다는 사실이 기뻐요 ^^*
게다가 곧 예쁜 아가도 태어난다니,,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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