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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면서 밥해먹기

학생 조회수 : 1,024
작성일 : 2003-02-02 12:03:13
안녕하세요. 서울은 지금 구정이라서 모두들 분주한 하루 하루를 보내고 계시겠네요.
저는 지금 미국에서 공부하는 학생인데요, (서른 넘어서 MBA하느라 만학의 길에 접어들었지요)

남들은 모두 미국가서 공부하느라고 힘들지, 밥은 제때 챙겨먹니 하는데, 사실 전 좀 그런 질문 들으면 민망스러울만치 혼자서도 잘 해먹고 거의 요리의 세계에 탐닉한 지경이지요. 서울서는 엄마 덕에 집안일 하나 까딱 안하고 직장 다닌다는 핑계로 편히 살았었는데, 여기와서는 아무리 혼자사는 유학생 살림이라지만 그래도 밥, 청소, 세탁기 돌리기 등등 다해야 되니까 나름대로 주부나 다름없는거다라고 생각하고 있지요. 공부하면서 쌓이는 스트레스가 요리하면서 풀리는것두 같구요.

그런 이유로 당연히 이런 요리 관련 사이트에도 많은 관심이 있구요. 한국에 있을때도 요리에 관심은 많아서 그때는 주로 별식 위주로 (치즈케잌, 머핀, 스파게티,쿠키, 로스트 치킨 등등) 가뭄에 콩나듯이 해보곤 했었는데, 이제는 세끼는 아니어도 많을 때는 두끼까지 제가 해먹어야 하니까 주로 일상에 관련된 음식을 많이 하고 있지요. 혜경님 책은 못 읽어봤지만 여기계신 분들 저랑 관심분야가 비슷하셔서 (코스트코, 그릇, 각종 주방 가전용품, 음식 냉동해 두고 먹기 등등)  넘 행복한 기분이 들어요.

유학생 싱글 중에 저처럼 각종 요리란 요리 다 실습해보고, 없는 살림에 이런 저런 가재도구 하나씩 하나씩 사면서 흐뭇해 하구, 혼자서도 신나게 잘먹는 사람 진짜 희귀종인데, 이러다가 요리 스쿨로 학교 옮겨야 하는거 아닌가 싶네요.

혼자 산지 아직 1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혹시 혼자 사시거나 식구가 없으신 분들을 위해 제가 사는 모습을 말씀드리구요, 또 많은 조언도 부탁드릴게요.

1. 혼자라도 잘먹자. 간단하면서도 균형잡힌 식생활을 위한 메뉴

- 떡국 (한국 수퍼마켓서 떡국떡 사다가 냉동해 놓고 한번씩 떡꾹 끓여 먹어요. 쇠고기 갈은 것을 미리 간장양념에 볶아서 냉동실에 넣고 조금씩 넣으면 맛도 좋고 간편하구요. 라면보다 여러가지로 더 낫답니다)
- 비빔 냉면 또는 국수 (냉면 양념을 해서 스텐 볼에 넣어서 냉장고에 두고, 국수나 냉면을 삶아서 슬쩍 양념 둘러서 먹는데, 양념 만드는거 그렇게 어렵지도 않고 시간도 많이 안걸려요)
-  핫도그 (만드는 시간 5분 이내인데, 양파 살짝 썰어 놓고, 그릴에 소세지 데우고 렐리쉬 피클 얹고 겨자랑 케첩 뿌려 먹으면 끝)
-간장떡복이 (떡볶이 떡 사다가 역시 냉동해 놓고 떡볶이 생각이 간절하면 해먹는데, 경험상 고추장 떡볶기보다는 간장으로 하는 궁중식 떡뽁기가 손이 덜가고 금방 되더라구요. 갈은 쇠고기, 참기름, 파, 간장, 설탕 정도만 있으면 되구요)
- 미역국 (제일 쉬운 요리중 하나, 한국에서 가져온 잘게 썰어져 있는 미역을 물에 살짝 불려서 참기름에 볶다가 국 끓여 먹으면 입맛도 돋궈 주고 건강에도 좋구요)
- 다시 국물  (한국에서 엄마가 챙겨주신 볶은 멸치랑 다시마를 시간 있을때, 한달에 한번정도 큰 냄비에 넣고 끓여서 유리병에 담아 냉장 보관하면, 된장찌개나 김치찌개, 김치국 등 왠만한 요리 걱정은 없더라구요. 기본적으로 맛이 우러나니까 조미료 안 넣어도 제대로된 찌개 맛 나구요)
- 김치찌개 (하기 쉬워서 사람들이 제일 많이 해먹는 음식인데, 미국에서는 삼겹살 구하기가 어려우니까 아쉬운데로 베이컨 넣고 하면 그 비슷한 맛이 나죠)
-된장찌개 (냄새 때문에 사실 자주 해먹지는 못하지만, 저는 재래된장하고 파는 된장을 1:1로 섞고 양파랑 두부를 같이 버무려서 플라스틱 통에 넣어두고 다시물에 끓여 먹는데, 김치찌개보다 조리시간 짧고 편하고 재료도 적게들고, 여기선 한국마켓 가는게 일이라 김치 아껴먹거든요, 맛도 훌륭하더라구요)  
- 오믈렛 (사실 이건 아침에 워낙 게을러서 두번 밖에 안 해먹었지만, 양파, 피망, 버섯을 조그맣게 썰어서 냉장고에 며칠씩 두고 아침마다 오믈렛 해먹으면 편하고 좋더군요.)
-볶음 고추장 (엄마가 고기 넣고 볶아주신 고추장 아직도 먹는데 정말 반찬 없고 시간 없을때는 밥에다 고추장만 비벼 먹어도 먹을만 하더라구요, 이때 비상용으로 아끼고 있는 즉석 북어국이나 우거지국을 곁들여도 되구요.)
- 오뎅국 (이것도 별다른 솜씨없이 쉽게 할수 있죠. 다시국물에다 무 있으면 좀 넣고 없어도 그만이고, 양파 조금이랑 오뎅, 간장, 마늘  넣고 먹으면 되니까요)
- 카레 (이건 약간 접대성 요리고 시간과 정성이 좀 걸리지만 일단 한번 해놓으면 며칠은 먹을 수 있으니까. 양파를 30분쯤 볶다가 토마토 페이스트 넣고 하는데 제 비장의 무기죠)
- 닭강정 (이것도 역시 접대성 요리인데, 닭을 한꺼번에 튀겨놓고 냉동실에 뒀다가 먹을만큼씩만 꺼내고, 고추장, 케첩 등등 이런걸로 소스 만들어서 먹으면 되는데, 튀긴걸 냉동에 보관해도 렌지에 데우면 먹을때 바삭바삭 하더라구요)  

2. 있으면 좋아요. 필요한 살림살이
- 작은 뚝배기 (계란찜, 된장찌개 해먹을 때 아주 유용하죠)
- 조지포맨 그릴 (이건 한국에 있는지 모르겠는데, 시간없을때 소세지 구워서 핫도그 뚝딱 해먹고 간단하게 이것저것 구워먹는데 아주 딱이죠)
- 지퍼백과 지퍼락 (햇반 사다먹기는 너무 비싸고 매끼 밥 해먹을 시간은 없어서 밥을 한번 해서 지퍼백에 넣어 냉동 시켜 놓고 렌지에 데워 먹죠. 지퍼락 플라스틱 용기는 반찬통으로도 쓰고 먹다남은 국이나 소스도 보관하구요)
- Wet wipes (행주도 쓰긴 하지만 매일 삶고 할수는 없으니 키친타월과 젖은 티슈 물행주를 같이 사용해요)
- 냄비 세트 (첨에 와서 남비 두개, 프라이팬 하나 이렇게 살았는데 그게 살다 보니 어쩌다 곰탕도 끓여먹고 싶고, 설겆이 쌓일 때도 있고 해서 인터넷으로 저렴하게 구입했어요. 첨부터 냄비 셋트를 샀으면 좀더 절약이 되었을텐데 혼자 살아도 요리 할거면 냄비 많이 필요하더라구요)
- 커피 그라인더 (저는 원두커피를 마시는데, 갈아 놓은걸 사면 혼자서는 많이 마시지도 못하는데 향도 금새 날아가고 해서, 10불정도 하는 그라인더를 사다가 먹을때마다 갈아 먹는데, 번거로울것 같지만 커피를 매일 마시는것도 아니니 오히려 이편이 여러가지로 좋더라구요)

3. 앞으로 장만하고 싶은 것들 (그야말로 희망사항)
공부 끝나면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지 아닐지 아직은 정해지지 않았고, 제가 부자 유학생도 아니니 이것저것 함부로 사들일수는 없지만, 미국에 있으면서 이런것들은 꼭 사고싶더라구요. 아마 한국에 가져가면 전압이니 뭐니 해서 쓰기가 불편하겠지만, 다른건 몰라도 주방가전제품 가격만큼은 미국이 훨씬 저렴하고 종류도 다양하니까요. 심심할때 아마존에 들어가서 주방제품 구경하는 재미 진짜 쏠쏠해요.

- 에스프레소 머신 (친구들이 산 50불, 100불짜리를 봤는데 그래도 이왕 살거면 Francis Francis같은 명품을 사는게 평생 두고 쓰기에 좋을것 같기는 하네요)
- 핸드 블렌더/푸드 프로세서 (앞으로 요리세계에 더욱 정진할수록 필요하겠죠)
- 전동 거품기 (미국와서 오히려 빵굽게 안되는데, 그래도 요리채널에서 나오는 그 멋진 거품기 정말 탐나요^^)
- 찜기 (이 사이트에서 보고 알았는데 좋아 보이는군요)
- 컷코칼 (이건 미국 사는 주부들도 다 좋다고 난리시던데, 과연 장만의 그날이 올까?)
- 각종 그릇세트 (웨지우드 너무 좋아하는데 여긴 가격 싸구 종류도 더 많구 눈 돌아가죠)
- 양념통 (이것도 한국보다 미국이 훨씬 앞서 나가는 종목, 후추통, Oil dispenser, 양념통 세트 등등)
- 샐러드 스피너
- 퐁듀 세트 (퐁듀냄비랑, 알콜램프, 퐁듀 젓는 스틱으로 구성된 건데 한국에서는 잘 못본듯, 그러구 보니 미국와서 퐁듀를 한번도 못 먹었군요)
- 그외에도 살아 볼수록, 요리 해볼수록 사고 싶은거가 너무 많아져요. (나 공부하는 학생 맞어?^^)
IP : 66.171.xxx.38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피글렛
    '03.2.2 5:22 PM (211.119.xxx.206)

    훌륭하도다! 감탄이 절로 나오네요.
    양파와 두부를 된장에 버무려 두는 건 정말 좋은 방법이네요.
    요리 선생님도 된장찌개 맛있게 끓이려면 재료와 두부에 밑간 해 둬야 한다고 하더군요.
    전 서른이 넘어 유학가신 분들은 붙잡고 앉아 얘기 들어 보고 싶어요.
    샐러드 스피너는 개중 저렴하니까 하나 구입하시는게 어떨까요?
    무게도 별로 안나가고, 야채 물기 빼서 마련해 두면 샐러드 금방 먹기 좋고.
    전 없으면 안되는 물건인데요.

  • 2. 뿌뿌엄마
    '03.2.2 9:46 PM (211.218.xxx.73)

    책하나 집필하시지요
    너무나 잘 보았습니다

  • 3. 김주영
    '03.2.3 9:27 AM (218.153.xxx.219)

    근데요, 샐러드 스피너는 뭐에요? 전 첨 들어서요...
    그리고, 두부를 된장에 버무려 두면, 안상해요? 두부는 유효기간이 얼마 안되지 않나요?

  • 4. 김수연
    '03.2.3 9:57 AM (211.204.xxx.51)

    저두 혼자 살아본 경험이 있는데, 얘기 들어보니 전공 바꾸는 것에 대해 심각하게 고려하셔도
    괜찮을것 같네요.ㅋㅋㅋ 넘넘 재밌겠어요. 이런저런 얘기 많이 올려주세요.
    저두 멋진 퐁듀세트 갖고 싶어요. 지금 있는건 넘 허접해서 그저 남편이랑만 겨우 쓰죠.

  • 5. 김혜경
    '03.2.3 9:28 PM (211.212.xxx.34)

    정말 공부하면서 밥해먹기 집필하시면 되겠어요..
    그런데요, 진짜 공부가 더 중요한 거 아닐까요? 걱정되요, 어서 MBA를...

  • 6. LaCucina
    '03.2.3 10:50 PM (172.137.xxx.100)

    ^^ 미국 어디서 계세요? 궁금하다...같은 미국이라고하시니 ^^
    Costco 대해서 말씀하시니 제가 사는 곳은 절대로 아닌 거 같고 ...

    아, 그리고 샐러드 스피너는 야채 씻은 것 물기 빼는 거에요~ 돌려서 물기 빼는거요~

  • 7. 학생
    '03.2.4 6:42 AM (66.171.xxx.138)

    저는 지금 필라델피아에 살고 있구요. 물론 공부하고 졸업후 일자리 찾는게 가장 우선이죠.^^
    오늘도 학교 다녀와서 김치국에 뚝딱 밥 한그릇 말아먹고 나니, 지금부터 해야할 숙제랑 각종 회사 리서치가 잔뜩 쌓여 있네요. 이런 일종의 직업학교에 다니는 무미건조한 제 일상에서, 요리도 하고, 온라인 오프라인으로 이것저것 한번씩 구경하는게 긴장해소에는 큰 도움이 되더군요. 그리구 좋은데 취직해서 이것저것 다 갖추고 살아야겠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동기 부여도 되구요.

    아참, 두부는요, 그렇게 버무려 두면 오래는 못먹고 냉장고에서 2,3일 정도는 괜찮은 것 같더라구요. 그럼 좋은 날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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