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냉동고 뒤져 밥해먹기 4 [김구이]
kimys가 현직에 있을 때...명절에 들어오는 선물 중 제가 젤로 무서워하던 선물3인방이 있었습니다.
제일 무서웠던 게 토종꿀.
벌집까지 있는 토종꿀이 선물로 들어오면 스트레스 지수가 거의 만점까지 올라갔습니다.
꿀을 내려 먹어야하는데..물론 전자렌지에 돌리면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일단 번거롭고 설거지도 많이 나오고..
두번째는 수삼이었습니다.
집에는 수삼 먹는 사람이 없고..체질들이 인삼이 안받는 체질이에요, 또 당시는 홍삼을 만든다는 꿈도 안꿔봤습니다..바보!!
그래서 수삼이 들어오면 냉동했다가 삼계탕에 넣거나 동서들 나눠주곤 했죠.
이젠 백삼이나 홍삼을 만들려고 수삼을 따로 사는 입장이 되었었습니다. 쩝..
마지막이 김이었습니다.
김을 무서워했다는 게 참 말이 안되죠?? 그래도 그랬어요. 굽지 않는 날김이 선물로 들어오면 은근히 짜증이 나더라는..
김을..아니 제가 김구이를 무서워하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김을 재우는데 안좋은 추억이..., 어렸을 때 엄마가 겨울이면 늘 저더러 김을 재라고 하셨습니다.
방바닥에 신문지를 펴놓은 다음 김을 한장한장 두손바닥 사이에 넣고 싹싹 비벼 김에 붙은 불순물을 털어내도록 하셨어요.
그 과정이 어찌나 싫었던지...
그 다음 북어 꼬리나 무슨 깃털 같은 걸로 기름을 바르고 소금을 뿌려 재우라고 하셨죠.
손에 기름과 소금 묻는 것이 어찌나 싫은지...연탄불에 김 굽는 것도 싫고...
이런 기억 때문에 그렇게 김재는 게 싫었어요.
어디 그뿐인가요? 김을 재워서 굽는 게 싫은 이유를 대라면 101가지는 댈 수 있을 것 같은데..그중 몇가지만 대보면
1. 김을 재거나 굽고나면 꼭 집안 청소를 해야한다.
아무리 신문지를 깔아 놓고 김을 잰다해도, 아무리 조심해서 김을 굽는다 해도 김부스러기가 날라다녀 꼭 청소를 해야하잖아요.
이게 어찌나 싫은지...
2. 기름을 바른 솔, 뒤처리가 귀찮다.
기름을 바른 솔, 닦자니 그렇고...닦지않고 잘 싸뒀다 쓰기는 더욱 그렇고..그렇다고 쓸때마다 새솔을 쓸 수도 없고...
3. 잘못 구우면 맛이 없다.
가스불에도 구워보고, 프라이팬에도 구워보고, 가스오븐에도 구워보고..
가스불에 석쇠를 놓고 구우면 원하는 만큼 구워지기는 하지만 가스테이블위로 소금이 우수수 떨어져 싫고,
프라이팬에 김을 구워보면 시간이 많이 걸리고, 소금기 때문에 프라이팬이 금방 못쓰게 되고, 또 원하는 만큼 바삭바삭 구워지지도 않고,
가스오븐에 구우면, 일단 허리를 굽혀 오븐을 열었다 닫았다 하며 굽기 싫은데다가 시간을 잘못 맞추면 타기 일쑤.
그나마 오븐 요리 하고 난 후 잔열로 구우면 잘 구워지지만 오븐 요리를 그리 자주 하는 것도 아니고...
이런 몇가지 핑계거리 때문에 집에 날김이 들어오면 꽁꽁 싸서 냉동실이나 냉동고 안에 넣어두곤 했어요.
식구들이 김을 찾으면 기름 안바른 상태로 구워주면서,
"김에다 기름이랑 소금 발라 굽는게 그렇게 건강에 안좋대, 산화한다잖아!!"
요렇게 둘러다 대곤 했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구워 파는 김들 너무 맛있잖아요? 이 맛의 비결은 나중에 알게됐지만...
일부 그렇지 않은 조미김들도 있지만 많은 김들은 맛소금을 뿌려 굽는대요.
그런데 그 맛소금이라는 것에 글루타민산 나트륨이 10%나 들어있잖아요?
그러니까 맛있는 건 당연하겠죠?? 전 아직 맛소금은 단 한번도 안써봤어요.
맛소금 뿌려서 김을 굽거나 삼겹살을 구우면 너무너무 맛있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암튼...이 결과 저희 집 냉동고 안에 굽지않은 돌김이 거의 300장 정도 있었습니다.
이 부피를 한번 생각해보세요? 돌김은 부피도 더 크잖아요...
김이 자리를 너무 많이 차지하고 있어 안되겠다 싶어 며칠전 큰 맘먹고 김을 재기 시작했습니다.
그냥 싱크대에 서서 100장을 쟀어요. 들기름 바르고 볶은 소금 뿌려서...
이 김을 전기오븐에 구워냈는데...저희 집 식구들 반응이 얼마나 뜨거웠는지...
왜 진작 안구워 먹였나 싶을 정도였어요. 어찌나 미안한지.^^;;
전기오븐으로 김을 구우면 그렇게 편할 수 없어요, 일도 아닌 걸 왜 안구웠는지..
아마도 전기오븐이 없었더라면 김을 그렇게 맛있게 굽지는 못했을지도..
100장의 김을 먹는데 1주일도 걸리지 않았어요.
그래도 100장 또 재서 다 구워먹고..
오늘 나머지 100장 또 쟀습니다. 이거 마저 먹으면 냉동고 안이 헐렁해질겁니다.ㅋㅋ...
이거 다 먹고 나면...그 담엔 김을 사다 구울지..예전처럼 편하고 맛있는 걸 찾아서 구워놓은 김을 살지..그건 아직 잘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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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깜찌기 펭
'05.12.11 4:40 PM선생님.. 가끔해서 더 맛났지 않을까요? ^^;;
저도 김 너무 좋아하지만, 어릴때 김재던일이 생각나서 안해요.
추운데, 건강하세요.2. 수원댁
'05.12.11 4:42 PM선생님도 싫어하고 귀찮은게 있다는 사실이 놀라워요.. ㅋㅋ 저도 맘잡고 김구워 볼래요.. 사다 먹는 김이 안좋은 거였네요..
3. ggoma
'05.12.11 5:26 PM3등이닷^^
근데 전기오븐으로 김을 어케구우나요??전번에 오븐으로 김구이가 된다해서
집에 쬐만한오븐이있어서 구웠다가 불날뻔 했어요^^;
갈켜주세요...저도 김재는거 싫어하거든요..근데 집에 돌김이 엄청많다는 사실
선생님 음식을 보면 언제나 먹고싶다는 생각이 들어요4. 뿌요
'05.12.11 5:53 PM정말 이젠 집에서 김을 구울일이 없네요. 김도 없고 귀찮기도 하고.
오늘도 마트에서 그냥 사왔습니다.5. Ellie
'05.12.11 6:08 PM어제 하루 글이 안올라와서 무슨일인가 했어요.
이맘때쯤 혜경 선생님이랑 어머니 생신 있지 않았는지.. 아닌가? ^^;;
저는 양념김을 초등학교 들어갈때까지 못먹어 봣어요.
우리 아버지께서 (해녀의 아들이십니다...) 늘 맹김 구워서 양념간장에 싸서 드시거든요.
학교가서 도시락에 친구가 양념되서 구운김 싸왔는데 맛있더라구요.
엄마한테 만들어 달라고 했더니 우리 오마니,
김과 양념과 신문지를 주면서.... 발라라... ㅡ.ㅡ;;
반질반질 양념김. 향긋한 밥도둑이죠~ ^^b6. 감자
'05.12.11 7:45 PM김 직접 구워먹으면 훨씬 맛있죠????
어릴때 엄마가 글케 해주셨는데...
저는 파는것이 하도 잘 나와서 직접 재워볼 생각은 꿈에도 하질않고 늘 사다가 먹는답니다... ㅡ.ㅡ;;
이건 경상도식인데요....마른김을 불에 살짝 구워서
밥에 싸서 간장에 찍어먹어도 무지 맛나답니다!! ^^
명절선물하니까..생각이...
울남편은 아직 쫄따구라 아무 선물도 받아오지 않아요...
근데 요번 추석때 스팸 선물세트를 받아온거에요 (스팸 살려면 은근 비싸잖아요 ㅋ)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저 공짜 너무 좋아하나봐요..남편 많이 칭찬해줬어요
부대찌개 끓일때 요긴하게 한개씩 쓰고 있어요..유통기한도 아주 길어서 넘 좋다는...ㅋㅋ7. Terry
'05.12.11 10:14 PM저도요...혜경샘..
전기오븐에 김 굽는 방법 자세히 갈켜주세요.
몇 도에 몇 장씩 몇 분... 이렇게 자세히 부탁드려요..네? ^^
저희 집에도 냉동실에 날김이 쟁여져 있답니다.8. 안나씨
'05.12.11 10:22 PM어머!
저도 토종꿀 선물 받고 난감해 하고 있는지 벌써 수개월째랍니다.
어찌 저걸 내려 먹나 하고요...
전자렌지를 이용할수 있나봐요?
혜경샘~
조금만 자세히 말씀해주실수 있을까요?9. fish
'05.12.11 10:32 PM저도 워낙 어릴때부터 해오던 기억이 있어서 지금은 그냥 사먹어요.
전 숟가락으로 발랐었어요. 뒷부분으로... 한번 재울때마다 오십장 백장씩 했었기에..
요즘은 마른김은 그냥 구워서 간장이나 김치찌개에 싸먹어요. ^^;;
울엄마도 제가 결혼한 뒤론 그냥 사드시더군요. -.-10. 투덜여사
'05.12.11 11:21 PM컨벡스 설명서에 김구이하는 방법 나와 있어요.
저도 몇번 구워 먹었는데 한번에 서너장 넣으니 50장정도는 금방 구워요.
그리고 양면팬에 구울때보다 골고루 잘익고..
한가지더... 기름바를때 김솔보다 일회용비닐장갑 끼고 하니 기름도 덜들고 뒷처리도 편하고 이제는 김솔 안 써요.11. 이영남
'05.12.12 1:47 PM저도 귀차니즘때문에 김아군지 오래되었네요.
가족 사랑하는 마음이 점점 없어진다고 자책하면서......
또 마른김에 간장얹어 먹는 맛도 괜찮긴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