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솥이 아닌 것이 식탁주변의 테이블에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봐도 뭔 줄 모르겠더이다.
"동서 저게 뭐야?"
"전기 튀김기에요~"
아, 튀김기....제가 우리딸도 낳기 전이니까 20여년전 전기튀김기를 쓴 적 있습니다.
친정어머니가 미군 PX에서 흘러나온 직사각형의 자그맣고 까만색, 100V짜리 튀김기를 혼수로 사주셨습니다.
감자튀김 정도 가볍게 해야하는 그 소형 튀김기를 가지고, 튀김을 엄청 많이 하다가, 망가뜨린 적이 있습니다.
그후 처음 본 튀김기...있으면 좋겠다싶어서 알아보니, 가격이 엄청 나더이다.
독일제 AEG였던 것 같은데, 그때 돈으로 10만원이 훨씬 넘었습니다.
그래서 포기했죠. 아무리 가전제품 사는 거 좋아하는 여자라 하더라도 튀김 얼마나 해먹겠다고 거금들여 튀김기를 사겠어요..
몇년 뒤, 아주 가까운 후배 몇을 집으로 초대했는데...
후배 중 하나가, "뭐가 갖고 싶냐"고 묻네요.
때는 이때다 싶어서..3초도 안걸려...
"전기튀김기..."해버렸어요.
그렇게 해서 갖게된 것이 뮬리넥스 튀김기였어요. 아마 '일.밥.'에 사진도 있을 듯...
첨엔 참 신나게 썼어요. 냄새 많이 나지 않고 잘 튀겨지고, 그런데 몇번 쓰다보니까,뒷처리가 여간 귀찮은것이 아니더이다.
내솥 분리형이 아니었거든요.
자연 튀김기는 수납장 깊숙한 곳에 처박히게 됐고....82cook의 살림돋보기에서도 세상에 몹쓸 물건으로 찍혀버렸죠.
얼마후 등장한 내솥분리형에 관심이 가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있는 걸 놔두고 또 살 수도 없는 노릇이고...
머릿속에서 전기튀김기는 지우고 살았습니다.
얼마전 아는 사람으로 부터 선물을 받았는데..그 사람이 보는 앞에서 뜯어보니 테팔 튀김기이더이다.
선물을 받아서 기쁜 표정을 지어야 하나, 다소 표정관리가 되지않더이다.
선물을 준 사람, 있는 전기튀김기 관리가 귀찮아서 쓰지 않는다는 말을 잘못 알아듣고, 전기튀김기가 없는 줄 알았던 모양입니다.
내솥 분리형이어서 다소 땡기긴 했으나, 뮬리넥스도 있고 해서, 울 딸 시집갈 때나 줄까 하고 잘 모셔뒀습니다.
그러다가...
어느날, 집안 청소를 아주 말끔하게 한 날 피치못하게 튀김을 해야할 일이 생겼습니다.

눈 질끈 감고 튀김기를 꺼내 내솥을 씻어말리고 튀김을 했는데...
에구, 왜 진작 안꺼내 썼나, 싶네요.
내솥 분리형이라 기름 관리도 쉽고, 청소도 쉽고...
해서 뮬리넥스는 다른 사람에게 주고, 테팔의 매직클린이던가...암튼 내솥 분리형 전기튀김기를 잘 쓰는 중이요.
날씨가 무더운 요즘같은 때, 가스보다는 전기가 덜 더운 듯 싶어서 가전제품을 많이 이용하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데요, 튀김기라고 튀김만 하란 법이 있나?
채소 데치기, 국수 삶기에 이용하면 어떨까???
발상의 전환이죠.
하여...오늘 점심 콩국수를 해먹으면서 국수를 삶을 때 전기튀김기에 삶았습니다.
온도는 150℃로 맞추고 국수를 삶았는데...기가 막히더이다. 망에 국수를 넣어 삶은 뒤 바로 건져서 물에 헹구니 끝...설거지도 내솥과 망이면 O.K.
'하하하...역시 내 잔머리...' 하면서 호쾌하게 웃었나이다.
앞으로 몇가지 더 도전해볼 계획입니다. 맥주삼겹살 샤브샤브, 채소 데치기 등등...
가끔은 상식을 깨는 발상의 전환, 필요하죠??
p.s.
지금 우리 막내시누이네 집입니다. 막내시누이 저녁준비하는 동안 저는 조카의 컴퓨터로 잠시 리빙노트를...큭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