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에 비가 오길래, kimys, 사무실 나가지 말라고 붙들었어요.
우리끼리 솔직하게 얘기해서...
남편 집에 있으면 귀찮죠?! 밥 챙겨야죠, 커피 달라고 하죠, 별 거 아닌데도, 여보 여보 불러가며 귀찮게 하죠?
kimys라고 뭐 별다르겠어요?
아침에도 커피는 안주냐며...
쓰레기 분리수거 하랴, 빨래 삶으랴, 동동거리는 거 안중에도 없죠,뭐...
암튼 그래서, 어제 산 찻잔에 커피를 탔어요. 평소같으면 걍 코렐 머그에 타서 마시고 마는데, 오늘은 왠지 멋지게 마셔줘야할 것 같아서...그랬는데 그 찻잔, 입술을 대보니, 참 느낌이 따뜻하네요, 입술에 닿는 그릇의 감촉,손에 닿는 촉감이 참 좋아요.
저, 그릇 무지무지 많습니다.
첨엔 취미로 사서 모았고, 요새는 필요에 의해서 그릇을 삽니다.
특히 새 책을 준비하면 으레 새 그릇을 사죠. 물론 그릇 빌려다가 써도 되는데, 전 왠지 그러기 싫더라구요.
제가 평소에 쓰는 편안한 마음으로 쓰는 제 그릇에 자연스럽게 담아서 보이고픈 생각이 강해서...
이런 까닭에 요새는 그릇을 고를 때는 예쁜 건 물론이고, 담았을 때 음식을 살려주는 지, 사진발 잘 받을 지 하는 것도 고려하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좀 특이한 모양의 흰색 그릇만 보면 무조건 사구요.
또 하나 그릇을 고르는 기준은 가격이에요.
가격 대비 품질이 우수하다거나, 명품인데 놀랄만한 가격으로 나왔다거나 하는 건 일단 사두면 써먹을 일이 있을 것 같아서 사게되죠.
솔직히 어제 산 건 후자의 경우에요. 꼭 사고싶을 만큼 좋아해서 샀다기 보다는 일단 가격이 너무 저렴한데다가, 얼마후 있게될 새책 촬영에도 잘 써먹을 수 있을 것 같고, 또 때마침 입금된 원고료도 있고 해서 사게 된 거죠.
그랬는데 기대 이상이네요. 이러기 쉽지 않거든요.
저도 실패한 그릇 참 많았어요.
싼 맛에 샀는데 금방 질려버려서 도저히 쓸 수 없는 것도 있었고, 이런 건 동서네 집이나 뭐 다른 집으로 보내 버렸죠.
아니면 돈도 줄만큼 줬고, 아주 예뻐서 샀는데, 그릇 자체만 예쁠 뿐 뭘 담아도 음식이 살지 않아 천덕꾸러기가 된 것도 있구요, 이것도 두고 보면서 가슴 아프기 보다는 탐내는 사람 주는 편이 나아서 기분좋게 선심써버리고...
우리 82cook식구들중에도 그릇 저 못지 않게 좋아하는 분들 많죠?
조금씩 그릇을 사서 모으시는 분들도 많구요...
그릇 사실 때요, 눈으로 보고, 이것저것 고려해야하지만, 꼭 하나...만져보고 사세요.
어제 사온 그릇을 보고 느낀 점인데요, 그릇을 만져봤을 때 온기가 느껴지는 그릇으로 고르세요.
오늘 문득 그릇장을 열어, 그릇을 꺼내보며 제가 더 자주 쓰는 그릇과 상대적으로 덜 쓰는 그릇의 차이를 생각해봤어요.
그랬더니 그 차이가 온기더라구요.
그 온기라는 것이 그릇의 가격이나 재질, 뭐 그런 것과는 다른 거 같구요, 뭐랄까 그릇을 손에 쥐었을 때 탁 들러붙는 것 같으면서 뭔가 통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암튼 새 커피잔에 커피 마시고, 점심에 콩나물국밥을 끓여먹고는,
kimys, 빗속을 뚫고 사무실로 나가고 저는 초계탕을 준비중입니다.
점심은요, 월요일 촬영하고 남은 잔해들로 콩나물국밥을 끓였어요.
재료: 찬밥 한그릇, 멸치육수 2컵, 무친 김치 조금, 삶아놓은 콩나물 조금, 삶은 닭살 조금, 송송 썬 파 조금, 새우젓 조금.
만드는법
1. 뚝배기에 밥을 담아요.
2. 김치를 올려요.
3. 콩나물도 올려요.
4. 닭살, 파 등 냉장실 정리 재료들을 올려요.
5. 육수를 부어요.
6. 팔팔 끓여요.
7. 먹을 때 새우젓으로 간을 맞춰요.
냉장고 정리를 겸해서 작은 밀폐용기 여기저기 들어있는 재료를 넣다 보니까 오이채까지 들어갔고, 들어가야할 달걀은 들어가지 않았지만..., 맛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