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운동하러 갔을 때의 일입니다.
러닝 머신위에 올라 갔을 때 아무래도 지루하기 때문에 앞에 놓여있는 티브이를 켜고 운동을 하는데요
영화나, 혹은 일본 드라마중에서 눈길을 끄는 것이 있으면 틀어놓고 소리를 들어가면서 운동을 하던 다른 날과는 달리
앗, 장 한나로구나 하면서 그 채널에 고정시켜 놓고 운동을 시작했었습니다.
30분 작정하던 운동을 한 없이 하게 만든 그 시간, 인터뷰 내내 집중하게 만들고 유쾌하게 만들던 젊은 그녀
얼마나 눈부시던지요!!
신동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가끔씩 우리를 놀라게 하지요. 그런데 정작 더 중요한 것은 그들이 제대로 자라서
음악인으로 계속 활동할 수 있는가인데, 매니지먼트가 달라붙어서 그들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짜내고, 그리고 나면 그들은
지쳐서 활동을 못하는 사이에 다른 신동이 나타나고, 이런 식으로 사라진 별들이 많다고 하더군요.
그녀는 어린 나이에 첼로를 시작하고 첼로에 반하면서 재능을 드러냈는데 로스트로포비치를 만나고 싶다는 열망에
콩쿨을 준비했고 우승이라는 목표보다는 로스트로포비치에게 자신의 연주를 들려주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열심히 연습했다고요
그 콩쿨에서 열한 살 나이로 우승을 하고, 드디어 그렇게도 바라던 첼리스트를 만나게 되었답니다.
그 때 그녀에게 스승이 부탁한 말, 자신이 저지른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를
그러면서 한 이야기가 어린 시절을 희생하지 말고 보통 사람들처럼 크라고, 음악만 하지 말고 다른 것들도 함께 누리도록
그리고 연주회를 너무 많이 하지 않도록 당부했다고요.
그것을 그대로 지킨 그녀는 보통 학교에 다니면서 친구들을 사귀고, 연습도중 발가락 사이에 책을 끼고 독서를 하면서 자랐노라고
우하하하 웃어가면서 하는 대화가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녀가 줄리어드가 아닌 하버드에 그것도 철학전공으로 들어갔다는 소문을 들었을 때, 어라 첼리스트로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드네 싶었는데 지휘를 시작했더군요. 지휘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동영상을 보니 그녀의 지휘로 언젠가 연주를 보게 될 날을
마음에 꼽게 되었습니다.
지휘와 첼로 두 가지를 병행하는 일에 어려움이 없느냐는 질문에 각자가 다른 영역이라서 오히려 더 즐겁노라고 대답을 하면서
오케스트라 지휘를 하면서 느끼는 감상을 말하기도 하네요.
지휘는 지휘자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단원속으로 들어가서 단원들의 마음을 호흡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그 점에서 첼로와는 다른 매력이 있다는 뜻이겠지요?
첼로가 그녀에게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첼로가 바로 나라고 웃으면서 말을 하네요.
그리고 처음 스승으로 만났던 미샤 마이스키가 12살 나이에 렛슨받으러 갔을 때 브람스곡을 연습하던 중인데
작곡가가 이 곳을 왜 이렇게 표현했을까라는 질문을 받았다고요.
그 때 처음으로 악보 그대로 연습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구나 악보에 대해서 생각을 해야 하는구나
악보는 기본이고 악보를 완성하는 것은 연주자의 연주를 통한 것이라고 느꼈다고요.
열두 살 나이에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었다는 것에 놀라자 그녀가 한 말, 저는 눈높이 교육이란 말을 싫어합니다.
어린아이들은 하늘을 보고 있는데 왜 어린 아이라고 미리 규정을 해버리고 눈높이 교육을 하는 것이냐고요
자신이 만난 스승들, 그리고 오케스트라 지휘자나 단원들은 자신의 할아버지뻘이 많았어도 다 한 개인으로 대접을 해주었노라고요
열 두 살 나이에 모스크바에서 로스트로포비치를 만나러 간 시기에 그의 부인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었다고 합니다.
도스토에프스키를 아느냐고. 그러면서 그의 글을 읽으면 그 안에 모든 것이 다 있다는 말을 듣고는 그 나이에
백치를 읽기 시작했는데 도저히 무슨 말인지 몰라도 계속 읽었다고 하더군요. 17살 정도 되니까 그 때서야 아하 그 말이 바로
이런 말인가 이해가 되기 시작했노라고요. 그러면서 아버지가 늘 강조하던 몰라도 백 번만 읽으면 어느 것이든 이해가 된다는 말은
맞는 말 같다는 이야기도 덧붙이기도 하고요. 이런 경험이 그녀가 하버드에서 첫 강의에 톨스토이 강독을 신청한 계기가 된 것은
아닐까라고 부연 설명을 하기도 하고요.
좌절의 경험은 없었는가에 대한 질문에 그녀는 조금 생각하더니 좌절의 경험은 없었노라고 대답합니다
왜냐하면 좌절은 무엇을 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것인데 자신은 될 때까지 하기 때문에 좌절은 없다고요
그러면서 연습할 때도 어려운 부분부터 될 때까지 연습한다는 말을 하더군요. 그렇게 하고 나면 다른 부분이 쉬워지기 때문에
그 다음에는 저절로 곡이 완성된다고요
지금도 집에 있는 경우 아침에 일어나면 최소한 서너 시간 연습을 하고 그 다음에는 교향곡이나 오페라 곡을 총보를 보아가면서
연구하느라 하루에 일곱 여덟시간을 보낸다고 하네요.
젊은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주문하자 망서림없이 하는 말, 자신에게 한계를 지우지 말라고요
사실은 자신도 자신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 아닌가, 그러니 하면 더 잘하게 되고 잘하게 되면 더 연습하듯이
젊은이들도 한계를 지우지 말고 더 해보자고 당차게 말하는 그녀가 참 눈부시다고 느꼈습니다.
바이올린 연습을 시작하면서도 그녀의 말이 머릿속에서 맴돌아 어렵다고 느끼는 부분을 먼저 연습하는 저를 보면서
피식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평소에는 바빠서 뚜껑 열어보기 힘들었던 피아노 앞에 다시 앉게 되기도 하고요.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니 자연히 그녀의 음반을 찾아서 걸어놓고 듣게 되네요. 전보다 더 애정을 갖고 듣게 되는 효과가 생긴 것이
재미있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