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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장한나의 첼로 소리로 하루를 열다

| 조회수 : 1,698 | 추천수 : 0
작성일 : 2011-10-03 10:44:32

 

 

어제 운동하러 갔을 때의 일입니다.

 

러닝 머신위에 올라 갔을 때 아무래도 지루하기 때문에 앞에 놓여있는 티브이를 켜고 운동을 하는데요

 

영화나, 혹은 일본 드라마중에서 눈길을 끄는 것이 있으면 틀어놓고 소리를 들어가면서 운동을 하던 다른 날과는 달리

 

앗, 장 한나로구나 하면서 그 채널에 고정시켜 놓고 운동을 시작했었습니다.

 

30분 작정하던 운동을 한 없이 하게 만든 그 시간, 인터뷰 내내 집중하게 만들고 유쾌하게 만들던 젊은 그녀

 

얼마나 눈부시던지요!!

 

 

신동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가끔씩 우리를 놀라게 하지요. 그런데 정작 더 중요한 것은 그들이 제대로 자라서

 

음악인으로 계속 활동할 수 있는가인데, 매니지먼트가 달라붙어서 그들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짜내고, 그리고 나면 그들은

 

지쳐서 활동을 못하는 사이에 다른 신동이 나타나고, 이런 식으로 사라진 별들이 많다고 하더군요.

 

그녀는 어린 나이에 첼로를 시작하고 첼로에 반하면서 재능을 드러냈는데 로스트로포비치를 만나고 싶다는 열망에

 

콩쿨을 준비했고 우승이라는 목표보다는 로스트로포비치에게 자신의 연주를 들려주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열심히 연습했다고요

 

그 콩쿨에서 열한 살 나이로 우승을 하고, 드디어 그렇게도 바라던 첼리스트를 만나게 되었답니다.

 

그 때 그녀에게 스승이 부탁한 말, 자신이 저지른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를

 

그러면서 한 이야기가 어린 시절을 희생하지 말고 보통 사람들처럼 크라고, 음악만 하지 말고 다른 것들도 함께 누리도록

 

그리고 연주회를 너무 많이 하지 않도록 당부했다고요.

 

그것을 그대로 지킨 그녀는 보통 학교에 다니면서 친구들을 사귀고, 연습도중 발가락 사이에 책을 끼고 독서를 하면서 자랐노라고

 

우하하하 웃어가면서 하는 대화가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녀가 줄리어드가 아닌 하버드에 그것도 철학전공으로 들어갔다는 소문을 들었을 때, 어라 첼리스트로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드네 싶었는데 지휘를 시작했더군요. 지휘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동영상을 보니 그녀의 지휘로 언젠가 연주를 보게 될 날을

 

마음에 꼽게 되었습니다.

 

지휘와 첼로 두 가지를 병행하는 일에 어려움이 없느냐는 질문에 각자가 다른 영역이라서 오히려 더 즐겁노라고 대답을 하면서

 

오케스트라 지휘를 하면서 느끼는 감상을 말하기도 하네요.

 

지휘는 지휘자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단원속으로 들어가서 단원들의 마음을 호흡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그 점에서 첼로와는 다른 매력이 있다는 뜻이겠지요?

 

첼로가 그녀에게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첼로가 바로 나라고 웃으면서 말을 하네요.

 

그리고 처음 스승으로 만났던 미샤 마이스키가 12살 나이에 렛슨받으러 갔을 때 브람스곡을 연습하던 중인데

 

작곡가가 이 곳을 왜 이렇게 표현했을까라는 질문을 받았다고요.

 

그 때 처음으로 악보 그대로 연습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구나 악보에 대해서 생각을 해야 하는구나

 

악보는 기본이고 악보를 완성하는 것은 연주자의 연주를 통한 것이라고 느꼈다고요.

 

열두 살 나이에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었다는 것에 놀라자 그녀가 한 말, 저는 눈높이 교육이란 말을 싫어합니다.

 

어린아이들은 하늘을 보고 있는데 왜 어린 아이라고 미리 규정을 해버리고 눈높이 교육을 하는 것이냐고요

 

자신이 만난 스승들, 그리고 오케스트라 지휘자나 단원들은 자신의 할아버지뻘이 많았어도 다 한 개인으로 대접을 해주었노라고요

 

열 두 살 나이에 모스크바에서 로스트로포비치를 만나러 간 시기에 그의 부인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었다고 합니다.

 

도스토에프스키를 아느냐고. 그러면서 그의 글을 읽으면 그 안에 모든 것이 다 있다는 말을 듣고는 그 나이에

 

백치를 읽기 시작했는데 도저히 무슨 말인지 몰라도 계속 읽었다고 하더군요. 17살 정도 되니까 그 때서야 아하 그 말이 바로

 

이런 말인가 이해가 되기 시작했노라고요. 그러면서 아버지가 늘 강조하던 몰라도 백 번만 읽으면 어느 것이든 이해가 된다는 말은

 

맞는 말 같다는 이야기도 덧붙이기도 하고요. 이런 경험이 그녀가 하버드에서 첫 강의에 톨스토이 강독을 신청한 계기가 된 것은

 

아닐까라고 부연 설명을 하기도 하고요.

 

좌절의 경험은 없었는가에 대한 질문에 그녀는 조금 생각하더니 좌절의 경험은 없었노라고 대답합니다

 

왜냐하면 좌절은 무엇을 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것인데 자신은 될 때까지 하기 때문에 좌절은 없다고요

 

그러면서 연습할 때도 어려운 부분부터 될 때까지 연습한다는 말을 하더군요. 그렇게 하고 나면 다른 부분이 쉬워지기 때문에

 

그 다음에는 저절로 곡이 완성된다고요

 

지금도 집에 있는 경우 아침에 일어나면 최소한 서너 시간 연습을 하고 그 다음에는 교향곡이나 오페라 곡을 총보를 보아가면서

 

연구하느라 하루에 일곱 여덟시간을 보낸다고 하네요.

 

 

젊은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주문하자 망서림없이 하는 말, 자신에게 한계를 지우지 말라고요

 

사실은 자신도 자신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 아닌가, 그러니 하면 더 잘하게 되고 잘하게 되면 더 연습하듯이

 

젊은이들도 한계를 지우지 말고 더 해보자고 당차게 말하는 그녀가 참 눈부시다고 느꼈습니다.

 

바이올린 연습을 시작하면서도 그녀의 말이 머릿속에서 맴돌아 어렵다고 느끼는 부분을 먼저 연습하는 저를 보면서

 

피식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평소에는 바빠서 뚜껑 열어보기 힘들었던 피아노 앞에 다시 앉게 되기도 하고요.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니 자연히 그녀의 음반을 찾아서 걸어놓고 듣게 되네요. 전보다 더 애정을 갖고 듣게 되는 효과가 생긴 것이

 

재미있기도 하고요.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캐드펠
    '11.10.4 2:33 AM

    될 때까지 하기 때문에 좌절은 없다

    중간에 포기 하는게 워낙 많은 저인지라 뜨끔한 말 입니다^^

  • intotheself
    '11.10.4 9:11 AM

    캐드펠님

    저도 그 말이 정말 인상적이었답니다.

    여러가지 일을 동시에 하고 계시는 캐드펠님에겐 어울리지 않는 반성이긴 하지만

    그래도 중도에 포기한 일들, 마음먹고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일들이 여럿 있겠지요?

    하나쯤 이 가을 선뜻 한 발 내딛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 2. 하늘재
    '11.10.4 2:57 AM

    최선을 다 했다.... 라는 말은..
    돌이켜 생각해 봤을때... 스스로에게 감동을 줄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한다~ 라는 표현을 썼더군요... (안철수님 이...)
    장한나 얘기와 일맥상통 하는 말인듯 하구요...

    글을 읽고,,, 장한나 인터뷰를 유투브를 통해 잠시 보았습니다...

    역쉬~~~ 더군요...(어찌나 티 없이 밝고 친화력도 좋던지...게다가 꽉찬 내면 까지 갖춰, 이뿌던지....ㅎ)
    인생의 훌륭한 멘토가 많다는건 참으로 행운이겠지요?
    그 녀의 종횡무진 빛나는 행보를 기대해 봅니다....

  • intotheself
    '11.10.4 9:13 AM

    요즘 저는 배드민턴 치느라 시간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우연히 시작한 배드민턴, 아이들과 어울려서, 어른들과 어울려서 밤에도 어제는 낮에도 치다보니

    몸이 변하는 것이 느껴지는 겁니다. 공에 대한 감각도 생기고 움직임도 조금씩 좋아지고

    나는 이것은 못해라고 마음먹는 순간, 우리 안에서 우리를 가로막는 장벽이 생기는 것은 아닌가 싶어요.

    선생님은 분명히 운동신경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아이들을 놀라게 하기도 하는데요

    왜 못 할 것이라고 생각했는가 물으니 공부잘하는 사람들은 운동을 못하지 않나요? 라는 대답에

    한참 웃기고 했고요.

  • 3. 열무김치
    '11.10.4 8:35 AM

    인투님이 장한나 인터뷰 하시는 것을 보는 것 같아요. 잘 읽고 가요. 저도 동영상 찾아 보고 싶네요.
    생각할 것을 많이 주는 능력있고 젊은 아가씨네요 ^^

  • 4. intotheself
    '11.10.4 9:15 AM

    요즘 열무김치님 소식이 뜸하네 하고 생각하던 중인데 마치 텔레파시가 통한 느낌이네요.

    저도 인터뷰 본 다음 집에서 찾아보니 프로코피예프 혐연한 것이 있더라고요. 그러고 보니 그녀의

    연주 음반은 딱 한 장 갖고 있었군요. 앞으로 여러 곡 들어보게 될 예감이 들고

    그동안 들었던 연주와 마음을 주고 나서 들어본 연주는 완전히 달라서 나는 음악을 듣는 것인가

    음악 이외의 요소에 더 강하게 끌리는가 묘한 기분이 들기도 했답니다.

    열무김치님

    행복한 왕자에 사진카테고리가 신설되었으니 거기에 사진 보태주시고, 프랑스어를 비롯한 링구아

    포럼에도 글을 남겨주시길!!

  • 5. wrtour
    '11.10.4 11:56 AM

    장한나에 스승이라면 셋이겠죠.
    로스트로비치,마아스키,지휘자 시노폴리 이리.
    마야스키는 국제무대에 길을 많이 놓았고.
    시노폴리는 정말 떨처럼 아꼈는데 아깝게 무대서 쓰러져 갔네요.
    시노폴리는 특히 장한나 독서 등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죠.
    로스트로비치,시노폴리가 지휘자인지라 장한나 또한 그길을.
    당시 우명 뮤지션들도 로스트로비치 연주 지휘로 녹음하는 게 꿈이였는데 그 꿈을 이룬이가 딱 세명이요.
    바이올린에 막심 벤겔로프와 소피 무터 그리고 첼로 장한나입니다.

  • intotheself
    '11.10.5 2:01 PM

    시노폴리라 누군가 궁금하네요.

    막심 벤겔로프의 연주도 소피 무터의 연주도 다시 들어보고 싶게 만드는 댓글 감사드려요.

  • 6.
    '11.10.5 7:01 AM

    저도 좌절은 없다는 말에 공감하고 있습니다. 될 때까지 하기때문에.......

    저도 눈높이 교육이란 말의 헛점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인격적으로 대해주고 진리와 올바른 가치를 깨닫게 해주는것의 귀중함을......



    금요일 수업에 간다고 해놓고 감기가 심해서 그냥 연락도 안하고 집에서 쉬었어요.
    그러곤 첫 수업부터 약속을 지키지못한게 실없어 보여서 ......

    항상 좋은 글과 그림에 감사드려요!!!

  • intotheself
    '11.10.5 2:03 PM

    그 날 기다리다가 연락이 없어서 무슨 갑작스런 사정이 있구나 싶었답니다.

    두 번째 금요일에 조지 오웰 글 마지막으로 읽는 날이니

    참석하시면 좋은 시간 될 것 같네요.

    그리고 제가 소개한 한국어로 된 조지 오웰에 관한 글이 상당히 도움이 된답니다.

    새롭게 알게 되는 것도 많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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