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전 9시, 이렇게 이른 시간에 수업을 하기 때문에 토요일 밤에 누리던 자유가 조금 제한을 받게 됩니다.
아주 큰 제한은 아니어도 일요일 아침에 말짱한 머리로 앉아서 상당히 많은 분량을 공부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확실한 동기가 있는 쫑마마 ( 함께 공부하는 대학생의 아이디가 )랑 함께 하는 덕분에 이런 식의 분량이 가능한 것을 보니
함께 하는 대상이 누구인가에 따라서 시간의 질이 달라진다는 것을 느낍니다.
그러고 보니 어젯 밤의 일이 생각납니다. 평소라면 보충하자고 토요일에 오라고 하면 거의 나타나지 않던 수현이가
수요일 밤 배드민턴 치는 모습을 보고 나서는 토요일 밤 수업이 끝나면 배드민턴 칠 수 있는가 묻더라고요. 그러자고 했더니
라켓도 챙겨서 수업하러 왔고 준근이까지 이랗게 셋이서 배드민턴을 치러 갔지요.
그런데 한참 치다 보니 그 동네 남학생 둘이서 다가와서 물어봅니다.
혹시 라켓을 하나 빌릴 수 있는가 하고요. 라켓도 없이 배드민턴을 치러 나왔나 의아했는데 알고보니 치던 도중 라켓이 고장난 모양입니다.
라켓이 준근이가 들고온 너무 좋은 것이라 멀리 가게 할 수는 없어서 바로 옆에서 친다면 빌려줄 수 있다고 했지요.
그랬더니 둘이서 호흡을 맞추어 치는 실력이 장난이 아니더라고요. 혹시 가능하다면 파트너를 바꾸어서 아이들과도 쳐주고
나도 그들 중의 한 명과 칠 수 있는가 물었더니 흔쾌히 그러자고 합니다.
그런데 저랑 파트너가 되서 치는 학생이 한참 호흡을 맞추고 나서 우리 엄마보다 훨씬 잘 치신다고 합니다.
아마 탁구를 오래 친 덕분에 공을 맞추는 것이 조금 편한 모양이라고 했더니
이 아이들과 어떤 관계인지, 혹시 배드민턴 선생님이냐고 물어서 막 웃었습니다.
기량이 좋은 상대와 한참 배드민턴을 치고 나니 온 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었고 다 치고 나서 고맙다고 인사를 했습니다.
상대방도 정말 잘 치신다고 인사를 해서 덕분에 갑자기 배드민턴을 정말 잘 치는 사람이 되어버린 밤, 아이들도 신나게 치고는
다음 번에도 라켓을 가져올까요? 하고 물어보네요.
문제는 그것 자체는 재미있지만 수업 마치고 바이올린 연습시간으로 정해둔 시간을 침범하는 것, 그 뒤에 연습해도 좋긴 하지만
운동으로 인한 신체의 변화로 바이올린을 잡기 전에 쉬는 시간이 필요하고, 그러다보면 시간적 여유가 모자란다는 것인데요
사람이 한 번에 여러가지를 다 잘 할 수 없으니 아무리 재미있어도 조절하는 일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지요.
그건 그렇고, 기본적으로 책이 한 번 끝나고 뒤에서부터 복습을 하자고 제안을 했습니다. 아무래도 늘 앞에서부터 하다보면
어떤 책이든지 어학은 뒤가 부실하게 끝나기 마련이라서요. 어하고 말하니 아하고 받아서 그렇다고 앞의 10과는 어려움이 없으니
뒤에서부터 하자고 해서 마음맞는 파트너를 만난 기분이 들었고, 오늘의 희소식은 독일어 책을 번역하는 사람을 알게 되어
독일어로 된 쉬운 책을 빌릴 수 있게 된 것이라고 기쁜 소식도 전할 수 있었습니다.
독일어, 기초는 이미 알고 있지만 책읽기는 시도해본 적이 없는데 나도 이 참에 한 번 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함께 하자고 손 내밀어도 좋답니다.
아픈 것만 소문 낼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 내가 잘 하는 일, 내가 못하지만 도움이 필요한 일도 소문을 내다보면
어디선가 도움의 손길이 온다는 것, 그것이 요즘 제가 절실하게 느끼고 실천하고 있는 일중의 하나이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