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강남 역사 모임에서 everymonth 6주년 생일 축하 모임이 있었습니다.
수업에 정식으로 참여하지는 않으나 매번 생일마다 새로운 것으로 케익을 만들어서 개개인이 하나씩
먹을 수 있도록 준비해오시는 초코왕자님, 제겐 그것이 진정한 미스테리이고 감동입니다.
그녀를 처음 만난 것은 전시회에서 였는데, 천상 여자라고 우리가 일반적으로 표현하는 여성이면서
동시에 내면의 빛를 발하는 사람이로구나 감탄했던 기억이 나네요. 말도 조용조용, 행동거지도 조용조용
옆에 있으면 공연히 저도 조금은 조신해야 할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드는 사람이라고 할까요?
눈을 반짝이면서 말하고 있는 그녀를 보면 함께 있는 사람마저 꿈꾸는 기분을 전파하는 사람이란 느낌이 들더군요.
이 글을 쓰면서 어제 오르세 전시회에서 만난 윈슬로우 호머가 생각나서 검색해보니 선생님에게 꽃을 이란
제목의 그림이 있어서 어라, 이 그림이 우리들이 초코 왕자님에게 주는 감사의 그림으로 마음에 드네 싶어서
골랐습니다.
사람마다 일상 생활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 제 각각이겠지요?
조금은 지금보다 더 경직된 채로 살던 시절의 저로서는 너무나 다른 세계의 사람들과는 어떻게 대화를 터야
할 지 당황해서 사람들에게 스스로를 여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6년 정도 사이버상에서 만난 사람들과
이런 저런 다양한 공부 모임, 수다, 그리고 음악회 가기, 전시회 함께 다니기, 책 바꾸어 읽기, 외국어 배우기
집안에서 하는 음악회 꾸리기, 공부하고 싶으나 하기 어려운 아이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쌈짓돈을 모아서
책 보내기, 가끔은 여행지에서 합류하거나 여행을 함께 떠나기, 이렇게 다양한 일을 함께 하다 보니 서로가
다르다는 것이 오히려 당연하고, 그래서 더 재미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 그것이 제겐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
온 것인가 깜짝 놀랄 정도입니다.
모던 타임스 2권을 처음 시작한 날, 철학 모임에서의 발제에 이어 노니님이 역사 모임에서의 첫 발제를 했지요.
그녀는 독,소 전쟁에 관한 여러 권의 책을 읽고 나서 당시의 상황을 고스톱에 비유하면서 설명을 해서 실감이
났습니다. 철학 정리에서도 그렇고 역사 시간의 발언을 통해서도 그렇고 현실에 밀착해서 사고를 전개하는 점이
정말 배워야 할 부분이라고 느끼곤 하지요.
맛있는 점심과 더불어 한없이 이어지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마무리하고 어제 처음으로 레몬그라스님과
일본어 공부를 했지요. 처음 새로운 세계에 발을 내미는 것이 낯설수도 있지만 동시에 새롭고 즐거울 수도 있다
는 것, 제가 잘하는 것은 그런 시작에 불을 붙여서 계속 할 수 있게 돕는 일이라서 한국에 있는 동안은 가능하면
여러 사람들과 더불어 그런 즐거움을 나누고 싶어서 시작한 일입니다.
한국어로 된 글을 읽으면서 일본어로 말해보는 말하자면 소리로 듣는 일본어 책인데요 도서관에서도 여러 명의
아이들에게 시도하는 도중 저는 저절로 암기가 되어서 오히려 제게 더 살이 된 책이기도 하네요. 그러니 가르치는
것이 선생에게 있어서 가장 큰 배움이란 것은 역시 맞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업후에 한가람 미술관에 함께 갈 여유가 있다고 해서 잠깐 기다리라고 한 다음, 아래층 교보문고로 내려가보니
몰입의 저자가 새로 내놓은 저서가 번역이 되어 나와 있네요. 미스터 몰입과의 대화-일,놀이 ,삶의 기쁨에 대하여
란 제목으로요. 그 책과 서동욱의 철학연습 두 권을 구했습니다.
이런 날, 참 고민스럽지요. 그림도 보고 싶지만 책 내용도 궁금하고, 그래도 선약이 있으니 책에 대한 궁금증은
잠깐 밀어두고 지구 상상전을 볼까, 오르세 미술관의 전시를 볼까 고민하다가 오르세 미술관 전시로 정했는데요
여러 번 가 본 오르세 미술관이지만 그 안의 작품이 너무 많다보니 역시 이 번 전시에서도 처음 보는 작품들이
많아서 즐거운 시간이었지요. 더구나 그녀와는 처음 둘이서 함께 가는 전시회라서 어떤 형태의 관람이 될까
모르는 상태로 갔다가 , 함께 가는 상대가 다르니 역시 전시회를 보는 기분이 다르고 그 안에서의 반응도
다르다는 것이 놀랍고 재미있었습니다.
전시회 이후에 서로 30분 정도 시간 여유가 있어서 음악당 있는 곳으로 올라가서 역시 수다 작렬, 이렇게
존재하는지도 모르던 사람들과 만나서 이야기 꽃이 만발하는 사이로 발전하는 그런 시간들이 참 묘하지요.
그녀가 가고 나서 미스터 몰입과의 대화를 폈습니다. 이야기가 재미있어서 (이미 그의 저서 몰입, 몰입의 즐거움
자기 진화를 위한 몰입의 재발견등을 읽은 상태라서 친숙한 저자이지만 이번에는 인터뷰 형식이라 새롭게
이야기를 끄집어 내고 질문하는 인터뷰어의 존재로 인해서 조금은 다른 각도로 이야기를 읽을 수 있었지요)
홀에 도착한 캘리님을 보고도 서로 각자 앉아서 들고 온 책을 읽는 이변이 벌어진 날이기도 했는데요 그녀는
그리스인 이야기에 푹 빠져 있더라고요.
KBS 정기 연주회에 참석한 다섯명의 멤버들이 오랫만에 만나서 즐겁게 음악속으로 빠져들어갔다가 밖으로
나가니 비가 오고 있습니다. 캘리님과 호시님은 같은 차로 떠나고, 미야님, 산노을님, 그리고 저 세 사람이
고속터미널까지 산노을님의 차에 동승했는데 그녀가 어제 구한 음반이 바로 송광사 예불시간을 녹음한 것인데요
들려주겠노라고 해서 듣기 시작했는데 차마 내릴 수가 없는 겁니다. 그래서 한바퀴만 더 돌기로 한 것이
두 번 세 번 돌면서 계속 듣게 되었는데요, 마침 미야님에 예불에 대해서 일가견이 있어서 이런 저런 설명을 더 해
주어서 아하 그래서 하면서 조금은 제대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끝까지 다 들으려면 아직도 한참 남아서 결국 아쉽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지하철로 갔지요. 달리는 지하철에서
내려야 할 역을 하나 지날 때까지 저는 미스터 몰입과의 대화를 읽느라 독서 삼매경, 덕분에 새벽에 일어나서
enemy at the gate로 (스탈린 그라드 전투에 관한 영화라서 ) 시작하여 늦은 밤까지 낮잠 한 잠 못 잔 날인데도
이렇게 몸이 쌩쌩하다니 역시 사람은 즐거운 일을 하면 내부에서 좋은 에너지가 솟는 모양이라고 자가진단한
생일날이었답니다.
이렇게 금요일 하루의 일과를 길고 자세하게 쓰는 이유는 그 사이에 나도 뭔가 함께 하고 싶은 것이 있나
궁금한 사람들에게 그 자리가 닫힌 공간이 아니고 마음만 먹고 손을 내밀면 누구라도 함께 할 수 있다는 초대의
의미를 담은 것이랍니다.
내미는 손, 잡는 손, 그것이 묘한 상승작용을 일으켜 나중에는 누가 내밀고 누가 잡는가도 모르는
아니 그런것이 중요하지 않은 체험을 할 수 있다는 것, 조금 더 멋들어지게 설명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진심으로 전하는 메세지가 더 중요하다고 믿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