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본 영화 제목중에 all that jazz가 있었는데요 어제는 all that string이란 제목의 실내악 연주회에
갔다가 그 영화제목이 더불어 생각이 났고 all that jazz도 all that brass도 이런 제목의 연주회가 있으면
하는 엉뚱한 생각을 했었답니다.
며칠간 인터넷이 불통이라서 처음에는 뭔가 답답하다가 (아니 이런 컴퓨터를 쓸 수 없다는 것에 이렇게
불편을 느끼는구나 새삼 놀랐지요 ) 덕분에 그동안 못보던 영화나 다큐멘터리를 보기도 하고, 음악도 조금
더 오래 듣게 되더군요. 그러니 일상에서 무엇인가 막히는 것이 있으면 다른 곳으로 그 에너지가 이동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던 중이라서였을까요?
두 대, 세 대 ,네 대의 바이올린 협주곡에 이어 (비발디) 멘델스죤의 8중주 곡을 3배로 편성한 연주도
좋았습니다.
오케스트라가 아니라서 콘 마스터의 역할이 두드러졌고, 무엇보다도 눈길을 끄는 행복한 연주를 하던 한
여성단원에게 눈길이 가서 그녀를 계속 바라보는 특이한 시간을 보내기도 했지요. 저만 그런 것이 아니라
함께 간 미야님도 그랬다고 해서 웃었던 기억이 나네요.
어떻게 행복한 연주라고 단언할 수 있느냐고요?
그녀가 옆 단원들과 나누는 눈짓이나 웃음, 그리고 연주에 몰입할 때의 표정, 협주하러 나왔을 때의
전체적인 분위기등이 어우러져서 자연히 퍼지는 아우라를 느꼈다고 할 수 있지요. 그리곤 그녀의 연주에
몸을 맡기고 계속 지켜보다보니 어느새 8중주가 끝나버렸습니다.
수베르트의 8중주에 비해서 밝은 멜로디라서 두 곡을 비교해서 들어보아도 좋겠다는 생각도 하게 된 날.
광화문이라 한 번에 집에 가는 버스가 있어서 마음이 편한 날이라서 음악회에 함께 간 영미씨랑 after를 하면서
요즘 갑자기 운동과 음악에 에너지가 폭발해서 시간을 많이 쓰다보니 책 읽을 시간이 모자라서 머리가 비어버리는
기분이라고 고백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루는 정해져 있는데 하고 싶은 일은 갈수록 늘어가고 하나 하나
다 즐겁고 소중한 일이니 참 난감하네요.
한동안 줄창 연습을 해서 그런지 어제는 유난히도 바이올린 주자들의 활 쓰는 법에 주목해서 보게 되고
아하, 저래서 이렇게 ,속으로 감탄하기도 하고, 스스로 대견하게 생각하기도 하는 묘한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언젠가 시간이 나면 음악회에 가야겠다, 언젠가 시간이 나면 악기를 배워야겠다, 언젠가 시간이 나면
어학공부를 하겠다, 이렇게 언젠가를 외치기 쉽지만 사실 지금 당장 하고 싶은 일을 하나라도 할 수 있다면
거기서 길이 보이지 않을까요?
어제 밤 함께 이야기하던 중 언젠가 산티아고를 걷고 싶은 영미씨는 사실은 스페인어를 공부하고 싶다고
수줍게 이야기하더군요. 그래요? 언젠가가 아니라 지금 당장 시작해보라고 권했습니다.
지금 당장이라는 말에 놀라길래 우선 책을 구해서 mp3에 담아 듣다가 금요일 음악회 시작하기 전
30분 전쯤 만나서 그동안 공부한 것 서로 점검해보자고 제안을 했지요.
언어란 혼자서 기본을 넘기가 쉽지 않은 일이라서 누군가 함께 하는 것의 효과가 더 큰 법이라서요.
음악회 이후의 after에서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것이 어떤 식으로 결실을 맺을 지 기대가 되는
날이기도 했습니다.
아무리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생각해도 그것이 activate되지 않으면 그것으로 끝나고 만다는 것을 배우게 된
것, 그래서 누구에게라도 손을 내밀고, 함께 하자고 권하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기도 하는 요즘의 제가
많이 성장한 기분이 드는 날들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