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 프레소라는 이름의 새로운 커피 숍이 도서관 옆에 생겼습니다.
6월에 문을 연 그 커피 숍에서는 6월 한 달 1000원 할인 쿠폰을 발행해서 편하게 이용하도록
유도를 하더군요. 처음 간 날 한 번에 6개나 쿠폰에 도장을 찍어주는 바람에 다음에도 이용하게 되었는데요
이른 아침 바이올린 연습하기 전에 잠도 깨고 몸을 개운하게 할 겸해서 뜨거운 아메리카노 한 잔 시켜놓고
아무도 없는 곳에서 귀에 설지만 느낌이 좋은 음악을 들으면서 책을 읽는 시간이 좋아서 자주 가게 되었는데요

그 시간이 참 즐거웠습니다. 7월이 다가오자 과연 1000원을 더 내면서까지 그런 시간을 계속 즐길 수 있을까?
그런 의문을 갖고 있던 중 어느 날, 여자 사장님이 제게 다가오더니 살짝 말을 겁니다.
손님이 여기서 이렇게 책을 읽으시니까 참 보기에 좋아서요, 7월에도 지금 그대로 커피 값을 내시면서
이용하시도록 할께요.
아니 이런 즐거운 제안이라니, 그래서 선선히 고맙다고 인사를 했지요.
나중에 집에 와서 보람이에게 그 말을 하니 보람이 왈 엄마가 혹시 가난한 학자처럼 보인 것 아니야?

일요일 아침, 일어나니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네요.
오늘 하루 운동을 쉬고 집에서 조금 빈둥거려보나, 아니면 박차고 일어나서 아침 먹고 운동하러 가나
고민하다가 가방에 책 두 권을 챙겨넣고 집을 나섰습니다.

금요일날 디브이디 반납하러 갔다가 신간서적 코너에서 발견한 책인데요 제목만 보면 또야? 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목차를 뒤적이다가 바로 이것이다 싶어서 빌린 책, 역시 신선하게 생각할 거리가 잔뜩 있어서
화요일 정독도서관의 라캉 특강 때문에 읽어야 하는 라캉에 관한 자료를 뒤로 하고 빠져들고 있는 중이거든요.
유전자 더하기 환경이 아니라 유전자 곱하기 환경이란 새로운 아이디어를 보여주면서 과학자들이
새롭게 실험을 통해서 알아낸 정보들, 그것을 개인적인 맥락과 연결시켜서 보여주는 방식과 어렵지 않게
최근의 성과들을 소개하는 글 솜씨등이 어우러져서 읽고 싶은 욕구를 자극합니다.

아주 조금 남았던 책이라 그 책을 다 읽은 다음, 라캉 읽기에서 읽다 만 부분을 조금 손댔지요.
상상계, 상징계, 실재계, 읽어도 무슨 말인지 선뜻 와 닿지 않는 구절도 많지만 라캉에 대해서 이런 저런
입문이 될 만한 글들을 읽고 나니 조금은 실마리가 생기고 있네요. 다음 화요일 정독도서관의 특강을 통해서
새로운 길이 열리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 특강은 도서관에서 철학 모임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기회가 와서 도서관의 지원을 받는 강좌인지라
무료입니다. 누구라도 관심있는 분들은 참여가 가능하니 그 곳에서 반갑게 인사하면서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있기를!!

이렇게 앉아서 책을 보다가는 결국 운동갈 시간을 놓치게 될 것 같아서 책을 덮고 인사하고 나오기 전
그녀에게 물었습니다. 어떤 분야의 책 읽기를 좋아하시나요?
그녀는 저는 별 취미가 없어서요, 얼굴을 붉히면서 그렇게 대답을 합니다.
이렇게 조용하게 책 읽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주시니 저도 제가 갖고 있는 것으로 뭔가 보답을 하고 싶어서요
책을 빌려드리고 싶은데 조금 더 생각해보겠습니다. 하고 나오면서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취미가 없다는 것은 겸손의 표현인가, 아니면 말 그대로일까?

그 전에도 그 공간에 커피 숍이 있었지만 거의 들러본 적이 없었는데 새로 생긴 공간에서 맺게 된 우연한
인연, 커피 숍과 체력 단련장 두 곳에서의 새로운 시간을 경험하면서 정해진 것이 아니라 변화하고 발전하는
과정에서 사람의 마음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 가, 눈여겨서 보고 생각하게 되는 날들입니다.

어제 밤에 이어 오늘까지 제임스 맥닐 휘슬러와 함께 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