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강남 역사모임에 갔을 때의 일입니다.
아템포님, 레몬 글라스님 두 분이 멀리 여행 다녀오셨는데 가시기 전에 부탁을 했었거든요.
아주 쉬운 프랑스어 혹은 스페인어로 된 화가에 관한 책 한 권씩 선물로 (미리 부탁하는 선물이라니
이것이 책이라서 가능한 상황이 아니었을까요? ) 사다 주실 수 있는가 하고요.
그러니 무슨 책을 만날까, 여행 이야기보따리만큼이나 제겐 그것도 궁금한 일이었지요.
아템포님이 구해 오신 고야에 관한 책은 앞으로 한 2년은 있어야 읽을 수 있을 정도로 고난이도의 책이라
일단 고이 모셔두고, 레몬글라스님이 구해 오신 르네 마그리뜨, 이 책은 사전들고 혼자서 조금씩 읽을만한
책이라 일요일부터 도서관에 앉아서 조금씩 읽고 있는 중이랍니다.

월요일 불어시간에는 지금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동방박사의 경배라는 한 작품에 대한 깊이 있는 해설이
들어있는 책을 읽고 있는 중인데요, 영어판과 대조해서 읽어도 무슨 소리인지 감이 잡히지 않아서 서로
머리 맞대고 끙끙대고 있는 중인데 집에서 혼자 읽으면 아니 이게 무슨 귀신 신나락 까먹는 소리 같은 말인가
싶은데 이상하게 여럿이서 이렇게 저렇게 분석하다 보면 아하, 소리가 절로 나는 경우가 종종 있지요.
그러니 이 책도 혼자 마지막까지 끙끙대면서 읽고 나서 월요일 불어 선생님이 되어 주시는 두 분께 물어보면
다른 각도로의 이해가 가능할 것이다 하는 희망으로 마음을 다잡고 있어요.

오전 시간이 조금 한가로운 화요일 아침, 그림을 보려고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으로 들어오니 이상하게
이미지를 제공할 수 없다는 작품이 많군요.

그림을 보고 있자니 어제 만난 한 학부형과의 대화가 생각납니다.
그녀는 제가 아이에게 추천한 그림에 관한 책을 함께 읽었는데 그 때마다 이름만으로 알고 있던 화가에
대해서 알 수 있게 되어서 좋았노라고, 그리고 요즘은 피아노를 배우는 중인데 정말 행복해서 왜 조금 더
일찍 이런 맛을 알려고 노력하지 않았나 후회가 된다고 하더라고요. 지금도 늦지 않다고 앞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많겠냐고 격력했더니 정말 그런가 갸우뚱하더군요.
오카리나, 하모니카, 리코더, 이런 악기를 앞으로도 배우고 싶다고 생각중이라고 하니, 그녀도 웃으면서
그래요? 저도 피아노를 잘 치게 되면 기타를 배우고 싶어요. 그리고 영어말고도 불어나 아랍어 이런
언어에도 관심이 가고요. 아이들이 성공하는 인생도 좋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일상에서 즐기면서
사는 그런 아이로 컸으면 좋겠어요.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자 지금은 늦게 오면 자리 맡기도 어려운 목요일 수업에 오라고 저절로 권하게 되더라고요.
김영사에서 나온 만화로 읽는 고전을 두 권 빌리길래 아직 아이에겐 무리가 아닌가 물었습니다.
아니, 이것은 제가 읽으려고요. 사실 이름만 들어보았지 한 번도 제대로 읽은 적이 없는데 만화로 읽으니
이 정도는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서요. 그러면서 고른 두 권의 책이 아리스토텔레스와 막스 베버였거든요.

그녀가 목요일 수업에 참석하게 될지 아닐지 아직 모르지만 다음에 만나면 이름을 물어볼 예정입니다.
누구의 어머니에서 누구씨가 되는 날, 드디어 새로운 관계가 시작된다고 저는 그렇게 생각하거든요.


카루소님이 올려주신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과 더불어 이른 아침, 생기있는 시간을 보내고 나니
이제 드디어 오늘 레슨을 위한 연습 준비할 힘이 생겼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