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를 만날 때면, 이렇게 포근한데...../
어,어디서 많이 들어본 선률이다!!
민혜경의 <어느 소녀의 사랑이야기>.
그렇다면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5번은 또하나의 별칭이 주어져야,,,,'
민혜경 교향곡'으로.
그림 속에 그림이 있듯, 음악 속에도 음악은 있죠.
흐르는 곡은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5번(비창은 6번) 파이널 4악장.
음악사는 표절,편곡의 역사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명곡들도 후세에 가필,편곡된게 태반이죠.
며칠전 세종홀에서 체코 프라하 방송교향악단 공연엘 갔어요.
인근 고려삼계탕집에서 보양하고.
세종홀로 향하니 계단에 설치된 가설무대에선 공연이 열리고있네요.
'광화문 문화마당'으로 7시 30분 부터 한시간 동안.
오늘은 한국 무용,다음 날은 피아니스트 주혜정씨 베토벤 공연이,,,이어 죽~~~~.
어깨에서 가슴팍으로 이어지는 춤사위 곡선이 교향곡 아다지오 선률이이라는~~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5번 4악장
Evgeny Mravinsky, Cond
Leningrad Philharmonic Orchestra
프라하 방송교향악단은 체코 3대 오케스트라로 불리는데.
지휘는 페트르 브론스키~(아래 사진 지휘자)
생전 카를로스 클라이버를 보는듯 유려하고 율동적인 지휘를 보여주네요.
이틀 공연 중 첫날은 체코 관현악단 답게 스메타나와 드보르작입니다.
둘은 체코가 배출한 2대 작곡가로 사제간.
연주곡은 스메타나 '나의 조국' 중 몰다우,드보르작 교향곡 7번,그리고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
피이노협주곡 2번 협연은 콘스탄틴 셰르바코프가(읫사진서 앞에 서있는 사람)
그는 살아 있는 라흐마니노프로 불릴 정도로 라흐마니노프 스페셜리스트입니다.
유명 교향악단 내한공연 시 가장 많이 연주되는 작곡가는 누굴까?
베토벤-드보르작-차이코프스키 3종세트입니다.
이유는??
드보르작의 보헤미안 정서,차이코프스키의 슬라브 정서가 한국인 귀를 자극한거죠.
일본 사람에 고흐,베토벤 사랑은 유별나죠.
영향으로 우리의 베토벤 사랑도 특별하고.
그러다 보니 이를 유명 작곡가의 레파토리 선택은 티켓 판매에 큰 영향을 미쳐요.
베를린 필,빈필 정도가 아니면 메인 곡은 국내 기획사 요구를 따릅니다.
이는 당연 애호가들로서는 큰 불만.
공연료는 터무니 없이 비싸고.
난 마지막 날 공연을~~~
풀 오케스트라 아닌 50여명 소편성에다,좌석은 2층 끝이라 절망이네요.
무대와 맨 뒷자석 간 거리가 너무 멀어 악단을 보는데도 눈이 피곤할 정도.
3,4,5층도 있는데 4,5층에선 연주자들이 그야말로 개미같습니다.
첫곡은 모짜르트 오페라 '피가로 결혼'의 서곡, 이어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5번 '황제'가.
상황이 이러하니 '황제'의 장엄미하곤 도통 멀고,독주 피아노 소리는 아련하고.
마지막 곡은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5번~~~~.
피가로 서곡이 흥겹다면 '황제'는 장엄하고,교향곡 5번은 비장합니다.
앞 곡의 실망과는 달리 차이코프스키에서 어느 정도 만회되네요.
차이코프스키는 교향곡을 6곡 남겼어요.
이중 4,5,6번이 명곡.
6번 비창을 으뜸으로 치는데 5번도 슬픈듯 참 아름답죠.
교향곡 4번,아니 3,4,5번을 이해하려면 그를 이해할 필요가 있어요.
그는 우울증 환자에 음악사 공인1호 동성애자였죠.
차이코프스키는 37세에 제자의 대쉬로 곡절 끝에 결혼했는데 2주만에 강물에 빠지는 자살소동을.
결국 이후 한번도 아내를 보지 않았죠.
딸을 둔 돌싱 조르드 상드에 음악적 열정을 불태운 쇼팽 처럼
그에게도 뮤즈가 있었어요.
러시아 철도왕인 남편과 사별한 폰 메크 부인입니다.당시 그녀
는 47세로 슬하에 11명의 자식을.
이후 그녀는 14년 동안 차이코프스키 물질적,음악적 후원자가 되었죠.
하지만 쇼팽처럼 가냘픈 영혼의 차이코프스키,,,,,,
어찌 해보지도 못하고 둘간 처음 약조에 충실할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린 편지로만 교감한다!/
차이코프스키가 얼마나 정신적으로 그녀에 의지했는지는 편지를 보면 알수있죠.
/제가 얼마나 오랫동안 당신의 글씨를 그리워했는지 아십니까?/
4,5번은 그녀의 후원 속에 탄생했고 5번은 음악 인생의 절정기 작품입니다.
외출한 샹드를 기다리며 비내리는 창가에서 작곡한 게 '빗방울 전주곡'이듯,
차이코프스키 4,5번에도 그런 심사가 들어있겠죠.
그녀에 대한 갈망,그러나 더 나아갈수 없는 숙명이 드러나 있는.
그러나 전체적인 느낌은 비애지만 마지막 악장에선 희망을 드러내듯
그녀를 향한
음악적 표현이 5번입니다.
변화가 많고,왈츠풍이 들어가 경쾌하고,슬프지만 아름답고 열정적인,그러나 구조의 정밀함도 지닌,,,,
초연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차이코프스키의 지휘 아래.
그런데 초연 후 평가들이 재미나네요
음악 평론가들은 혹평을,관객들은 환호를.
평론가들의 혹평 이유가 음악적 구조가 엉성하고 교향곡에 왈츠곡을 넣었다는 거였죠.
한마디로 교향곡 전통을 따르지 않았다는.
인너서클의 평론가들 또한 한통속이라 지극히 보수적이죠.
아마 관객들은 왈츠풍이 들어감에 따라 즐거웠을 거구.
당시 유럽 음악계는 왈츠 광풍이 휩쓸고 있던 시기였거든요.
예나 지금이나 미술이든 음악이든,
후대엔 명곡,명작으로 인정받는 것들도 당대엔 아녔던 경우가 허다합니다.
불같은 사랑도 세월엔 장사없던가요,그런 둘의 관계도 금이 갔어요.
14년만에 갑자기 메크 부인이 후원과 관계를 끊어버립니다.
차이코프스키는 엄청난 정신적 충격을 받았는데 정신이상을 일으킬 정도였다죠.
그리고 3년 후 그의 최고 걸작 교향곡 6번을 작곡합니다.
따라서 6번 '비창'엔 어떤 형태로든 메크 부인에 대한 감정들이 들어갔겠죠.
베토벤,브람스,차이코프스키가 '사랑의 슬픔'에 빠졌다! 고 가정해보죠.
셋은 음악적 표현 방식이 참 달랐을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베토벤은 어떻게든 극복 의지를,
브람스는 한발 물러나 관조를.
차이코프스키는 순간 순간 감정을 폭발했겠죠.
차이코프스키의 이같은 성향은 비애,우수의 교향곡이라는 5번,6번에 잘 나타납니다.
비애감이 6번에선 절정을 이루지만 5번에서는 나름 잘 다스렸다고나 할까요.
지금 그런 곡 마지막 악장을 듣고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