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입도를 한 지 10일이 지났습니다.
며칠 전에 비가 잠깐 내리고는 그리도 날씨가 좋더만
오늘은 아침부터 비가 내립니다.
워낙 비내리는 것과 빗소리를 좋아하는지라
지금 제가 살고 있는 과수원내의 농가주택 창문을 열고
밀감나무와 방풍림 삼나무 사이로 쏟아지는
빗줄기을 한참 바라 보았답니다.
그리곤 꼭 꿈을 꾸듯....육지를 떠나 제주로 입도하던 날을 떠올려 봅니다.
3월 23일 일산에서 소량 이삿짐과 택배로 부치지 못한
컴터와 강쥐 두넘의 짐들을 차에 가득 싣고
새벽 6시 출발을 했습니다.
이번 제주로 이사를 오면서 가장 마음이 아팠던 것은
다들 성장해서 큰 자식들이지만 자주 볼 수 없다는 섭섭함과
노모의 시어머님께 죄송스러움이었습니다.
며느리인 저도 이런 심정인 데 장남인 남편은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제주로 꼭 가서 살고 싶어하는
마누라를 혼자 보낼 수 없어 함께 왔겠지만
그 불효의 마음을 제가 모를 리 없었지요^^
하지만 아직 건강하시니, 건강하실 때 이리 떠나지 못하면
늘 내 마음속을 맴돌 제주도에 대한 그리움을 저버릴 수 없어
마음을 단단히 먹고 제주행을 감행하였습니다.
부디 건강하시길 지금도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이른 아침 출발을 한 까닭에 고속도로는 한가로웠고
덕분에 장흥 노력항에는 출발시간보다 2시간 일찍 도착을 하였습니다.
평소에 강쥐들을 차를 잘 태우지 않은 탓에
긴장을 많이 했는 데..간간히 휴게소에서 용변을 보이고
아침은 남편과 교대로 먹으며, 배멀리를 생각해서 점심은 굶었답니다.ㅋ
말로만 듣던 처음으로 와본 노력항~
생각했던 것보다 작은 규모에 평일이어서 인 지 한산하더군요^^
강쥐들에게 신경이 쓰여 카메라를 꺼내지도 않다가
노력항 여기 저리를 둘러 보았습니다.
노력항 터미날은 지어진 지가 얼마 되지 않은 듯 꽤 깔끔하였고
배를 탈 시간이 가까워 오자 차들도 사람들도 많이 몰려 들었습니다
바람이 많이 불지 않기를 고대하였지만
선착장에 부는 바람은 은근 겁이 났습니다.
멀미약도 먹고 그걸로도 안심이 되질 않아 터미날 휴게소에서
귀미테도 사서 붙혔습니다.
그리고 스스로의 기념사진 한장 터미날 휴게소 거울을 바라보며
스스로 모델이 되어 찍어 보기도 하였습니다.ㅎㅎ(아랫사진)
아직은 한가로운 선착장 모습입니다.
나머지 내 생의 아름다운 삶을 위해 선택한, 저 지평선을 넘으면 육지를 떠나는 데
바다는 말이 없고 내 마음속에서는 만감이 교차되어 집니다.
새삼 무얼을 위해 이렇게 57년을 살아온 육지를 떠나는가?
나 스스로에게 묻기도 하고 무엇인가 하고 싶다는 생각을 생각만으로
갖고 있으며, 먼 훗날에 그에 대한 후회는 하고 싶지 않다는
결심아래 결행한 제주도행이 아닌가? 자위도 하면서
심히 불어대는 바람속에서 굳은 다짐을 다시금 잡아 보기도 했습니다
드뎌~~제주에서 떠나온 우리가 탈 오렌지호가 도착을 했네요~
제주에서 도착한 사람들한테 파도가 높았냐고 물으니,
아주 잔잔했다는 대답에 심히 안도를 했습니다.ㅎㅎ
차들이 먼저 선적을 하고....
보기보다는 넓은 배안에 사람이 별로 없어 널널하더라구요^^
케이지안에 강쥐를 넣치 않으면 배를 탈 수 없다 하여
급히 구입한 케이지에 강쥐를 넣고 배안에서 바로 꺼냈는 데
걱정했던 것보단 잔잔한 배의 흔들림에
강쥐들도 얌전히 있어서 편하게 성산항까지 올 수가 있었답니다
남편품에 안긴 울 강쥐들입니다.
울 강쥐들을 소개드리쟈면, 하얀 말티즈가 티나이고 요키인 토토입니다.
바다가 잔잔한 탓에 1시간 40분의 항해끝에
드뎌~ 성산항에 도착을 하였습니다.
제주 성산항에 발을 내딛는 순간 제일 먼저
우리를 반긴 것은 매서운 제주의 바람이었습니다.
마치 행복을 찾아 꿈을 꾸듯 예까지 온 길을
현실로 이끌어 내듯 부는 바람에게 저는 대답을 했습니다.
지나온 인생길이 그리 녹녹친 않았지만
늘 희망을 안고 살아 왔노라....고!
성산항에 발을 디딘 많은 저 사람들은
다들 무슨 사연을 안고 왔을까 갑자기 궁금해 지기도 하였습니다.
내 노후의 인생길을 싣고 와 준 오렌지호에게도
고마움의 인사를 전하며.....
적지않은 나의 지난 인생길에도 감사하며,
이곳 제주에서는 회향의 길을 걸으리라 다짐해 봅니다.
우선 제주도 구석 구석을 사징기를 들고 다녀 보려 합니다.
그리고 인터넷을 통해 제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허름하지만 내 집을 찾는 사람들에게 따스한 밥한끼, 차한잔으로나마 정성스레 맞이하려 합니다.
그리고 제주를 이곳 저곳 다니며 좋은 작품의 사진을 만들 수 있다면
몇년후 제주의 사진들로 조촐하나마 회갑사진전을 갖고 싶은 꿈도 있답니다.
꿈도 너무 야무진 듯 합니다요^^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