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부터 목요일 수업에서 읽어오던 반 룬의 the story of mankind가 드디어 오늘 끝났습니다.
물론 중간에 방학때마다 쉬었기 때문에 더 오래 걸리긴 했지만 번역하는 일에 그치지 않고 그 안의 내용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다가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새기도 하고, 다시 방향을 잡아 수업으로 돌아오기도 하는 둥
여러가지 사연이 있었던 수업이라 더 기억할 만한 날인지도 모르겠네요.

다음에 함께 읽을 책은 이미 정해졌기 때문에 (the 100이란 제목의 책인데요, 100명의 인물이 세계사에 기여한
순서라고 생각한 저자의 생각에 따라 100명의 인물에 대해 서술하는 중에 1위가 무하마드, 2위가 뉴턴
이런 식으로 상식의 허를 찌르는 책이라 재미있게 읽게 될 것 같아요 ) 번역해올 사람들의 순서를 정하고
책이 끝난 것을 축하하느라 점심을 함께 먹으러 갔습니다.

음식점에 나란히 앉을 자리가 없어서 두 쪽으로 나누어 앉았는데 겨우 그 정도 자리의 분리라도
서로가 하는 이야기를 전혀 공유할 수 없었던 시간, 묘한 느낌이더라고요.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많이 모여서
이야기한다고 해도 서로에게 소통되는 범위는 어느 정도 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함께 하는 시간들이 개인적인 결핍의 충족만이 아니라 공공선을 위해서 뭔가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가도 그것은 각자의 몫으로 남겨두고 우선 발걸음을 떼는 것 자체가 더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합니다.. 이 시간을 여러 해 함께 해 온 사람들도 있고 막 들어와서 이 공간이 낯선 사람들도 있으니
서둘지 말자고 한 숨 돌리기도 하고요.

맛있는 점심과 풍성한 이야기를 뒤로 하고 집에 와서 오전중의 바쁜 시간을 접어두고 오랫만에 노래를 듣고
있습니다. 뭔가 새로운 봄을 맞는 기분을 내고 싶어서요. 라벨의 세헤라자드에 나오는 노래들인데요
내용은 못 알아들어도 소리와 악기의 울림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4월을 코 앞에 두고도 아직 봄같은 느낌이 덜해서 그런지 이상하게 봄내음이 나는 그림을 보고 싶어서
뒤적이다가 만난 노랑색



같은 화가의 그림이 여러 점 있군요.

혼자서 자축하는 시간, 봄을 맞는 시간, 이것으로 충분한 느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