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줌인줌아웃

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on aging (나이 듦에 관하여 )

| 조회수 : 1,727 | 추천수 : 19
작성일 : 2011-03-30 13:52:07


  
며칠 전의 일입니다 .고등학생이 읽고 있는 책속에서 on aging 실험에 관한 글이 실렸더군요.

74세란 어떤 느낌일까를 알기 위해서 34살 건강한 사람에게 눈에는 고글을 , 그리고 손에는 장갑을 끼게 한 다음

백화점으로 데려가서 실크 스카프를 고르게 하는 실험인데요, 당사자는 실크인지 아크릴인지 장갑낀 손으로

고르기 어렵고, 시야가 좁아져서 백화점 안에서 허둥대면서 쉽게 피로를 느낍니다 ,그리곤 쉬고 싶다고 말을

하는 순간, 갑자기 자신의 아버지가 백화점에 쇼핑하러 가면 하는 대사를 본인이 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노라고

자신의 실험결과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대목이었습니다.



이런 글을 어린 아이들이 읽으면 단순히 지문에 불과하겠지만 이상하게 제 마음속에 남아서 자꾸 되돌아보게

되네요.

또 한가지 일은 마트에서 계산을 하던 한  중년남자, 아직 누군가의 할아버지라고 하기엔 젊어 보이는 .

계산대의 여성에게 10830원짜리 물건값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에서 10800원을 미리 낸 모양입니다.

30원이 없다고 1000원짜리 한 장을 낸 다음 970원을 거슬러 받고는 계속 그 자리에서 이미 800원을 냈는데

왜 거스름돈이 이것밖에 되지 않는가 따지고 있고 계산대의 여성은 아버님, 이런 호칭을 계속 부르면서

(사실은 손님이라고 해도 무방하련만 ) 왜 970원을 내주는 것이 맞는지 설명을 합니다 .아무리 설명해도

이미 머릿속에서 한 가지 생각을 갖고 있는 그 남성은 이해가 되지 않는지 같은 소리를 또 하고 또 하는 중

기다리던 손님들이 못 참고 이 아가씨 말이 맞다고 해도 상황이 해결되지 않더라고요. 저는 다른 쪽 계산대여서

계산을 마치고 나가는 길인데도 이상하게 그 상황이 오래 오래 남아 있네요.



들소리의 실버반 무료 강습 마지막 날입니다 오늘이

그런데 지혜나무님이 오늘 사정이 있어서 못 간다고 하네요. 순간 그렇다면 나도? 유혹을 느끼다가

마지막 날이니 일단 가서 인사라도 한 다음 계속 하고 싶은데 어떤 식으로 운영하게 되는지 물어보고 가는 것이

어떤가 이야기를 했지요. 오전에 만나서 한 수업이 조금 늦어져서 들소리에 서둘러 가니 벌써 북소리가 나고

있습니다.

시어머니와 자신 몫까지 레슨비를 이중으로 내야 하는 지혜나무님이 선처를 바란다는 말을 하기도 전에

이미 이 모임이 활성화되기 위해선 수강료를 적게 해야 문턱이 낮아진다고 한 달에 2만원으로 책정을 했다고

하더군요.



지혜나무님이 돌아가고 나니 제가 그 반에서 가장 젊은 축에 드는 그런 수업이 계속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연배가 높은 분들은 강사가 말하는 내용과 몸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조금씩 달라서 그것이

일치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 그러니 저도 갈등을 겪게 되는군요. 한편 이런 체험은 일부러 하긴 어렵지만

이런 상황에서 즐겁게 이 과정을 함께 하다보면 뭔가 앞 날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생각할 기회가 되지 않을까

마음을 바꾸어 먹었습니다.



바꾸어서 생각하면 수유너머의 젊은 동료들이 우리들을 보고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정신이 번쩍 들기도 했고요. 그래서 어떤 의미에서는 나이가 다양한 섞인 그룹에서 활동해보는 것이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는 좋은 훈련장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느린 것은 그대로 좋지만 거기서 스톱을 하고 더 이상 앞으로 나가려 하지 않는 것이 문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늙었다는 것은 생물학적인 나이가 아니라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 혼자 생각해왔지만 생물학적 나이도

사실은 무시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이런 저런 생각으로 머리속이 번잡한 날들을 보내고 있네요.



앞으로 점점 이런 생각을 하는 날이 늘어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역시 마음을 열어놓고 호기심으로

눈이 반짝이는 그런 시간들을 살아가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들소리에서는 마지막으로 장단을 맞춘 다음

브라질 북이라는 북으로 강사가 장단을 치면서 마음대로 우리가 그 소리에 맞추어 북을 치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처음에는 그런 자유시간이 버겁게 느껴졌지만 나도 모르게 다양한 가락을 만들어가면서 몸도 조금은 움직이게

되는 내 안에 이런 에너지가 있었나 전혀 생각지도 못한 동작을 끌어내는 시간을 보냈지요.



수업이 다 끝나고 브라질 북을 한 번 쳐보고 싶다고 하니 기꺼이 해보라고 하네요. 북채가 팀타니를 칠 때의

북채와 똑 같아서 소리가 궁금했거든요. 그런데 들소리에 왜 이런 북이 있는가 물었더니 앞으로 사물놀이에

다양한 방식을 접목시키고 싶어서 가져다 놓았고 강습도 받을 계획이라고 하네요. 그래요?

그렇다면 타악기 소리가 멋진 음반이 있으니 다음 번에 빌려드리겠다고 약속하고 돌아오는 길, 여기서도

뭔가 새로운 기운을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생겼다는 사실에 저절로 웃음꽃이 만발합니다.



그러니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공포심을 없애는 것, 그것도 인생의 일부, 무엇보다도 소중한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기쁜 마음으로 맞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지만 역시 혼자는 어려우니 그런 식의 미래를 맞고 있는

선배들을 만날 수 있길, 그리고 앞서가고 있는 롤 모델에게서 기운을 얻고 함께 할 수 새로운 장을 만들어

갈 수 있길 간절한 마음으로 빌게 되네요.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들꽃
    '11.3.30 6:36 PM

    나이듦의 다른 행동과 생각에 대해
    아~ 충분히 그럴 수도 있구나.. 이런 마음을 가져야 할 것 같아요.

    나와 다르지만 충분히 그럴 수 있고,
    나도 언젠가는 나이 들어가는 거고.

    이해하는 마음,배려하는 마음을 가지고 바라볼 수 있다면
    나이듦의 서러움이랄까? 그런것은 조금이나마 해소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누구나 늙고 쇠퇴해가는것이니...

  • 2. coco
    '11.3.31 6:06 AM

    ㅎㅎ 나이드는 것이 두렵다면 아직 젊다는 건지도 몰라요. 일단 몸이 말썽을 일으키면서 나이드는게 두렵게 나가오지요, 그러면서 필요이상 두려워지기는 것도 사실이고요, 그런데 도움이 되는 말들을 건지게도 됩니다. 몇년 전엔가 스웨덴 영화감독 잉그마르 베르그만이 죽기 몇년 전에 그런 말을 하더군요. 젊어선 죽음이 그리 두려웠는데 이 나이가 되니 죽게 된다는게 매우 합리적인 것 같다, 뭐 그런 말이었는데 상당히 위안이 되는 말이었습니다.ㅎ 몸이 힘들어지니까 맘도 약해지는게 자연스럽고 언제까지 독립적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은 누구나 중년을 지나면서 하게 되겠지요. 반면에 언제 어떻게 올지 모르는 죽는 날까지 살아가는 방식과 삶의 표현은 자신에게 달려있다는 사실, 그런 것을 늘 염두에 두고 있어요. 그리고 한가지 언제든 죽을 수 있는 나이에 들어갔다는 의식이 들었을때 이만큼 살면서 깨친 경험적인 것들을 어떻게 젊은 사람들에게 전해주어야 할까 하는 밀려드는 책임감같은 것이 근 몇년에 생기기도 하더군요. 그 이유는
    제가 젊었을때 누군가가 알려주었으면 피할 수 있었던 어려움들을 생각해보면서 왜 나이든 사람들은 필요한 정보를 주는데 그렇게 야박했을까 하는 기억때문이기도 하고요.ㅎㅎ

    세대간의 소통문제들, 저는 절대적으로 여러 세대간의 소통이 모두에게 큰 도움이 되고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제 세대의 사람들과만 소통한다면 삶이 정말이지 지루할 겁니다.ㅎㅎ 평등한 사고로 행동한다면 세대간에 큰 소통의 문제가 많이 풀릴거고요. 사실 대단히 깊고 넓은 주제고 보편적인 문제라 매우 추상적으로 글을 달게 되었습니다.

  • 3. coco
    '11.3.31 6:25 AM

    요즘 프랑스에선 홍상수 감독의 하하하를 상영하기 때문에 저도 보게 되었습니다. 보고나니 이영화가 에이징, 나이먹음에 대한 영화로 보이더군요.ㅎ 저만 그렇게 보았나요? 젊은 남자, 시인이 있고 중념 남자 두명, 영화감독과 교수가 친구로 나오더군요.[물론 제눈에 중년 남자 둘도 젊은 남자들이지만 영화의 객관적 설정상 시인에 비해서 나이 먹은 사람들로 나오는 겁니다.] 젊은 남자, 시인은 아주 에고이스트이고 성격도 모나고 상냥하지도 않고 심지어 매우 무례하고 난폭하기까지 한데 늙은 여성, 젊은 여성들이 모두 그에게 다정합니다. 반면 중년의 두 남자들은 여성들을 꼬시는데 연신 아부를 해야 하고 스스로를 남들 앞에서 욕보이게 까지 하면서 자신들을 낮추어야 간신히 한 여성을 확보하게 되는 현실의 한계를 대조적으로 묘사하고 있더군요.ㅎㅎㅎ 홍상수 감독은 마치 곤충학자같이 인간이란 종을 그대로 관찰해서 스크린에 묘사하는 감독이니까 그의 렌즈를 통해서 에이징에 대한 단상을 이렇게 보게 되기도 한데 물리적으로 그렇겠지만 사실 너무 빤한 단면적 관찰이거나 아니면 늙은 남자들의 자기 연민적 토로같이 보이기도 해서 그의 다른 영화들에 비해 감동은 덜했습니다.ㅎ 제가 늙어가니까 늙어간다는 것이 물론 슬프고 불편하고 두려움은 늘 도사리고 있지만 뭐라 간단히 표현할 수는 없지만 어떤 복합적인 다른 세계로 열려있는 면도 있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시간의 축적도 어떤 축적일테니까요. 다만 망각이라는 것이 그 축적을 단칼에 이리 저리 부숴대니 문제긴 하지만요.ㅎㅎㅎ

  • 4. 카루소
    '11.4.1 2:06 AM

    브라질 타악기 판데이로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14654 산사의 일출 3 청미래 2011.04.04 1,408 17
14653 반려동물의 나른한 오후시간 - 리트리버 법이의 오후 6 미실란 2011.04.04 1,909 24
14652 4월27일 상해 여행 함께 가실분..계실까요? 3 독수리오남매 2011.04.04 1,380 20
14651 개들과 산책 - 봄날 섬진강가... 2 미실란 2011.04.04 1,683 16
14650 전통 뗏배 2 어부현종 2011.04.04 1,372 15
14649 기발한 예술품, 즐감하세요..^^;; 5 remy 2011.04.04 1,618 19
14648 장구경 - 섬진강가 곡성 전통시장 7 미실란 2011.04.03 1,800 19
14647 아름다운 제주살이~1 15 제주/안나돌리 2011.04.03 4,814 26
14646 카루소님께 3 intotheself 2011.04.03 1,715 15
14645 장사익의 노래 꿈꾸는 세상을 듣다 3 intotheself 2011.04.03 1,861 18
14644 가져가 버렸지요.내 탓이기에... 4 카루소 2011.04.02 2,055 20
14643 국립 중앙 박물관에서 만난 봄 1 intotheself 2011.04.02 1,477 15
14642 4월 달력입니다. 7 안나돌리 2011.04.01 1,853 21
14641 리빙 디자인 페어 ... 다녀오신 분... 사진 부탁해요 소박한 밥상 2011.04.01 1,110 27
14640 토종 민들레는 어떤 색일까요? 9 카루소 2011.04.01 2,180 20
14639 온달산성에서 남한강 & 소백산 5 wrtour 2011.04.01 2,053 18
14638 모처럼 오른 북한산 숨은벽 2011-3-26 1 더스틴 2011.03.31 1,656 16
14637 목요일의 대장정이 끝난 날 3 intotheself 2011.03.31 1,416 17
14636 물 속에 비친 너를 바라보며~ 3 청미래 2011.03.31 1,178 10
14635 해운대의 밤풍경... 4 땡아저씨 2011.03.31 1,273 15
14634 on aging (나이 듦에 관하여 ) 4 intotheself 2011.03.30 1,727 19
14633 현천 산수유 마을 ~~~~~~~~~~~~~~ 2 도도/道導 2011.03.30 1,513 18
14632 농부의 생일 날 7 미실란 2011.03.30 1,353 15
14631 늘 확인하려 했지만... 3 카루소 2011.03.30 2,065 16
14630 바람이 분다... 5 카루소 2011.03.30 2,158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