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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장사익의 노래 꿈꾸는 세상을 듣다

| 조회수 : 1,861 | 추천수 : 18
작성일 : 2011-04-03 10:40:35


  
일요일 아침 , 시간을 맞추지 않고 자는 날인데도 묘하게 일찍 일어나게 되는 날이기도 하지요.

소파에 누워 멘델스죤의 피아노 삼중주를 걸어놓고 듣다보니 몸이 저절로 개운해지는 기분,덕분에 좋은 기운으로

하루를 시작하게 되었고, 밥솥에 조금 남은 밥을 먹고는 쌀을 씻으면서 고른 음반이 장사익이 꿈꾸는 세상입니다.

그런데 꿈꾸는 세상, 내가 살고 싶은 나라, 내가 꿈꾸는 삶, 이런 식으로 생각이 번져서 재미있네요.



어제 오후에 영어책을 읽으러 온 여학생이 조심스럽게 물어보더군요. 선생님, 혹은 영국 가신 적 있어요?

응, 가본 적 있는데 갑자기 왜 물어보니? 학기 중인데 여행갈 계획이 있니?

예, 내일 새벽에 가요. 내일 새벽에? 그러면 미리 말하지, 영국에 대해 조금 읽어보고 가면 더 좋은데

그래서 지금 말하는 거예요. 어디 어디 가니? 어느 정도? 그리고 학기중에 가는 이유는?

여러 가지를 물으면서 그 아이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을 골랐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인 그 여학생은 처음 엄마랑 인사하러 왔을 때 아주 싸늘한 표정으로 저는 영어가 정말

싫어요 하고 말해서 저도 엄마도 놀랐던 기억이 있는 여학생입니다. 그래서 참 조심스럽더군요.

무슨 상처가 있길래 저렇게 단호하게 영어가 싫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공부하러 꼭 오지 않아도 되니 네가 하고 싶은 말을 해보라고 권하고, 어머니는 밖에서 기다려 달라고 했지요.

처음에는 말을 하지 않고 있던 아이를 달래서 그러면 무슨 일을 할 때 행복한가, 물었더니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을 때와 그림 그릴 때가 좋다고 하네요.

그렇다면 그림을 보는 일은 ? 보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대답하네요.

그렇구나, 그러면 선생님이랑 정 반대로구나, 나는 그림을 보는 것은 정말 좋은데 그리는 것은 도화지만

앞에 놓고 있어도 긴장이 되어서 정말 싫었거든.



그러자 아이가 피식 웃습니다,어른이 그런 말을 하는 것이 재미있었던 것일까요?

마음이 조금 열린 기분이 들어서 그림에 관한 책을 여러 권 들고 와서 보여주면서 본 그림이 있는지 짚어보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고흐,피카소, 레오나르도 다 빈치등의 그림을 본 적이 있더군요.

그러면 처음 보는 그림중에서 마음에 드는 그림이 있는가 그렇게 질문을 하니 르노와르의 그림을 선택하네요.

그렇다면 화가에 관한 쉬운 책을 한 권 들고가서 읽어보고 다음 주에 이 곳에 오고 싶은지 오기 싫은지는

그 때 정하면 된다고 하자 알았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해서 만나게 된 아이인데요, 처음에는 마음의 문을 쉽게 열어주지 않아서 힘이 들었지만 지금은

웃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아직도 이것은 싫어요, 저것은 싫어요하는 것이 있지만 그래도

조금 진입장벽을 쉽게 해주면 그래요? 하면서 따라오기도 하고요.



어제는 영어책을 덮고 자연사 박물관에 관한 책, 그리고 대영박물관, 내셔널 갤러리, 빅토리아 앤 알버트 뮤지움

(마지막 두 권은 영국에 갔을 때 구한 영어책이긴 하지만 빌려주면서 그 곳에 가면 가족들이랑 그 책안에 있는

것은 꼭 볼 수 있길 바라고 가능하면 그림 그리기 좋아하니까 그냥 보지 말고 노트를 한 권 들고 가서 그리면서

보면 더 좋지 않을까 권하기도 했습니다. 그것 좋겠네요. 그리면서 보면, 아이는 새로운 것을 발견한 것 마냥

좋아하더라고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영국에서 보물찾기등을 보면서 중간중간 질문을 하면 대답을 해주기도

하는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냈습니다.



필요가 촉발하는 관심이야말로 에너지가 풍부한 것이 아닌가를 실감한 날이었습니다.

그러고보니 생각나는 또 한 가지 에피소드

목요일에 함께 공부하는 혜영씨는 미국에 살 때 일본인 친구가 생겼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그녀는 사년을

미국에서 살아도 영어가 거의 늘지 않고 혜영씨는 일본어를 전혀 모르고 그러니 친하기는 하지만 더 이상

이야기하기가 어려운 점이 많았다고요.

이번 일본 지진으로 안부가 걱정이 되어 전화했지만 옆에 살 때는 사전이라도 놓고 찾아가면서 말을 이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얼굴을 보지 않고 이야기하려니 아주 기본적인 것만 이야기하고는 더 이상 할 수 있는 말이

없어서 일본인 친구가 영어를 배우는 것보다는 자신이 일본어를 배우는 것이 지름길인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더니 금요일 회화 모임에 나왔는데 거의 모르는 상태에서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하고 싶은 말을

기억해서 그 자리에서 바로 말을 해보는 적극성을 보여서 놀랐습니다.



아주 기초적인 책을 소개했는데 이 주일 후의 금요일에 만나면 어떤 변화를 보여줄지 궁금할 정도거든요.

물론 그녀가 이미 영어를 할 줄 알고 그것도 상당히 능숙하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새로운 언어에 누구라도 그렇게 적극적으로 달려드는 것은 아니니 그렇게 강력한 필요, 친구랑 소통하고 싶다는

그런 필요가 없다면 가능한 일일까 싶거든요.

이상하게 꿈꾸는 세상을 듣다보니 이 두 가지 에피소드가 생각나서 저절로 웃음짓게 되네요.

일주일 후에 돌아온 혜린이와 무슨 이야기를 나누게 될지, 혜영씨의 일본어가 어떤 식으로 발전하게 될지

둘 다 제겐 기대감을 갖게하는 일인데 , 한가지 더  기대가 되는 것은 사람들이 꿈꾸는 세상이란 어떤 세상일까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지면 좋겠다는 것,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캐드펠
    '11.4.4 2:40 AM

    장사익씨 말씀 하시니 저는 개인적으로 삼식이랑 찔레꽃 좋아한답니다
    가게에서 한가할때 가끔 들어요^^
    저의 딸아이가 오늘 그룹수행평가를 한다고 친구 집에 다녀 오더니 엄마께서 배워두어라
    하는것은 무조건 배워야 한다는걸 절실히 느꼇다고 하네요
    왜냐고 물었더니 피아노랑 단소등을 배울때는 지겨워서 싫었는데 오늘 수행곡이 어려워서
    약간의 편곡을 했는데 도움이 많이 됐다면서요
    사실 배우러 다닐때 지겨워 하면 야단도 치고 달래기도 하면서 과정을 끝냈던 적이 많았거든요
    그러면서 한 술 더떠서 기타를 배우고 싶다는데 시간을 어찌 내야 하나 고민입니다

  • 2. intotheself
    '11.4.5 2:09 PM

    캐드펠님

    방학때 몇 곡 배우고, 학기중에 치고 싶을 때 기운 돋게 연주할 수 있다면

    고등학생에겐 그것이 좋은 방법이 아닐까요?

    학기중에 배우는 것은 사실 어려운 일이라서요

    그래도 꼭 배우고 싶다면 놀토에 배우고 (이 주일에 한 번 정도 ) 나머지 기간에

    시간 날 때 연습하면 그것도 좋은 시간이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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