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보람이의 부탁을 받고 행복한 왕자 도서관의 서가를 뒤적이던 중 역사책이 늘어선 자리에
뭔가 낯선 책이 한 권 들어가 있는 것에 눈길이 갔습니다. 어라, 니체를 다룬 청소년용 도서가 나왔구나
반가운 마음에 빼서 보니 진은영이란 이름이 눈길을 끄네요.그녀가 쓴 성인을 대상으로 한 니체를 읽은
적이 있어서 일단 관심이 생겨서 책을 꺼냈지요.
시간이 없어서 그 날은 표지만 들춰 보았고 어제 가방에 넣고 들어왔지만 어제는 그리스인 이야기에 빠져서
역시 들추어 볼 시간이 없었습니다.
월요일 다른 날보다 일찍 잠이 든 덕분인지 아침에 몸이 가쁜하네요. 오보에 연주곡을 틀어놓고 소파에 앉아서
역시 이 책도 앉은 자리에서 다 읽게 되었는데요, 니체가 말한 강한자의 개념, 신은 죽었다와 신은 아직
살아있다는 말의 진정한 의미, 영원회귀란 얼마나 오해되고 있는 개념인가, 낙타와 사자와 아이에 대한 이야기
이런 원전을 읽으면 오히려 이해하기 어려운 말들을 쉽게 ,그리고 아이들의 삶에서 실제로 생각해볼 장을
펼치면서 이야기를 잘 풀어나가고 있더라고요.
책의 내용에 어울리게 그림 작업을 한 것도 역시 책 내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일러스트레이션이
참 힘있는 작업이로구나 하고 느끼기도 한 시간이었습니다.
책 표지를 소개하고 싶어서 찾아보았지만 이상하게 올라와 있지 않네요. 대신 마티스의 그림을 다시 찾아서
보는 중입니다.
남북국에 대한 책을 고를 때 , 이런 생각지도 않았던 숙제 도우미를 하면서 뭔가 새로운 것과 만나겠거니
그런 생각을 할 때만 해도 이것이 니체 읽기와 이어지고,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다른 책에 눈독을 들이는 것으로
이어질 것이란 생각은 못했었습니다 .한국사 책과의 만남일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전혀 예상하지 못한
국면으로의 전이, 이것이야말로 오히려 더 즐거운 전이가 아닌가 싶어서 웃고 있는 중이랍니다.
그 책은 종의 기원- 쥐와 소나무와 돌의 혈통에 관한 이야기인데요
박성관이란 저자의 이름에 관심이 가서 메모를 해 놓았습니다.
수유너머에서 사회진화론에 관한 논의에 참여하면서 사회진화론 이전에 내가 아는 진화론이란 얼마나
기초적인 정보에 머무르고 있는가, 제대로 한 번 거기서부터 출발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참이라서요.
공부를 제대로 한 저자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해서 쓴 책이야말로 처음 출발하는 사람들에겐 일종의 지도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고 나면 어떤 낯선 것에 대해서도 진입장벽이 상당히 헐거워진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거든요.
웅진 주니어의 책읽는 고래-고전이란 제목의 시리즈인데요 니체의 책 이외에도 대동여지도, 종의 기원
동명왕편, 그리고 표해록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표해록이란 최부란 인물이 바다에서 표류해서 명나라로
흘러들어가 그려낸 명나라 풍경을 담고 있다고 하는군요. 역시 조선 시절 다른 나라를 본 그가 무엇을
어떻게 보았을까가 궁금해서 메모를 합니다.
니체를 읽고 나니 거대한 세상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과연 무엇인가 우울하던 마음이 조금은 개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수 있는 일, 이렇게 긍정적인 마음으로 돌아서게 하는 처방전을 받은 기분이라고
할까요?
책 읽는 고래 시리즈는 청소년이 있는 집에서 구해서 혹은 도서관에서 빌려서 아이들과 함께 읽어도 좋은
그런 책이로군요. 책 읽는 소녀처럼 혼자서 몰두하는 시간, 그 시간도 귀하지만 그렇게 읽은 내용을 서로
나누는 시간도 귀할 것 같아서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