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으로 쓴 이 말은 오늘 아침 보람이에게 보낸 메일의 제목이기도 합니다.
어제 밤 메일을 열어보니 엄마, 절망적이야 하는 메세지가 와 있었더군요.
무엇이 그렇게 절망적일까? 걱정되어서 읽어보니
이번 지진 피해를 입은 지역의 학생들과 형평을 맞추기 위해서 거의 모든 취직 면접 일정이 6월 이후로
미루어졌다고요.
4월안으로 끝내고 결과에 상관없이 돌아오겠지만 그 안에는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그래서 일주일 내내 설득해도 실패했던 귀국 일정 변경이 자연스럽게 4월 초에 오사카에서 있는 한 번의 면접
이외에 다른 특별한 일정이 잡히지 않으면 4월 초에 돌아가겠다는 말이 적혀 있었습니다.
금요일까지만 해도 설득에 실패하고 이제 보람이가 원하는대로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고 마음먹고
호암아트홀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라인의 황금을 보러 갔을 때도 11일 금요일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평온한 마음으로 무대에 집중할 수 있었답니다. 그런데 상황이 또 바뀌어 이제 마음은 안심이지만
마음속에 회오리 바람이 일고 있을 아이를 다독이는 일이 제게 또 남았군요.
그 곳에서 취직하기 위해서 일부러 이 곳 수업일정도 다 조절하고, 한 해를 어떻게 보낼 것인지 여러가지
계획을 갖고 떠난 길, 그것이 하필이면 내가 선택한 시기에 그런 일이 하는 마음도 들었던 모양이더군요,
자연재해가 일어나는 일은 인간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일이니 그렇게 생각해도 소용이 없고 그 기간에
하필 네가 그곳에 있었다 해도 바로 그 지역이 아닌 것도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면접이 늦어지는 일에
절망이란 말을 쓸 수 있다니 네 삶이 얼마나 평온하게 진행되어 온 것인가를 반증하는 것은 아닐까?
이렇게 긴 글을 쓰고 나니 이제 비로서 사람들과의 소통의 시도로 해 온 제 나름의 글쓰기로 돌아올 수 있는
기력이 생겼다고 할까요?
사람이 살면서 하는 모든 계획이 필요하긴 하지만 모든 일이 계획대로만은 되지 않는다는 것,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고 실망하고 마음이 불편해도 오히려 언젠가 그런 길 돌아가기가 열어주는 문에 감사하면서 뒤돌아볼
시간이 있다는 것, 설령 그런 길바꿈이나 되돌아감이 원래보다 못 한 결과를 가져온다 해도 그 과정 자체가
바로 삶의 일부란 것을 알게 되는 날이 오겠지요? 보람이에게도.
너무 길어서 언제 끝나려나 마음 졸인 지난 한 주, 그래도 시간은 어김없이 흘러가고 벌써 일요일
이제 머리속에 흘러넘치는 생각들을 멈추는 힘이 조금은 생겼다는 것을 느낀 일요일 아침이기도 했습니다.
생각을 멈추고 음악에 집중하는 시간을 보내고 나니 다시 마음속에 뭔가 좋은 에너지가 흘러들어오는
느낌이기도 하고요.
힘들었던 시간, 마음으로 걱정해주시고, 글로 전화로 격려해준 여러분, 그 마음을 오래 오래 기억할 것 같네요.
감사하다는 말로 감사하는 마음을 다 전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을 느낀 기간이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