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교보문고에 갔을 때 이상하게 눈길을 끄는 책, 그리스인 이야기가 출간되었더군요.
그래도 지금 읽고 있는 축의 시대와 이 정우의 세계철학사에서 지중해 문명에 나오는 그리스가 있으니
책 욕심 그만내고 필요한 책이나 사자라고 마음먹고 목차만 보고 내려놓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자꾸 마음이 끌려서 다시 가 보게 되더라고요.
마음이 이렇게 동한다는 것은 결국 읽어야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결국 책을 구하고 택배로 어제 아침에
받았습니다.
월요일은 원래 오전 불어수업 끝나고 점심을 먹고나면 수유너머에 가서 일본어 번역, 그리고 동아시아 역사읽기
이렇게 긴 시간 공부하고 늦은 시간 돌아오는 날인데 보람이의 과제를 돕느라 밖에 나가지 못하고 대신
집에서 그리스인 이야기를 펼쳤습니다.
역자후기를 끝으로 책을 덮을 때까지 얼마나 열중해서 읽었던지 결국은 연습하러 들고 들어온 바이올린 케이스는
열어보지도 못했는데 벌써 어둑어둑한 시간이 되고 말았더군요.
역자는 한국에서 법학을 공부하고 파리에 가서 문학으로 학사, 석사 학위를 받은 후 다시 미국에서 법학으로
학위를 받고 지금은 법학전문대학의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사람이더군요. 역자로서는 처음 만나는 사람인데
그가 어느 날 파리의 한 서점에서 이 책을 만나고 잠깐 뒤적이던 순간 비서를 만난 기분이라 결국 그 자리에서
책의 내용을 뒤적이느라 주차 위반 딱지를 두 장이나 발급받은 사연, 그에게 그리스란 무엇인가 하는 사적인
이야기, 우리안의 있거나 혹은 없는 헥토르를 생각하면서 글을 마친다는 마지막 인사까지 이상하게 역자후기
까지 제 마음속으로 파고 들어오는 집중의 시간을 지나고 나니 내가 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잘 모르는 세계와
다시 만난 기분이 들었습니다.
저자 앙드레 보나르의 호흡이 빠른 글전개도 그렇고 그가 소개하는 그리스 지형에 대한 눈에 잡힐 듯한 이야기
서사시, 서정시, 그리고 비극의 시대배경과 비극이 그리스인들에게 무엇을 의미했던가, 특히 페리클레스
시대의 장단점을 파헤친 부분은 제게 생각거리를 많이 던져주어서 이후에 그리스에 관한 글을 읽을 때
지도역할을 해 줄 수 있겠더라고요.
문명이 그 안에 품고 있는 야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그 시대의 것만이 아니라 그것을 이은 우리들에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과학문명의 개가로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 있지만 그 안에 손에 잡힐듯한 폭발의 위험을
안고 살아가는 요즈음
그래서일까요? 시대는 그리스이지만 지금 우리를 돌아보는 척도로 이 책을 연결해서 읽게 되는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