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우연한 기회에 일본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바이올린 선생님이 계시다는 말에
그렇다면 하고 한 번도 가르쳐 본 적이 없는 일본어이지만 영어 수업처럼 하면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자원해서 가르치고 배우고 하는 품앗이 수업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원래 마음에 품고 있던 악기는 첼로였지만 찬 밥 더운 밥 가릴 처지가 아니어서 이번 기회에 제대로
배워서 집에서 혹은 다른 사람들과 합주를 할 수 있는 실력까지 갈 수 있게 노력해보고 싶다고 시작한 일
그러나 중간에 선생님 사정으로 중단하게 되었지요.
겨울이 다 되고 여행도 가야 하니 새롭게 선생님을 구하는 절차를 알아보기도 번거로워서 그냥 혼자서
연습을 하다 보니 아무래도 지속하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여행 다녀와서도 방학이라 수업은 늘고
마루는 춥고 이래 저래 바이올린 케이스에 손대는 일이 없이 겨울이 다 지나가고 마음은 무거운 상태였는데
어느 날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바이올린을 들고 있는 동네 사람을 만났지요.
혹시 바이올린 배우시나요? 어디서요?
물어보니 자신이 아니고 딸의 바이올린이라고 그런데 동네 음악학원에서 배우는데 만족스럽다고 하네요.
그래요? 일단 마음속에 접수를 하고 또 한 주 어물어물하다가 마음 먹고 찾아가보았습니다.
어머니는 피아노를 딸은 바이올린을 전공하고 서로 번갈아서 서울과 일산에서 레슨을 하고 있다고요.
화요일 시간을 맞추어보니 레슨이 가능하다고 하더군요.레슨비도 저렴한 편이고요.
이왕 시작한 악기, 손에 익어서 누군가와 소리를 맞추어서 즐길 수 있을 때까지는 배우고 싶다는 생각으로
등록을 했고 오늘로 3번째 레슨을 받고 왔는데요, 미리 부탁을 했습니다. 피아노 악보도 조금 질문해도
되는가 하고요. 피아노 바이올린 두 가지 레슨을 다 받는 일은 아무래도 지출이 너무 많아서 곤란해서요.
그랬더니 흔쾌히 그렇게 해주겠다고 하네요.
처음 시작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가르쳐달라고 부탁을 했지만 역시 한 번 두 번 세 번 레슨을 거듭하다보니
이전에 한 것이 도움이 많이 되어서 집에서 연습하다 보면 지난 번 진도의 끝까지는 연습이 가능하다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이 세상에 불필요하거나 무용한 경험이란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30분의 레슨을 위해서 한 주일 내내 연습을 하고 특히 화요일 오전에는 피아노, 바이올린 시간을 조금 길게
내서 연습하고 레슨을 받고 돌아오는 길, 이런 일상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마음 깊숙히 감사하는 마음이
차오르네요.
그 곳에서 아이만이 아니라 어른들도 레슨을 통해서 음악을 할 수 있고 합주도 할 수 있는 그런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선생님에게 이야기를 하니 어른들은 시작은 하지만 꾸준히 하는 경우가 드물다고 하더라고요.
물론 사정은 알지만 조금 더 권해보시면 어떨까, 그래서 이 곳에서 어른들,아이들이 모여서 합주하는 연습도
하면 좋겠다고 일단 운을 뗐습니다.
조금 더 친숙해지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 계속 이야기해나가보려고 합니다.
물론 이상한 학생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녀가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방식에 대해서 눈 뜰 수도 있고
그런 기회를 통해서 새로운 방식의 수업이 생길수도 있으니까요.
가만히 있으면 아무 것도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그동안의 삶을 통해서 느껴서일까요?
지금 당장 거절당하거나 반응이 없어도 계속 두드리면 어떤 형태라도 움직임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런 움직임이
살아있는 실감을 준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두드림을 계속 할 수 있는 것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