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담서원의 책여세 모임에서 아이세움에서 발간하고 있는 시리즈 , 그림으로 만난 세계의 미술가들중
마티스 편을 읽게되었다고 전해듣고 캘리님에게 그 모임이 끝나고 나면 책을 빌려달라고 부탁을 했지요,
그리곤 금요일에 받은 다음 일요일 아침에야 마루에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이자이의 솔로 바이올린곡과 그것과는 대조되는 세상의 모든 음악 이렇게 음반이 두 장 돌아가는 사이에
책을 앉은 자리에서 다 읽게 되는 역시 말보다는 글의 힘이 상당한 노성두 선생의 글발에 저절로 빨려들어간
시간이었지요.
같은 음반을 들어도 그 이전에는 잘 모르고 지나던 부분이 확 마음을 사로잡기도 하고 그 이전에 마음을
울리던 소리가 이번에는 그전만큼 강렬한 공명을 이끌어내지 않는다던가 같은 소절에서 공명의 깊이가
더 깊어지는 그런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되듯 그림자체, 혹은 그림에 관한 설명에서 갑자기 앗 하고 소리가
울릴 정도의 감동을 받거나 아하 그래서 하고 무릎을 치고 싶은 기분이 되는 시간이 있기도 하지요.
오늘 아침의 마티스 읽기가 제게 막연했던 어떤 부분을 건드려서 사실 지금은 다른 일을 해야 하는 시간임에도
저절로 마티스 그림을 찾으러 들어오게 하는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네요.
가끔 그림에 관한 책을 읽고 싶은데 어떤 책부터 시작하면 좋은가 하는 문의를 받을 때가 있어요.
미술사 책을 소개하곤 하는데 사실은 그런 방식보다 오히려 이렇게 한 화가를 잡아서 설명하는 책을 읽는 것이
더 좋은 방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 아침이기도 했습니다.
아이세움에서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이 책을 편집하긴 했지만 사실은 아이들에겐 얼마나 이 책의 가치가
이해될 것인가 차라리 그림에 막 관심을 갖게 된 성인들에게 더 적합한 책이 아닐까 싶거든요.
아이들을 위한 책이라고 출간이 되어야 부모들이 주머니를 털어서 책을 사는 우리 나라 풍토라서 아무래도
난이도가 높은 책이라도 어린이용 책이란 포장으로 출간되고 있는가 하는 의심을 품게 되기도 하고요.
아이세움의 시리즈, 외국편 한국편 거의 다 읽었는데 각각의 저자가 심혈을 기울여 썼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러니 자신있게 소개할 수 있는 시리즈라고 말할 수 있겠지요?
여행의 맛을 알게 된 마티스가 여건이 허락하는 한 자주 여행을 떠나면서 느끼던 흥분이 제게도 전해져서
콜리우르란 곳은 어떤가, 모로코의 탕헤르는 ,타히티는 그리고 뉴욕은 이렇게 자꾸 생각이 번지는 것도
재미있는 현상이로군요.
시간을 정하고 이렇게 저렇게 하겠다고 생각해도 그 틈을 비집고 들어와서 그것을 헝클어 놓는 힘
그런 힘이 다양하게 존재하지요.
오늘 아침 메일을 열어보니 보람이가 엄마에게 청한 SOS가 도착해있네요.
취직 준비때문에 인터넷 강의로 한 학기 강의를 다 듣기로 마음을 정한 바람에 가장 싫어하고 어려워 하는
한국사가 강의에 들어있습니다. 그런데 미국인 교수가 강의안만 올려놓는 수업이라니 그 학교는 왜
그렇게 이상한 방식으로 강의를 하는 것일까 제겐 이해가 잘 되지 않습니다.
강의를 소리로 전달해도 모자란 판에 영의 강의안만 올라와 있다고 하네요.
문제는 매 주 몇 조항에 관한 글을 올려야 하는데 어수선한 시기라 그런지 관심도 모자라는 과목이기도 하고
문제도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으니 도와달라는 청이었습니다.
일단 강의안을 메일로 보내라고 주문을 하고 도착한 강의안을 읽어보니 그 강의안만 읽어서는 3개의 문항에
대해서 대답을 찾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그러니 도서관에 가서 책을 찾아서 대강의 윤곽을 잡고 이왕 이런
과제에서 보람이에게 한국사에 대한 관심을 촉발할 수 있는 계기가 되도록 돕고 싶은데 그것이 참 쉽지
않는 일이 될 것 같네요.
그래서 사실은 일찍 집에서 출발해 도서관에 가서 이런 저런 자료를 찾아보려고 했지만 잠깐 짬을 내서
마티스 책 목차만 보려던 것이 한 자리에 붙들려 끝을 보게 된 것이지요.
두 가지 힘 사이에서 역시 즐거움이 이긴 것이겠지요?
한 통의 메일로 갑자기 남북국 시대속으로 들어가야 하지만 이것을 계기로 또 무엇과 만나게 될지 그것은
아직 모르는 일이니 이왕이면 즐겁게, 그리고 보람이에게도 아리아드네의 실이 될만한 것을 줄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쉽고 재미있는 자료를 발굴해서 보내고 싶어집니다.
한국에 돌아가고 싶다고 한 번 생각하니 자꾸 오고 싶어지지만 다시 가야 하는데 비행기 표값을 생각하면
그래도 되는지 살그머니 물어보는 아이에게 말을 했습니다. 오고 싶으면 와야지, 사실 그 곳에서 위클리 맨션에
내는 돈을 생각하면 오고 가는 것이 꼭 더 비용이 드는 것도 아니니까.
온다고 해도 7일에 면접이 세 군데라서 다 해결하고 그 다음 날 아침에는 출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조금은 상기된 목소리로 말하는 아이와 통화를 하면서 어른인 척 해도 아직은 어린 보람이가 귀엽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묘한 감정이 교차하는 시간, 그림을 보고 있자니 엄마랑 나랑 마티스를 좋아하는 것이
닮았네 라고 말하던 그 아이의 목소리가 떠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