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여행갔을 때 이상하다, 밀라노와 피렌쩨에서 왜 이렇게 귀한 카라바조의 그림을 많이
볼 수 있었을까? 고맙긴 한데 묘하게 생각했었지요. 한국에 돌아와서 도판을 확인해 보았을 때
독일을 비롯한 다른 미술관의 작품들도 여러 점 있었고요. 더구나 지난 여름 배낭 여행을 다녀온 대학생이
제가 다녀왔을 때도 카라바조 특별전을 하고 있었어요라고 말했을 때 아니 그렇다면 그렇게 오래 특별전을
하는 것일까, 아니면 여름에 하고 겨울에 다시 한 것일까? 혼자서 머리 갸웃거렸거든요.
그런데 어제까지 카라바조의 비밀을 읽느라 3일 정도를 거의 전념해서 소설을 읽고 나서 그의 생몰 연대를
보니 2010년이 그의 사후 400주년 되는 해였더라고요. 아하, 그래서!!
역사소설인 카라바조의 비밀을 읽고 나서 다시 그림을 검색해서 찾아보다보니 모델에 관한 이야기들을
읽어서인지 그림속의 인물들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네요. 연도가 5년 정도 차이가 나는 같은 주제의 이
그림들에서 아래 작품의 골리앗의 얼굴은 화가 본인이라고 하더군요.
직업 모델보다는 오히려 길거리에서 만난 창녀나 소매치기, 이런 사람들의 생생한 표정을 더 선호했던
카라바조는 작품속의 성모 마리아의 경우에도 창녀를 모델로 해서 소동이 일어나기도 했다고요.
마리아의 죽음에서 맨 발이 보이는 것, 물론 성경 당시의 인물들이 그 사회의 하층을 이루는 사람들이
더 많았을것이지만 이미 르네상스 시대에 이르면 그들의 존재는 성화되어 그림속에서 고귀한 인물로
그려지길 바라는 주문자들의 취향에는 카라바조의 모델들이 반발심을 불러 일으켰으리란 점은
상상이 가능합니다.
살인죄를 저지르고 감옥에 갇힌 후에 유력자들의 비호로 로마를 떠났을 때 그는 나폴리를 경유해서
몰타섬의 요한 기사단의 기사로 있었던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그가 몰타섬의 기사가
될 수 있었을까 궁금했던 점이 소설속에서 풀렸는데요 이 책은 소설이긴 해도 전기적인 사실에 상당히
충실하게 묘사되었다고 하더군요.
그러나 그 곳에서도 초상화를 그려달라는 기사단장과 재무담당 기사의 요구, 더구나 기사단장은 유일성을
내세워서 자신만의 초상화를 그려야 한다고 맹세하게 하고 ,그의 살인죄를 알고 있는 재무담당 기사는
그것을 빌미로 자신의 초상화를 계속 요구하는 상황에서 또 그 곳을 도망나와야 하는 상황, 결국 마지막
은신처가 시칠리아,그래서 그의 그림이 시칠리아의 한 수도원에 그려졌었는데 1969년에 도난당했다고요.
소설속의 이야기는 바로 이 그림의 도난으로부터 출발을 하는데요
도판에서 찾은 유일한 아기예수의 탄생이 이 작품이니 아마 이 작품이 아닐까 싶네요.
현장에 도착한 경찰이 미켈란젤로 메리시의 작품이 도난당했다는 말을 듣고 그 유명한 미켈란젤로라고
착각을 하는 우스운 상황이 벌어집니다. 그 사람이 아니고 카라바조라는 말을 듣고 카라바조가 누군가?
뭐야? 별 일 아니네 싶어 하다가 나중에 도착한 문화재 관리청 사람의 말을 듣고 깜짝 놀라는 장면도
재미있었고요.
이상하게 오늘은 그의 생애 마지막 시절의 그림들에 눈길이 가는군요.
성 마테오의 소명에서도 예수와 마테오의 손가락이 인상적이었는데 라자로가 죽음에서 일어나는데도
왼쪽 어둠속에서 예수의 손가락이 오른쪽을 향해 뻗어 있군요.
소설의 표지에서 카라바조 이전에도 그림이 있었고 카라바조 이후에도 그림이 있었지만 다시는 같은
그림이라고 말할 수 없을 영향을 그가 미술사에 끼쳤다는 표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겐 카라바조의
비밀 이전에도 그의 그림을 보았고 소설을 읽은 이후에도 그림을 보지만 그 그림은 같은 그림이라고
할 수 없다고 그렇게 읽히네요. 그만큼 몰입해서 읽고 그 속에서 만난 이야기들이 그의 그림을 보는데
새로운 눈을 달아주었다고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