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렌체에서 우피치에 가려면 줄 서서 기다리는 시간이 오래 걸리니 포기하거나 아니면 꼭 보아야 하는 경우
다른 일정을 조절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어떻게 하나 고민만 하고 있었는데 우리의 해결사 outreach님이
민박집에 미리 부탁을 해 놓은 덕분에 28일 아침 일찍 민박집을 나섰습니다.
8시 30분까지는 가야 한다고 해서 부지런히 나선 길, 그래도 어제 하루 종일 그 근처를 돌아다녔다고
이제는 반가운 기분마저 드는 풍경이 눈앞에 펼쳐 지네요.

우피치란 말은 이탈리아 어로 오피스라는 의미라고 합니다. 그러니 이 곳은 관청으로 쓰이던 곳이
미술관이 된 셈인 것이겠지요?
여기도 역시 들어서자 마자 메디치가의 상징이 떡 버티고 우리를 맞고 있습니다.

입구에서 이미 안으로 입장하는 사람들을 한 컷 찍고 그 곳에 가니 카메라는 곤란하다고 막네요.
아, 그렇다면 마음 편하게 눈으로 마음으로 그림을 봐야지, 얼마나 오랫동안 도판으로 보던 그림들인가
치마부에,두초 그리고 조토의 마에스타, 그리고 시모네 마르티니의 작품, 보티첼리의 작품들
이 곳에서 자랑하는 라파엘로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작품, 그리고 미켈란젤로의 로톤다 성모
그리고 티치아노의 그림들, 생각만 해도 마음이 설레는 시간이네요.

복도의 조각상 촬영은 가능한 모양이지만 지금 복도에서 서성거릴 마음이 아니랍니다.
방안으로 들어가서 그림을 보다가 이렇게 하다간 도저히 감당이 되지 않겠다 싶어서 outreach님이 들고온
여행 가이드 북에 꼭 보라고 방 번호를 표시한 작품들을 따라서 일단 그 곳부터 가보기로 했습니다.
물론 그 와중에 눈길을 끄는 작품을 만나면 살짝 일행에게서 비켜나 그 그림에 마음을 빼앗기는 시간을
만들기도 하고요.
우피치에서 만났던 그림들을 검색해서 여기에 올리면서 이야기하면 더 좋겠지만 그렇게 하다 보면
도저히 여행기가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라서 일단 마지막 날까지 마무리하고 나서 정말 일상으로
돌아왔다는 기분이 들면 한 화가 혹은 조각가를 잡아서 제대로 공부하면서 따라가보고 싶습니다
그들의 삶과 작업속으로.

중간 휴식시간에 우피치 안에 있는 카페에 들러 커피 한 잔 하고 나니 그제서야 우피치 안에서 바라보는
바깥 풍경에 눈길이 갑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그 곳에서 사진을 찍거나 그들이 찍은 사진을 보고
있기도 하더라고요.


휴식을 마치고 다시 들어간 방, 그런데 아무래도 뭔가 놓친 기분이라서 생각해보니 치마부에, 두초
그리고 조토의 그림을 본 기억이 없습니다. 물어서 찾아가서 본 다음 시모네 마르티니를 만났지요.
그리고 돌아서 나오던 길 아무래도 눈에 익은 작품이 있어서 가보니 바로 필리포 리피의 성모자상이었습니다.
이렇게 한 작품 한 작품 끌려서 들어가다간 한이 없다,우피치는 여기까지 그렇게 합의가 되어서
밖으로 나서는 길, 과연 언제 이 곳에 다시 올 수 있을까, 갑자기 아쉬운 마음이 밀려오네요.


이탈리아라서 그런가요? 식당 이름에 오페라의 주인공들 이름이 등장하는 것은!!
점심을 맛있게 먹고 기운내서 그 다음 목적지 피티 궁전에 가려고 나선 길, 다시 우피치 앞을 지나가게
되었는데요, 보수 공사를 지원하고 있는 베네통의 광고판이 재미있습니다.

광고판속의 바로 이 사람이 피렌체를 토스카나 공국으로서 다스렸다는 코시모1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상당한 애처가이고 가족을 사랑했던 사람이라고 하는데 통치자로서는 아주 무서웠다고요.
지나던 누군가가 그의 얼굴에 수염을 그려 넣었네요.동네에서 보던 것이 이 곳에도 하고 웃고 말았습니다.

길가에 앉아서 혹은 서서 다음은 어디로? 행선지를 정하는 여행객들을 가끔 만나게 되지요. 그럴 때의
동질감이라니 재미있어서 역시 한 장 찰칵!!

민박집의 위치가 좋은 덕분에 피렌체에 있는 동안 거의 걸어 다녔습니다. 거리의 표지판에서 도움을 받아가면서
걸어가다보면 한 곳에 오종종 표시된 문화유산들, 한 곳에 이렇게 다양한 곳이 한 가지 색깔로 표시된 것들이
많아서 역시 피렌체로군 소리가 절로 나오기도 했답니다.

피티 궁전에 가는 길에 베키오 다리를 건너게 됩니다, 피렌체에 관한 여행기에 늘 단골손님으로 등장하는
바로 그 다리를 건너러 가지만 그 이야기를 하기엔 이미 밤이 너무 늦었네요.
앗 피티 궁전 이야기는 너무 늦어서 다음에 그렇게 쓰고 나왔지만 역시 우피치 이야기를 하다 보니
갑자기 티치아노 그림이 보고 싶어집니다.
초상화에 관심이 많은 제겐 그림도 그림이지만 그림속의 인물에 확 끌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 장의 그림에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있다니 신기해서요. 소설 한 권으로 표현할 수 있는 분량의 이미지가
한 장의 얼굴에 드러나는 경우 혼자서 소설을 쓸 때도 있거든요.
밀라노에서 본 그림이 바로 이 작품이랍니다.반가운 마음에 더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네요.
이 작품은 처음 만나는 것인데요 카인과 아벨이란 제목이 붙어 있습니다.
티치아노란 이름을 몰랐으면 바로크 시대의 누군가의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보았을 법한 강렬함이 있군요.
clarice strozzi 작품의 타이틀에 눈길이 가네요. 스트로치 가문의 딸인 모양인데 그렇다면 피렌체에 살던
이 아이는 어떻게 티치아노를 만난 것일까, 화가가 직접? 아니면? 이렇게 엉뚱한 상상을 하는 것은
아무래도 피렌체의 역사에서 만난 가문 이름인 스트로치 때문인 모양이네요.
이사벨라 데스테,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그림에서도 등장한 그녀는 르네상스 당시의 궁정에서 문화를
꽃 피운 곳으로 거론되는 만토바 궁정의 인물이었다고 하네요.
역시 그림을 보고 나니 우피치 이야기에서 빠져나오는 기분이 상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