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을 먹고 일행보다 조금 일찍 나와서 거리를 걷고 있었습니다.어라, 이게 무엇일까 궁금해서
바라보게 된 조각, 알고 보니 피노키오의 모습인 것 같은데 뒤쪽의 글씨가 멋져서 더 눈길이 가더라고요.


점심 먹으러 가던 길에 본 상점의 멋진 진열품이 마음에 들어서 밖에서 구경을 하게 되었는데요
이미 동작 빠르게 그 곳에 가서 보고 있는 홍은이를 만났습니다.


세 명은 이 곳에 서 있는데 다른 세 명이 오지 않네요. 그렇다면 엄마랑 나머지 일행을 옆의 성당으로
오시라고 하라고 전한 뒤 둘이서 먼저 바실리카 디 산 로렌쪼로 갔지요.
피렌체에서 너무 자주 마주쳐 이 곳이 한 때 메디치 가문이 번성했던 바로 그 도시란 것을 자꾸 생각하게
해주는 문양입니다.



이 곳이 바로 미켈란젤로가 메디치 가문의 도서관을 설계하고 계단도 아주 멋스럽게 만들었다는 바로 그 곳
그 사실을 알려주는 글씨가 반갑더라고요.

393년에 밀라노의 암브로시우스에 의해 축성된 피렌체 초최의 바실리카라고 소개되어 있네요.
모르는 언어가 일상적으로 쓰이는 곳에 가면 영어로 다시 소개되어 있는 글을 읽으면 얼마나 고맙고
반가운지 모른답니다.
이 곳에 역시 브루넬레스키에 의해 다시 건축되었다는 소개글도 있고요.

일행이 도착하지 않아서 우선 안을 구경하게 되었지요. 표를 내고 들어가는 곳 말고 일단 들어가서 볼
수 있는 곳이 있더라고요.


기다려도 일행이 오지 않자 친구가 찾으러 가겠다고 합니다. 그래? 그러면 나는 안에서 조금 더 구경하고
있을테니 다녀와서 만나자 그러고는 이리 저리 둘러보고 있었지요.



이 곳에서 보고 싶은 것은 브루넬레스키의 구성구실, 그리고 미켈란젤로의 신성구실, 그리고 도서관 계단과
도서관 내부, 그리고 시간이 되면 나머지 작품들을 보게 될 것 같은데 시간이 지나도 이번에는 찾으러 간
친구도 올 기미가 보이지 않네요.



이 곳에서 또 찾으러 나서면 더 길이 엇갈릴 우려가 있어서 그냥 기다려 보기로 했지요.
그런데 밖으로 나서니 아까 함께 있던 친구만 혼자서 오고 있습니다. 도저히 찾을 수 없다고요. 그렇다면
숙소도 알고 있으니 그냥 보는 것으로 하자고 의견을 맞추어 오페라 델 두오모에 먼저 갔습니다.
그 곳에서 둘러보고 있는데 저쪽에 낯익은 얼굴이 보이는 겁니다, 그 쪽에서도 바실리카 디 산 로렌초로
왔었는데 이상하게 길이 엇갈려서 혹시 하고 오페라 델 우모오 뮤지움으로 왔다고 하네요.
반가운 마음에 서로 인사하고 안을 둘러 본 다음에 다시 산 로렌쪼로 갔는데 문제는 이 곳은 사진도 곤란하다고
하고, 구 성구실을 다 보고 나서 신성구실을 찾는 중에 경비원이나 그 곳을 지키는 사람들의 말이
서로 다르더라고요. 그 곳은 피렌체에 없다는 사람, 아니 이 근처가 아니라 다른 곳에 있다는 사람, 그렇지 않아
밖으로 나가서 돌아가면 있다는 사람, 도대체 이렇게 같은 장소를 다르게 설명하다니 그럴리가!!
믿기지 않아서 정말 이 곳에 있다고 미켈란젤로가 조각을 한 바로 그 곳이라고 말하니 그 중에 한 사람이
자신있게 밖으로 나가서 모퉁이를 돌면 있다고 알려주네요.
재미있는 것은 개인적인 장소에서 마치 커다란 뮤지움에서 하듯이 짐 검사를 하고 입장료도 얼마나 비싸던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볼 것이 많아서 그 전의 불평은 쏙 들어가고 말았습니다.
문제는 도서관인데 오전중에만 문을 연다고 하네요. 앗 이럴 수가!!
내일은 아침에 우피치가 예약되어 있으니 그 다음 날 아침에라도 꼭 가보자 마음 먹었지만 생각대로
되지 못하고 결국 도서관은 다음 기회로 하고 마음속에 적어두고 말았지만 지금도 아쉬은 마음이 가득하네요.

피렌체에서 보낸 하루, 얼마나 다양한 경험을 했던지 며칠을 하루로 압축해서 산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제 오늘은 이것으로 충분하다고 (물론 폐관 시간이 다 되어 가서요 ) 충족한 마음으로 거리에 나섰지요.


벌써 어두워진 거리, 그래도 빛이 있어서 아직도 크리스마스 기분이 난다고 할까요?

일부러 시간 내서 갈 수 없으니 거리를 걸어다니던 중 단테의 집 팻말을 발견했으니 가보자 의기 투합해서
가던 중 너무나 반가운 소식입니다.
매일 밤 9시 15분에서 10시 15분까지 파이프 오르간 연주가 있다고 소개되어 있더라고요. 혹시 못 찾을까봐서
일단 찍어두었습니다.
더구나 무료공연이라고요.


작은 골목에서 만난 단테의 집, 들어갈 수는 없더군요.너무 늦은 시간이라서일까요?
그렇지만 그 근처에 단테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많이 장식해놓은 작은 성당이 있어서 그 안에서 눈이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민박집에 들어가서 저녁을 먹고 조금 쉬다 다시 나오면 되겠다 생각하니 저절로 뜻밖의 선물인 파이프
오르간 공연에 대해서 상상하게 되더라고요.


이 곳에 들어가서 맥주 한 잔 마시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드는 그런 곳이어서 찍어두었는데요 결국
다음 날인가 그 다음 날인가 이곳에서 싸고 맛 있는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답니다.

문방구라면 눈이 동그라지는 제겐 이 곳도 궁금한 장소중의 하나였습니다.

일곱시 조금 지난 시간인데도 벌써 상점은 문을 닫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구경할 수 있도록 조명만 켜놓은
상태입니다.
이 근처에서 점심 먹고 다시 그 곳을 지나다가 점심 휴식시간이라 아쉬워 하던 중 점원인지 주인인지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따라 들어가서 구경하고 사고 싶다고 하니 지금은 점심 시간이라
안 된다고 딱 잘라서 거절하더군요. 그 때 얼마나 놀랐던지요!!
민박집의 저녁 식사가 참 훌륭했습니다. 젊은 부부가 운영하고 있는 민박집인데 오랜 세월 주부 경력이
있는 사람들이 그들의 음싯맛이 너무 깔끔하다면서 다들 놀라는 것을 보니 무엇이든 맛있게 먹는 저 만의
놀람은 아니었던 모양이더라고요. 아침 저녁 두 끼씩 먹었던 민박집에서의 매끼 달라지는 정성스러운 식사도
피렌체에서의 큰 즐거움이었답니다. 슬립웰이란 이름의 민박집인데 누구라도 안심하고 가도 좋다고
소개하고 싶은 그런 곳이었지요. 첫 날 도착했을 때 어라 왜 피렌체에서 아무리 전공자라고 해도 며칠이면
다 볼 수 있다는 말에 주인장에 대한 인상이 조금 구겨졌었는데 너무 지나치게 친절하지도 너무 무심하지도
않은 적절한 배려와 무엇보다도 맛있는 식사로 그런 마음은 이미 날라가버리고 떠나는 날까지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그 시간도 생각나네요.
물론 저녁밥을 먹고 나니 피로가 몰려왔지만 귀한 연주회의 기회를 날려버릴 수는 없지요.
함께 가겠다고 하는 친구들과 쪽잠을 자고 길을 나섰지요. 피렌체에서의 첫 날 하루를 정말 훌륭하게
마무리해준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재미있었던 점은 아홉시에 도착한 성당에 아무도 없는 겁니다. 문도 열려져 있지 않고
그렇다면 그 정보는 잘못된 것이었을까? 고민하면서 조금 더 기다려보자고 마음먹고 있는데 십분이 되니
그 때야 신부님 복장을 한 분이 오셔서 문을 여는 겁니다. 그리고 오분 사이에 연주회에 참석하기 위해 온
사람들이 자리 잡고 , 아무런 설명도 없이 갑자기 위헤서 파이프 오르간 연주가 시작되네요.
헨델의 곡부터 시작하여 귀에 익숙한 작품, 전혀 처음 들어보는 작품 여러 작곡가의 곡들을 한 시간 연주한
다음 , 문을 열어주었던 신부님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박수를 치니 다른 사람들과 함께 박수를 치고
그리곤 연주자에 대한 아무런 설명도 없이 그렇게 연주회가 끝나는 제가 다녀본 연주회 중에서 정말
특이한 경험이었지요.
피아노는 파이프 오르간에 비해서 오히려 심심한 악기라고 파이프 오르간 소리를 들어봐야 한다고 했던
사람의 말이 아하 그래서 라고 이해가 된 날이기도 했습니다.물론 그 연주를 들었다고 피아노가 심심한
악기라고 생각을 하진 않아도 그런 말을 하게 된 사람의 느낌을 이해했다고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