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것이 자기 중심적인 생각이겠지요? 문은 그저 그 자리에 있는데 그 문이 마치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느끼는 것이, 그런데 그런 생각이 바로 여행의 묘미중의 하나 아닐까요?

도판으로 수없이 보았지만 역시 눈으로 직접 보는 맛은 또 다릅니다.


일행이 성경에 대한 지식에 빠삭한 사람들이 많아서 내용을 이야기하면서 보는 맛도 재미있었고요.

세례당 문을 여기 저기 둘러 보고 있는 중에 찍은 사진입니다.

브루렐네스키와 기베르티의 컴피티션때 이삭의 희생을 주제로 만들었다는 그 작품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이리 저리 찾아다니다 보니 사진에 나오는 모양이 바뀐 것이랍니다.

여행중에 생일 선물이라고 친구 둘이서 제게 원하는 책을 한 권 고르라고 하더군요.
이 책 저 책 들추면서 고민하다가 피렌체를 소개하는 책을 한 권 골랐습니다.
집에 들고와서 찬찬히 읽는 중인데 앗, 이런 ! 여기를 놓치고 말았네, 아 여기는 그런 사연이 있던 곳이구나
알고 보았더라면 더 좋았을까? 아니 보고 나서 이렇게 글을 읽으니 상상을 더해서 다시 그려보게 되는
맛도 있구나 이러면서 여행의 after를 즐기게 되네요.

세례당 문만 보고 있을 수 없으니 발길을 옮깁니다. 그런데 그 때만 해도 세례당 안에 들어가야지 하는
생각을 까맣게 잊고 있었지요.

두오모 안으로 들어가니 생각보다 내부가 훵하더군요. 고딕 성당안에 들어갔을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지요.
어제 책을 읽다보니 피렌체 사람들이 계속해서 성당 내부를 장식하다가 어느 순간 장식보다는 내부를 깨끗하게
비우는 것에 더 매력을 느끼게 되는 싯점이 왔다고요. 그래서 종탑, 성당 내부의 장식품이나 회화를
그 앞의 공간을 확보하여 뮤지움에 진열하게 되었다고 하네요. 아하 그래서, 하고 델 오페라 두오모라고
이름붙인 뮤지움에서 그렇게 많은 작품을 보게 된 사연이 거기 있었네 하고 웃었지요.

성당이 기도의 장소만이 아니라 코뮨의 기능을 했다는 것을 이런 기마 인물상에서 알 수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용병대장이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 피렌체를 구하는데 크게 도움을 준 용병대장이라고 하네요.
이 두오모 내부에서 피렌체를 리드하던 메디치 가문의 두 형제 로렌초와 줄리아니 암살 시도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었지요. 줄리아니는 즉사했지만 로렌초는 도망가서 살아남고, 그 뒤 피비린내 나는 보복이
있었던 지나간 역사도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 사건 하나 만이 아니고 이 성당은 그 안에서
벌어진 인간사를 무심히 바라보고 있었겠지만요.


두오모안에서 들리는 다양한 나라 말들, 그리고 다양한 포즈로 그 안을 구경하고 있는 사람들

원근법과 결혼했다는 우스개 소리를 듣는 파울로 우첼로 그가 그림만 그린 것이 아니라 바로 이 두오모
안의 시계의 주인공이라고 듣기도 했지요.

내부를 둘러보고 나가려다가 눈길을 끈 그림이 있어서 가까이 갔습니다. 단테로군요.
이탈리아에 있던 그 짧은 기간 여기서 저기서 만나게 됩니다. 단테의 얼굴과 단테란 이름을
돌아오면 단테의 신곡을 제대로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돌아오니 다른 할 일이 너무 많아서
그저 기억의 한 구석에 밀어놓고 있는데요 아무래도 올해는 단테, 보카치오를 제대로 만나보게 될 것 같네요.
누군가 관심있는 사람들을 구해서 함께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은 하고 있거든요.

배가 고프면 화가 난다는 사람이 일행중에 둘이나 있어서 우리들은 그저 두 사람이 화가 나기 직전에
음식점을 찾으면 따라가면 되는 편리한 상황이었습니다.
마침 주변에 좋은 트라토리아 (리스토란테보다 급이 하나 낮은)가 있다고 찾아가기 시작한 사람들 뒤에서
거리의 상점을 보면서 카메라를 꺼내들었지요.

상점 문고리가 재미있어서 눈여겨 보게 됩니다.

ZA-ZA란 상호명의 이 음식점은 안에 다양한 사진들을 걸어놓고 있었습니다.

써빙하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이 음식점에 다녀간 사람들의 사진이라고 하네요.

아니 여기서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사진을 만나다니 신기한 생각이 드네요.
전날 밀라노에서는 나부코란 이름의 음식점에 가서 재미있는 경험을 한 것이 생각나더군요.
나부코를 제목으로 한 그 음식점은 스칼라 좌의 포스터를 여기 저기 붙여 놓고 베르디의 사진도
여러 장 걸려 있더라고요. 그것을 한 장씩 구경하는 일이 저는 먹는 일만큼이나 재미있어서 한참을
둘러 보았습니다. 마침 카메라의 충전이 끝나서 너무 아쉬웠던 생각도 나고요.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 전 음식점 안을 돌아다니면서 카메라에 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었는데요
내부를 장식한 것들에서 이 곳 주인이 예술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란 것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다양한 작품으로 장식한 내부를 둘러보는 것 자체가 재미있는 일이었으니까요.
그리고 일행이 여섯이다 보니 음식을 이것 저것 섞어서 시켜놓고 다양한 맛을 보는 것도 이번 여행중의
즐거움 중의 하나였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아직도 음식점에서 음식을 찍어보는 일에는 손이 가지 않는 것을
보니 무엇이 그것을 막고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네요.

점심을 먹고 나니 이제 힘이 생겨서 이 곳으로 오기 전 보았던 산 로렌초 성당으로 ,그 다음에는 두오모의
작품을 모아둔 뮤지움으로 가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