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길담의 프랑스 어문 교실에 다녀왔습니다. 어문교실이라니, 어학이면 어학이고 문학이면 문학이지
그렇게 생각하기 쉽지만 길담의 프랑스어는 단순히 언어를 배운다기 보다는 그것을 기초로 해서 철학책을
프랑스어로 읽을 수 있는 토대를 쌓자라는 취지로 시작한 수업이거든요.

그러니 꿩먹고 알먹고 최초보 프랑스어 이런 요상스런 제목의 책을 읽는 제겐 그 수업의 난이도가 어떨지
감이 잡히겠지요? 그러거나 말거나 이런 기회가 아니면 언제 내 능력을 훨씬 넘는 공부를 기를 쓰고 따라갈
수 있으랴 싶어서 우선순위를 두고 계속하고 있는 중인데요
어제는 수업 전에 저녁 약속이 잡혀서 이야기에 홀려서 허겁지겁 시간을 맞추어 가다 보니 눈인사할 겨를도
없이 수업이 시작되었습니다. 잠깐 쉬는 시간에 아우라님은 파스칼의 말을 칠판에 적고 계시고
아직도 그 전 시간의 공부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 사람들, 여유 있는 마음으로 미소짓고 계신 분도 있네요.

hibou님은 지난 월요일 배운 내용중에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을 체크했다가 앞으로 나가서 물어보는
정성을 보이고 있는 중이로군요.

파스칼의 인용문이 끝나고 어제는 데카르트에 관한 기본적인 내용을 맛 보기한 시간이었습니다.
3시간 수업이라고 해도 처음에는 숫자 읽기, 그리고 중간에 어린 왕자, 마지막 시간에 철학 책을 읽다보니
늘 시간이 모자라는 기분입니다. 그래도 한 철학자에 대한 입문을 하면서 그를 읽기 위해 필요한 기본 어휘도
알게 되니까 그것이 나중에 혼자 공부하는 일에 도움이 크게 된답니다.
쉬는 시간에 잠깐 둘러보니 호모 쿵푸스의 저자 고미숙 선생의 다른 책이 출간된 것이 보입니다.
그래서 나중에 읽어보려고 한 컷 찍어두기도..
이번에는 제대로 대화행을 확인한 후 지하철에서 마리포사님이랑 둘이서 두 번에 걸친 철학책 읽기의 내용을
복습했지요. 사실 어제 오전 집에서 거의 한 시간에 걸쳐 단 두 문단의 내용을 읽느라 고생한 덕분인지
처음 내용은 가볍게 (아직 의문이 풀리지 않는 것도 있지만 ) 해결하고 어제 배운 것도 서로의 기억을 더듬어서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혹시 예습이 가능한가 시도해 보았지만 역시 예습은 무리라는 결론을 내리고 나니 벌써 마두역
역시 복습은 힘이 있다는 결론을 내린 날이기도 했지요. 앞으로 남은 기간 돌아오는 지하철속에서
철학책을 처음부터 매번 복습하면? 생각만 해도 즐거운 상상이로군요.
덕분에 아침에 일어나 어제 부탁받은 ( 영어로 된 철학책의 내용이 출간하기에 어떤가 한 번 읽어달라는 )
책과 청소년용으로 나온 the story of philosophy에서 우선 데카르트를 찾아서 읽게 되네요.
단계적으로 여러 차례에 걸쳐 철학책을 읽어 나가면 청소년들에게만 좋은 것이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아주 좋은 사고 훈련이 되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철학은 지혜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논쟁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배우는 학문이란 말이 눈에 확
들어온 날이기도 했습니다. 수업하러 나가는 길에 방법서설을 번역본으로라도 구해서 읽어볼까?
강력한 유혹을 느낀 것도 어제 아우라님의 설명이 촉발한 것이겠지요?
그렇게 우리가 어떤 배치에 있는 가에 따라서 유혹의 종류가 달라진다는 것이 신선하게 느껴진 화요일
아침이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