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의 일입니다. 저녁 시간에 잠깐 도서관에 들른 지혜나무님이 제게 불쑥 내민 부채
아니 이 계절에 무슨 부채일까? 순간 의야하게 생각했지요.
알고 보니 서예가인 시아버지께 부탁드려서 (친정 아버지도 아니고 ,그래서 더 놀랐답니다.) 요즘 자주 만나는
이런 사람이 있는데 어떤 일을 하고 있다 대강 말씀드렸더니 그 분이 고심해서 고른 글씨가 교학상장
그리고 난을 친 그냥 받기 황송한 귀한 부채를 만들어주셨더군요.
그 날 밤 잘 챙겨와서 방안에 세워두고 들고 날 때 한 번씩 바라보게 됩니다. 그저 무심코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자꾸 마음을 주면서 바라보게 되는 묘한 힘이 있는 ...
금요일 역사 모임에 갔을 때의 일입니다 .옆자리에 앉은 okbk님이 불쑥 한 장의 음반을 내밀더군요.
선물이라면서...멘델스죤과 브루흐의 곡을 런던 심포니와 협연한 LP판을 복원해서 만든 씨디인데
연주자는 처음 보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집에 와서 들어보고 정말 깜짝 놀랐어요. 이온 보이쿠
루마니아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인데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활쓰는 법이
남달랐라고 음반의 해설에 적혀있듯이 속도감과 강렬함에 놀라서 듣고 또 듣게 되더라고요.
세상의 모든 음악을 좋아한다는 그녀는 제가 클래식 음악만 듣는 줄 알았다고, 앞으로는 자신이 갖고
있는 음반을 자주 빌려주겠노라고 해서, 그렇다면 저는 가능하면 디브이디를 들고 가겠노라고 약속을
했습니다. 그녀에게서 빌리게 되는 음반으로 어떤 음악을 만나게 될 지 벌써 마음이 설레고 있는 중이랍니다.
토요일 낮 수업 하러 도서관에 가니 그 날 도서관에서 이모 대신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보람이가
엄마, 선물하고 내미는 책 한 권, 무슨 선물인가 했더니 동생 친구가 제게 보내는 한국 불교를 외국에
소개하는 영어로 된 잘 만든 책 한 권이었습니다.
자신에게 온 두 권의 책 중에서 나머지 한 권을 누구에게 주면 제대로 읽을까 고민하다가 언니에게 주면
확실히 읽을 것 같아서 들고 왔노라고요.
설명도 설명이지만 사진 도판이 좋아서 즐거운 마음으로 책을 읽고 있는 중입니다.
평소라면 목요일에 수업을 하러 오는 여학생이 사정이 생겨서 토요일 오후에 오겠다는 연락이 왔길래
혹시 불편하지 않다면 토요일에 바이올린 들고 와서 선생님에게 한 곡 들려줄 수 있는가 물었더니
정말 바이올린을 들고 왔더군요. 그리고 하이든 곡을 연주해 주었는데 그 아이의 실력에 입이 떡
벌어졌습니다. 취미로 하기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되네요.
식구들과 함께 보라고 볼르바르 유스 오케스트라가 생긴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빌려 주었는데
다 보고 와서 무슨 이야기를 나눌 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군요.
아이들의 연주를 듣는 것, 그것이 무슨 악기라 해도 그것은 정말 즐거운 시간이지요. 무엇보다 소중한
선물이기도 하고요.
일요일 저녁, 아들이 공부하러 오는 길에 함께 온 마리포사님이 제게 선물이라고 내민 빨간 색깔의 옷
무슨 옷인가 물었더니 언젠가 산 옷인데 이상하게 입게 되지 않더라고, 선생님이 입으면 어울릴 것 같다고
들고 와선 그 자리에서 입어보라고 하는 겁니다. 정말 맞춤 옷처럼 맞아서 신기하더군요.
그동안 운동하고 먹는 것도 조절하고 했더니 상당히 몸무게가 줄어서 마른 사람이 박스형으로 산 옷이
제게도 맞는 이변?이 생긴 것이지요.
목요일에서 일요일동안 다양한 선물로 마음이 배불렀던 시간을 오래 기억할 것 같네요.
덕분에 오랫만에 모네의 그림을 보고 있는 중입니다. 제게 즐거운 일이 생기면 보게 되는 화가 모네
집에 들어오니 보람이가 말을 합니다. 엄마, 60살에 뉴욕가고 싶다고 했지? 그 때 나랑 승태랑
다 함께 가면 될 것 같아. 아마 보람이 생각으로는 그것이 엄마를 위한 귀한 선물이라고 생각한 것이겠지요?
같이 갈 수 있을지 없을 지 그 때 상황은 알 수 없지만 그런 생각을 해낸 보람이가 이제는 다 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보람이의 말로 일주일의 선물 시리즈의 마지막 방점을 찍은 날이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