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빈자리를 요즘은 제가 만들어 가고 있네요.
월요일, 거의 일년간 수유공간너머에서 일본어 수업을 했습니다. 새롭게 알게 된 사람들과의 인연, 그 안에서
만난 새로운 세계관, 그것이 준 충격과 그것으로 인해 달라진 제 일상, 그러나 지금의 몸으로는 하루에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것이 무리라고 판단이 되어 길담서원에서의 불어 공부가 마무리 되는 12월 말까지는 일단
쉬면서 집에서 쉬엄 쉬엄 혼자 공부해야겠노라는 연락을 했지요.

전화로 연락을 했다고는 해도 역시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다. 왜 이렇게 마음이 불편한가 생각하니
이제까지 공부를 하다가 몸이 아프다고 한 두 번이 아니라 몇 달을 내리 쉬려던 적이 없었기 때문이란 것을
알게 되었지요. 그러나 이제까지 그랬다고 지금의 상태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긴 하지요. 이성적으로는
그래도 마음이 힘든 것은 사실이네요. 수업에 참여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몸의 회복이 더딘 것이 이번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점점 그렇게 되어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라고 할까요?
생각해보면 일년에 두 세 차례 아플 때마다 이상하게 더 이상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지금처럼 그렇게 생생한 마음으로 글을 읽거나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는 그런 에너지를 잃어버리는 것은
아닌가, 늘 그렇게 조바심이 날 정도로 심하게 아프고, 다시 자리를 털고 일어나면 언제 그랬던가 싶게
다시 말짱한 기운으로 살기를 되풀이한 세월이 보이는군요.

빈 자리를 만들어가는 제 마음의 쓸쓸함을 눈치챈 것처럼 어제 밤 집에 오니 everymonth에 조조님이
(일본어 수업의 멤버인) 빈 자리에 관한 글을 올려놓으셨네요. 아하 사람의 마음은 이렇게 통하는 것일까
고마운 마음으로 미안한 마음으로 글을 읽었습니다.
화요일의 빈 자리 역시 몇 년을 함께 공부해온 세월의 무게가 있어서 당분간 참석이 어렵다는 말을 꺼내기가
참 어려웠습니다. 그래도 월요일 늦은 시간에 집에 들어오고 화요일 이른 시간에 또 집을 나서는 일이
예전처럼 즐거움이 아니라 한숨이 나오는 상황이라면 곤란하지 않나, 집에서 쉬어가면서 철학수업을 듣고
혼자서 책을 읽고 그렇게 보내면서 체력을 비축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지요. 물론 여럿이서 하는 현장감이
없는 것은 사실이지요. 그래서 함께 하는 공부가 조금 더디고 어떤 때는 어디로 가는 지도 모르는 이야기가
난무해도 그래도 더 좋은 것은 아닐까, 빈 자리를 만들고 나니 그 시간의 아름다움을 더 잘 느끼게 되네요.

함께 공부하다가 여러 가지 사정으로 빈 자리를 만든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다시 상황이
좋아지거나 다시 할 마음이 생길 때 불쑥 찾아갈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기분좋은 일일까요?
그 사람들은 이미 멀리 가서 함께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요?
사실은 그래서 더 좋은 것 아닐까요? 그렇게 성장한 사람들속으로 들어가서 그들이 느낀 것, 그들이 읽은 것
그들이 생각한 것들을 들여다보면서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 웃으면서 문을 열고 들어갈 날을 기대하면서
화요일 아침, 쿠바의 디바들이 부르는 노래를 듣고 있는 중입니다.

길게 아팠던 기간동안 주위 사람들이 보여준 마음 따뜻한 염려, 메세지, 전화, 마음을 담은 음식,
나는 다른 사람들이 아플 때 이렇게 정성스럽게 돌보고 마음쓰는 사람인가 다시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기도
했습니다. 함께 살아가는 삶이 귀하다는 것이 마음 깊이 느껴지던 그 시간들을 잊지 않고 살아가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