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줌인줌아웃

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빈 자리, 그 쓸쓸함에 대해서

| 조회수 : 2,057 | 추천수 : 60
작성일 : 2010-10-12 09:39:02
  수업을 하다가 가끔 더 이상 오지 못하게 되는 사람들의 사연이 생기고 그 빈자리가 쓸쓸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빈자리를 요즘은 제가 만들어 가고 있네요.

월요일, 거의 일년간 수유공간너머에서 일본어 수업을 했습니다. 새롭게 알게 된 사람들과의 인연, 그 안에서

만난 새로운 세계관, 그것이 준 충격과 그것으로 인해 달라진 제 일상, 그러나 지금의 몸으로는 하루에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것이 무리라고 판단이 되어 길담서원에서의 불어 공부가 마무리 되는 12월 말까지는 일단

쉬면서 집에서 쉬엄 쉬엄 혼자 공부해야겠노라는 연락을 했지요.



전화로 연락을 했다고는 해도 역시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다. 왜 이렇게 마음이 불편한가 생각하니

이제까지 공부를 하다가 몸이 아프다고 한 두 번이 아니라 몇 달을 내리 쉬려던 적이 없었기 때문이란 것을

알게 되었지요. 그러나 이제까지 그랬다고 지금의 상태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긴 하지요. 이성적으로는

그래도 마음이 힘든 것은 사실이네요. 수업에 참여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몸의 회복이 더딘 것이 이번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점점 그렇게 되어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라고 할까요?

생각해보면 일년에 두 세 차례 아플 때마다 이상하게 더 이상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지금처럼 그렇게 생생한 마음으로 글을 읽거나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는 그런 에너지를 잃어버리는 것은

아닌가, 늘 그렇게 조바심이 날 정도로 심하게 아프고, 다시 자리를 털고 일어나면 언제 그랬던가 싶게

다시 말짱한 기운으로 살기를 되풀이한 세월이 보이는군요.



빈 자리를 만들어가는 제 마음의 쓸쓸함을 눈치챈 것처럼 어제 밤 집에 오니 everymonth에 조조님이

(일본어 수업의 멤버인) 빈 자리에 관한 글을 올려놓으셨네요. 아하 사람의 마음은 이렇게 통하는 것일까

고마운 마음으로 미안한 마음으로 글을 읽었습니다.

화요일의 빈 자리 역시 몇 년을 함께 공부해온 세월의 무게가 있어서 당분간 참석이 어렵다는 말을 꺼내기가

참 어려웠습니다. 그래도 월요일 늦은 시간에 집에 들어오고  화요일 이른 시간에 또 집을 나서는 일이

예전처럼 즐거움이 아니라 한숨이 나오는 상황이라면 곤란하지 않나, 집에서 쉬어가면서 철학수업을 듣고

혼자서 책을 읽고 그렇게 보내면서 체력을 비축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지요. 물론 여럿이서 하는 현장감이

없는 것은 사실이지요. 그래서 함께 하는 공부가 조금 더디고 어떤 때는 어디로 가는 지도 모르는 이야기가

난무해도 그래도 더 좋은 것은 아닐까, 빈 자리를 만들고 나니 그 시간의 아름다움을 더 잘 느끼게 되네요.



함께 공부하다가 여러 가지 사정으로 빈 자리를 만든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다시 상황이

좋아지거나 다시 할 마음이 생길 때 불쑥 찾아갈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기분좋은 일일까요?

그 사람들은 이미 멀리 가서 함께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요?

사실은 그래서 더 좋은 것 아닐까요? 그렇게 성장한 사람들속으로 들어가서 그들이 느낀 것, 그들이 읽은 것

그들이 생각한 것들을 들여다보면서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 웃으면서 문을 열고 들어갈 날을 기대하면서

화요일 아침, 쿠바의 디바들이 부르는 노래를 듣고 있는 중입니다.



길게 아팠던 기간동안 주위 사람들이 보여준 마음 따뜻한 염려, 메세지, 전화, 마음을 담은 음식,

나는 다른 사람들이 아플 때 이렇게 정성스럽게 돌보고 마음쓰는 사람인가 다시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기도

했습니다. 함께 살아가는 삶이 귀하다는 것이 마음 깊이 느껴지던 그 시간들을 잊지 않고 살아가고 싶네요.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하늘재
    '10.10.12 10:30 AM

    엄니가 항상 하시는 말씀이 있답니다..
    든 자리는 있어도,, 난 자리는 표가 난다구요..
    그 빈 자리로 그 사람의 크기가 가늠 되기도 하겠지요....

    개구리가 몸을 움추리는 이유는 멀리 뛰기 위해서 라고 하니,,,
    인투님의 잠시 자리 비움이 더 높이 뛰기 위해서 에너지를 비축하는 기간으로 생각함이 좋을듯 하네요,,,

    지금의 에너지로도 충분히 주위분들 옷을 적셔 주고도 남음이 있었구요,,,
    안식년이 있듯이 몸의 안식년도 주어야 되지 않을까 하네요~~~
    그런 의미로 화이팅~~~ 해 드립니다,,,

  • 2. 수늬
    '10.10.12 10:43 AM

    저는 몸이 아프면 마음이 더 힘들어지는게 싫더라구요...그래서 살아갈수록 건강이 소중하게
    생각된답니다... 향기로운 이 가을과함께 휴식시간을 가지시길...

  • 3. intotheself
    '10.10.12 3:00 PM

    하늘재님, 수늬님

    따뜻한 격려 글을 읽으니 마치 집에서 몸이 덥혀지는 따끈한 차 한 잔 마신 기분이네요.

    감사,감사

  • 4. 카루소
    '10.10.12 3:27 PM

    Maria Teresa Vera / Porque Me Siento Triste (슬픈 이유)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14003 올림픽공원 장미원에서 9 여차하면 2010.10.13 2,171 91
14002 학습의 의미를 생각하게 되는 날 1 intotheself 2010.10.13 1,647 52
14001 짜장면 집에서의 우연한 만남이 intotheself 2010.10.13 2,033 58
14000 거리에서~ 5 서티9 2010.10.12 1,822 96
13999 가을 설악산-천불동계곡 10 wrtour 2010.10.12 2,519 51
13998 황금산의 해국을 찾아서~ 8 청미래 2010.10.12 2,012 89
13997 김상희를 아시나요?? 7 카루소 2010.10.12 2,499 54
13996 오늘같이 좋은 날~ 자랑후원금 두둑히 냅니다요^^ㅎㅎ 21 안나돌리 2010.10.12 3,194 86
13995 화요일 아침 데카르트를 읽은 까닭은? intotheself 2010.10.12 1,489 76
13994 마크로렌즈 세계에 신비로움이 가득^^ 10 안나돌리 2010.10.12 1,538 55
13993 사람과 사람 소통의 문 "대문"을 열며... 11 미실란 2010.10.12 1,653 58
13992 빈 자리, 그 쓸쓸함에 대해서 4 intotheself 2010.10.12 2,057 60
13991 지리산편지(8) 가을이야기 1 지리산노섬뜰 2010.10.12 1,658 68
13990 가을 설악산-대청봉 일대 8 wrtour 2010.10.12 2,489 45
13989 우주여행을 시작합니다. 4 철리향 2010.10.11 1,446 68
13988 오랜만에 올리는 털보깡총거미 사진입니다. 6 여진이 아빠 2010.10.11 1,779 72
13987 제가 누군지 모르시나본데.... 13 카루소 2010.10.11 3,332 60
13986 예비할머니 전야제(?) 핑계로 다녀온 가을나들이^^ 9 안나돌리 2010.10.11 2,238 55
13985 귀한 선물로 행복했던 날 들 7 intotheself 2010.10.11 1,813 35
13984 중독된 고독.... 1 카루소 2010.10.10 2,762 71
13983 한반도를 배부른 곡장지대 만들기 2 어부현종 2010.10.10 1,497 69
13982 일요일 아침 쇼팽을 듣는 시간 1 intotheself 2010.10.10 1,548 51
13981 짧은 여정,,,, 긴 여운...........(제주도 여.. 10 하늘재 2010.10.10 2,425 73
13980 아무도 없는 바다.. 2 서티9 2010.10.09 1,695 88
13979 추수 참 ~~~~~~~~~~~~~~~~~~~~ 2 도도/道導 2010.10.09 1,586 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