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관령 국제음악제, 이번부터는 강원도가 만든 휴양시설 알펜시아에서 열리게 된다고 합니다.
그 전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고 걱정하는 캘리님의 말을 들으면서 비교대상이 없는 저는
아무래도 좋다는 심점이었지요.

금요일의 연주는 벤자민 브리튼의 젊은 아폴로,-이 곡은 한국 초연이라고 하네요_그리고 브리튼을 흠모했다는
현대 에스토니아 출신의 작곡가 아르보 페르트의 형제들과 벤자민 브리튼을 추모하는 성가
이렇게 세 곡이 1부 곡들이고 인터미션후에는 슈베르트의 팔중주곡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겨우 팔중주곡 하나? 그렇게 생각했지만 상당히 긴 곡이라고 하네요.

여기저기 음악제를 알리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어서 음악제에 온 실감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시작하기 전 커피 한 잔 마시자고 들어간 엔젤 인 어스 라는 커피전문점의 내부에서 바라본 밖의 풍광입니다.
그 곳에서 머그잔을 팔더군요. 순간 이렇게 먼 길을 운전하고 온 사람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에
커피 잔을 두 개 샀습니다. 내년에도 함께 오고 싶다는 마음을 담아서요. 일종의 뇌물인가?
처음 듣는 작곡가의 곡이라고 미리 구해서 오는 길 예습으로 들을 수 있게 한 캘리님 덕분에 생소한
기운이 덜한 상태로 첫 음악을 들었습니다. 타악기의 묘하게 매력적인 소리에 끌리고 바이얼린 솔리스트의
현란한 소리에 귀기울이가다 갑자기 그녀가 활을 잡는 방법이나 자세에 신경을 쓰기도 하고
여럿이 어울려서 내는 소리에 마음을 뺏기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어느새 1부가 다 끝나버렸습니다.

인터미션중에 밖에 나와서 일층에 있는 사람들을 위에서 내려다보다가 주위를 둘러보니 역시 먼 곳에
와 있다는 실감이 나더군요.
슈베르트의 팔중주곡은 음반으로 갖고 있는 곡이고 가끔 들어본 곡이긴 하지만 역시 현장에서 듣는
소리는 정말 달랐습니다. 뭔가 새로운 곡처럼 확 끌어당기면서 마음을 자극하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돌아오는 길, 차속에서 뒷 자리에 둘이 앉아서 하염없이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생각했습니다.
그녀를 알게 된 지 4년 조금 넘은 기간, 정말 매주 음악회로 만나고 수업으로 만나고 어느 때는 한 주에
세 번 이상 만나는 경우도 있었구나 참 귀한 인연이란 생각이 절로 들었지요.
슈베르트와 브람스를 들으면서 오는 길, 인적이 드문 길이라서 차가 빨리 달리고, 늦은 시간이라고
수유리에 사는 두 사람이 일산까지 데려다 주고 돌아갔습니다.
고맙다는 인사, 내년에도 대관령에 함께 갈 수 있길 하는 말로 인사를 마치고, 집으로 들어오는 길
하루가 마치 꿈처럼 흘렀구나 놀라운 느낌에 사로잡혔더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