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건축사 수업의 두 번째 시간입니다.
미리 모여서 30분 불어공부를 하고 있는데 벌써 시간이 훌쩍 가서 사람들이 들어서네요.
한강님이 새로 오셔서 반갑게 인사하고, 아는 얼굴, 모르는 얼굴 서로 모여서 초롱초롱한 눈으로
지혜나무님의 설명을 들으면서 간간히 이집트에 다녀온 사람들의 생생한 증언에 귀기울이고, 모르는 말은
질문도 하면서 수업을 듣던 중 뒤늦게 들어온 사람의 얼굴을 보니 철학모임의 레몬글라스님입니다.
레몬글라스라는 아이디로 everymonth의 글에 리플을 달았을 때 저는 당연히 레몬을 담는 그릇이란 뜻으로
그릇 모으기가 취미중의 하나라고 하신 이미지와 딱 맞는 아이디로구나 지레 짐작하고 그런 의미로
그릇에 대해서 요즘 관심이 생긴 이야기도 하고 건축사에 관심이 있다면 함께 하자고 권하기도 했지요.
그런데 강변역에서 대화역까지는 아무래도 너무 먼 길이라서 설마 오늘 만날 수 있을지는 긴가민가한
상태였었지요.
수업중이라 눈인사만 하고 수업에 집중을 했는데요, 오늘 덕분에 늘 잘 모르겠던 건축용어,특히
그리스 건축의 용어 설명이 해결이 되었고 이집트 피라미드 만드는 과정, 식물이 어떻게 주두의 장식으로
사용되는가에 대한 감을 잡은 날이어서 정말 도움이 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수업이 끝나고 방학중이라 바쁜 사람들이 먼저 떠나고 강사인 지혜나무님, 먼 길을 오신 레몬글라스님
그리고 처음 제대로 인사를 한 다른 두 사람 ,저까지 이렇게 다섯명이서 점심을 먹으면서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서로 다른 길에서 살아왔지만 한 가지 관심사로 만난 사람들이라 금방 이야기가 통하는 것이 신기하더군요.
학원에서 역사를 가르치기도 하고, 누리세상에서 어른들에게 한국사를 지도하기도 하는 박선생님, 그녀는
오늘 지도를 그리느라 애를 쓰는 강사 대신 작게 그리고 크게 확대해서 지도를 그려놓고 설명을 해주는
바람에 그 지도를 지우기 아까워서 망설이는 강사때문에 웃기도 했었지요. 그래서 슬며시 연말에 여행갈
계획이 있는가 물어보기도 했습니다. 멤버로 함께 가면 여행의 즐거움이 증폭될 것 같은 사람을 만나서요.
점심 식사후 철학 모임의 멤버이기도 한 세 사람이 모여서 다시 커피를 마시면서 수다가 만발했는데
레몬글라스가 그릇이 아니라 마시는 차라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레몬글라스님은 제가 살아온 인생의 반대편에서 정말 제대로,열심히 살아온 흔적이 역력한 사람이었습니다.
가까이에서 이야기를 하니 그동안 철학모임에서 만나던 것에서 한 발 더 가까워졌다고 할까요?
그러니 역시 사람은 공부시간 자체가 아니라 after에서 더 잘 알게 되는 모양인가?
그렇다고 after 시간을 마냥 늘릴 수도 없고 새로운 고민이 생기더라고요.
그녀에게도 역시 새로운 음식 레서피 하나 얻어 듣고 ,이제는 적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요리가 생긴 것에 기뻐하게
되네요. 커피 마시고 행복한 왕자에 들러 그녀에게 빌려주고 싶은 책을 챙겨주고 다음 주 목요일에 만날
약속을 하고 헤어져 집에 들어오는 길, 평생 도망다니던 살림 잘하는 여성들의 곁으로 자발적으로 다가가서
그녀들과 사귀고 있는 요즘의 제가 재미있어서 웃음이 나오네요. 그러니 보람이에게는 미리 선입견을 갖고
금을 긋고 사람들을 사귈 것이 아니라 조금 더 오픈 마인드로 이왕이면 서로 다른 사람들곁으로 가보라고
젊은 시절부터 조금 더 유연하게 살아보라고 강력하게 권하고 싶어지네요. 물론 그 것도 그 아이의 몫이겠지만
아테네에 대한 동영상을 보아서일까요? 몸은 여기 있지만 마음은 벌써 여행하는 기분으로 가득한 날
대신 그림을 보면서 떠나고 싶은 마음을 달래고 있습니다. 그래도 내일 처음으로 가게 되는 대관령 음악제가
있으니 일단 그 길 오고 가는 것으로 여행에 대한 허기를 채울 수 있으려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