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이상 계속된 절식만으로는 아무래도 몸의 습성을 바꾸는 일이 어렵다고 느껴서
걷기를 시작했습니다. 일부러 시간내기가 어려워서 궁리하다가 새벽에 일어나서 가능하면 집밖으로
나가기로 마음을 먹었지요. 처음에는 정말 어렵고 자꾸 들어오고 싶어서 (몸이 깨기 전의 시간이라서
당연한 것일까요? ) 힘이 들었는데 오늘 새벽 (제겐 새벽이지만 다른 사람들에겐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근린 공원의 운동기구를 타고 있는 에너지가 폴폴 나는 어떤 여성분의 운동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저절로 따라하고 싶은 기분이 들어서 우습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그렇더군요.
뭐랄까, 운동기구를 정해진 대로가 아니라 그녀 나름으로 응용을 하면서 운동이라 마지 못해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를 즐기는 그런 기운을 보여주었다고 할까요? 기가 충천하구나 이런 이른 시간에 그녀는
누군지도 모르는 그녀가 내일도 이 자리에서 이런 모습을 보여주면 ,아니 당분간 자주 얼굴을 보았으면
생판 모르는 사람인데도 그런 기를 내뿜다니 정말 뜻밖의 느낌이었습니다.
고마움을 담아서 고른 그림 한 점인데요, 이런 식으로 소통이 가능하지 않은 대상을 위해서 마음을 담아서
그림을 골라보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로군요.
집에 와서 샤워하고 듣는 기돈 크레머의 바흐연주, 몸이 완전히 깨고 나서 듣는 연주라서 그런지
아침의 시작이 행복하군요.
예전의 나라면 계획을 세우고 실행 가능성이 있나 타진하고 그러고도 미적거리면서 좀처럼 시작하지 못하던
운동, 그런데 바뀐 것이라면 하다가 그만두어도 몸속에 그것을 위한 근육이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그러니
다시 시작하기도 쉬운 법이지 않을까 그렇게 사고의 전환이 가능해졌다는 겁니다.
어제는 무심코 본 그림인데 제목을 보니 세바스찬 바흐에의 오마주라고 써있네요. 이런 기막힌 우연이
그래서 더욱 더 음악과 그림의 조화가 어우러진 즐거운 목요일 아침이로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