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수업의 일학기 마무리를 정발산에 있는 이연실씨 집에서 하기로 했습니다.
각자 나물 한 가지씩 해와서 비빔밥을 먹기로 메뉴를 정하고, 히피문화와 하위문화, 우드스탁 페스티발에
관한 동영상 자료가 있는 사람들은 가져오기로 하고, 연주가 가능한 사람들은 준비해서 모이기로 했지요.
거의 20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모이니 아무래도 마지막 남은 부분의 스터디는 어렵다고 판단해서
동영상을 보는 것으로 수업을 대신했는데요, 마침 와인을 준비해 온 마리포사님, 점심에 먹을 것으로 전을
준비해온 이디오피아님, 그런데 와인과 전, 그리고 와인과 강냉이의 절묘한 조화로
히피문화에 대한 동영상과 중간중간에 이야기를 들으면서 마시는 난생 처음의 낮술로 몸속의 변화가
낯설면서도 신기한 날이었습니다.

그런데 동영상도 동영상이지만 art attack에 소개된 곡들을 씨디로 구워서 두 장에 담고 각 곡에 대한
리스트도 만들어서 개개인에게 선물한 it's me님의 조용한 배려가 가장 놀라운 날이었습니다.
모임이 끝나고 집에 들어와서 한 잠 달게 잔 다음, 그 음악을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그 시간을 되돌아보게
되네요.
그녀는 줌인 줌 아웃을 통해서 쪽지를 보내왔고 그래서 알게 된 사람인데요, 스며들듯이 조용하게
함께 공부하게 되었는데 안에 숨은 정열을 갈수록 조금씩 드러내고 있는 중이어서 볼 때마다 새롭다는
느낌이 드는 사람이기도 하지요. 그래서 우리가 누군가를 안다고 하는 일이 얼마나 서투른 판단이기
쉬운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사람이기도 하고요.

와인잔을 씻으려고 자연스럽게 부엌에 들어갔는데 그 모습을 보고 다른 사람들이 놀라서 말을 하더군요.
선생님, 정말 변하긴 변했다고요. 주로 사람들과 talking about를 하는 편이었는데 ( 이 말은 다른 사람의 말을 받아서 그대로 옮긴 것인데요 그 말이 웃기기도 하고 정곡을 찔린 기분이기도 하고 )잔을
씻는다든지, 아니면 부엌 살림에 대해서 궁금한 것을 묻는다는지, 오늘도 과일이 아니라 음식을 한가지
준비해서 간 것이라든지 이런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참 사소한 일이 제겐 새로운 출발을 보여주는 그런
기분이라고 할까요?
부엌이 넓은 집이라서 그 많은 사람들이 두 곳으로 나누어 앉아서 이야기꽃이 피었습니다.
그리곤 피아노와 바이올린 합주, 피아노 독주가 있었는데요, 그녀들의 어울린 소리를 들으면서
앞으로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이 조금 더 많아져서 서로 본을 보이기도 하고 끌어주기도 하고 자극하기도 하면서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났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두 잔이나 마신 와인의 취기가 다 가시기 전이라 저도 피아노 두 곡을 연주했지만 아무리 연습을 많이
해도 역시 사람들 앞에서는 긴장을 해서 그런지 제대로 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그것이 문제가 아니겠지요?
그렇게 함께 하는 시간의 느낌은 상당히 오래 가는 법이라서요.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집주인의 춤이었는데요, 이 애주선생님의 제자이기도 한 그녀의 춤은
뭐랄까,제 몸속의 무엇인가를 건드린 기분이 들었습니다 .앞으로는 이 곳에 모여서 가끔은 기본 동작도 따라
배우고, 실제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되었으니까요.

모르던 사람들이 공부라는 한 가지 관심사를 갖고 모이지만 모이고 나면 사람들이 갖고 있는 에너지로
이것이 어디로 갈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 그것이 정말 재미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 날
집에서 듣는 art attack 속의 노래들을 듣고 있자니 몸으로 즐길 수 있는 일들이 떠오르네요.

다음 책이 끝나고 다시 모이면 그 때 사람들이 보여줄 변화가 기대가 되는 순간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