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줌인줌아웃

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아침 일찍 세탁소에 간 사연

| 조회수 : 1,662 | 추천수 : 122
작성일 : 2010-06-29 10:56:35
어제 수유공간너머 수업이 있는 날, 집에 오니 보람이는 벌써 잠들어 있었습니다.

계절학기 다니느라 일찍 일어나야 하고 아직 돌아온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 몸이 비실비실한 느낌이더군요.

아침을 준비하던 중에 아이가 소리를 내서 부르네요. 엄마, 나 인턴 면접 보라고 연락이 왔어.

그래서 아침밥을 먹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한국에 돌아와서 두 곳에 원서를 냈는데 아무 곳에서도 연락이 없으면 어떻게 하나 내심 걱정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더라고요.  

이미 일요일 밤에 자신의 인생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정했노라고 그래서 앞으로 남은 학기는 어떻게

마음먹은 회계사 시험공부는 어떻게 이런 식으로 일장 인생계획을 발표?했는데 이 일로 다시 변수가 생기게

되었다고 한 걱정 하길래 웃으면서 말을 했지요. 지금까지 네 인생의 계획이 수도 없이 바뀌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그러니 이 일이 성사되어도 좋고 지금처럼 계절학기 하고 나서 원하던 대로 해도 좋고

아니면 또 다른 일이 생기면 그것에 맞추어 살아도 되는 것이라고요.



밥 차리는 동안 벌써 옷장을 뒤적여서 면접에 입고 갈 옷을 고른 모양입니다 .

일학년때 동료와 선배들 앞에서 (학회) 발표하느라 장만한 옷을 평소에는 입을 일이 없다고 쳐박아두었다가

이번 기회에 입을 수 있을 것 같다고 꺼내놓고는 드라이 클리닝을 부탁하고 떠났습니다.

그래서 아침 일찍 카메라 챙겨서 세탁소에 가다가 아파트 안의 정원에 핀 낯선 꽃을 발견했지요.

옷과 가방을 걸쳐 두고  사진을 찍으면서 사람이 무슨 일을 좋아한다는 것이 이런 것인가 싶어서

혼자 슬며시 웃음이 나왔습니다.



한국에 돌아와서 보람이가 가장 기뻐한 일중의 하나가 fifteen이 생긴 것인데요 파리에서도 줄곧 이용했다고

하면서  벌써 회원에 가입해서 자주 이용하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사람들의 참여가 높은지

가끔 밤에 들어올 때 보면 자전거가 거의 비어 있을 때도 있고 오늘 아침에도 자리가 많이 비어있어서

눈길을 끄네요.



원래는 가방에 책 두 권을 담고 나갔습니다. 벤취에 자리잡고 앉아서 글을 읽다가  눈이 피로하면

동네 한 바퀴 돌면서 사진도 찍고 싶어서요. 그런데 신호등을 건너려다  늘 성당앞을 지나면서

이 곳은 왜 이렇게 사진찍기가 어려운가, 프레임을 어떻게 잡을까 잘 모르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생각해보니 늘 바쁘게 오가느라 그 앞에서 생각할 여유가 없었던 탓이 아닐까  싶더라고요.






마침 다섯 번째 화요일이라서 오전 약속이 없는 날, 좀 더 공을 들여서 그 공간과 만나고 싶었습니다.







사진만의 일이 아니겠지요? 마음이 가는 곳에 정성도 함께 하는 것, 그러다보면 새로운 각도에서 무엇인가

시작되는 것이 즐겁네요.



성당위의 플래카드에 젊은 신부님의 수품소식이 걸려있습니다. 그 앞에는 그의 사진도 들어있고요.

서품은 뭐고 수품은 무엇일꼬 무슨 차이가 있나 궁금한 것 하나, 저런 젊음이 신부가 되기까지 가족들은

이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이는 것일까, 내가 모르는 세계의 신비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성당앞을 매일 드나들면서도 무심히 지나쳤던 것들에도 시선이 간 날, 그래서 사람은 자고로 너무 바쁜 것이

독이 되는 것이 아닌가 싶더군요. 사실은 꽃도 좋지만 이런 시설을 관리하지 않으면 우리들 삶의 기본이

돌아가지 않는 것이련만 눈에 보이는 것은 아름다운 것만 찾는 것은 아닐까 싶어서요. 제가




여기까지 찍고 나니 좀 더 멀리 동네 한 바퀴 돌 일이 없겠다 싶어서 그냥 들어왔습니다.

불쑥 내미는 옷을 들고 또 세탁소에 갈 일이 있을지 이번 한 번으로 그칠지 모르지만  앞날에 대해서

모든 것이 불투명해서 가끔은 힘들어하는 보람이에게 이번 면접이 어떤 길을 열어주게 될지 기대가 되기도 하고

한편으로 면접에 붙으면 새벽 6시에 일어나는 일이 다시 시작된다는 것에 일말의 공포를 느끼기도 하는

묘한 아침입니다.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intotheself
    '10.6.29 11:01 AM

    캐드펠님

    어제 시내 나가려고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리다 보니 우리 집앞에서 부천대학까지

    한 번에 가는 버스가 있더군요. 평소라면 그냥 지나칠 내용이었는데 어라 부천대학?

    생각해보니 캐드펠님의 식당이 있는 곳이 바로 그 근처라고 하지 않았나요?

    이런 반가운 일이, 언제 타게 될지 모르지만 그곳이 한결 가깝게 느껴지네요.

  • 2. 하늘재
    '10.6.29 11:37 AM

    ㅎ 성사 되어도 좋고,,,
    다른 길 이어도 좋고,,,
    수 없는 계획의 변동~~
    제가 아이들에게 얘기하는 부분과 비슷해서 슬며시 웃음 짓습니다,,

    많이 보는것이, 많이 듣는것이,,수 없이 반복해 보는것이...
    어떤 공부든 왕도는 바로 이것 이겠지요?
    이렇게 열심히 ,,재밌게 찍고 계시니
    머 잖은 장래에 멋진 작품이 탄생 될것 같은 예감이~~~ㅎ

  • 3. 캐드펠
    '10.6.30 2:45 AM

    오메 인투님!!
    그 버스가 아마두 1001번 인가 그럴꺼에요
    저희 가게 근처 정류장에서 정차해요
    글잔아도 그 버스에 대화역 백석역 이렇게 노선이 적혀 있어서 저두 인투님을 생각했지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13454 노각나무를 아시나요?? 9 청미래 2010.06.30 2,102 134
13453 읽고 싶은 책 목록 5 intotheself 2010.06.30 1,852 167
13452 덕진지의 연꽃 ~~~~~~~~~~~~~~~ 4 도도/道導 2010.06.30 1,596 132
13451 어린 피아노 선생님을 만나다 1 intotheself 2010.06.30 2,055 175
13450 혼자 읽기 아까운 (1) 3 intotheself 2010.06.30 2,353 233
13449 오랫만에 휴식 12 열무김치 2010.06.30 2,264 148
13448 연꽃이 핀 논의 생명체들 모습 9 미실란 2010.06.30 1,560 116
13447 아귀찜이 가져다 주는 영향,,, 3 happy1004da 2010.06.30 1,698 140
13446 노란 돌나물꽃 7 wrtour 2010.06.30 1,834 131
13445 나비야 나비야~ 7 청미래 2010.06.29 1,655 142
13444 happy1004da(2) 4 happy1004da 2010.06.29 1,733 146
13443 날개 3 어부현종 2010.06.29 1,349 123
13442 그냥 떠나기 섭섭하여~~7월 달력입니다. 8 안나돌리 2010.06.29 2,244 109
13441 이쁘고 귀여운 강아지 10 미실란 2010.06.29 1,766 114
13440 아침 일찍 세탁소에 간 사연 3 intotheself 2010.06.29 1,662 122
13439 복귀 신고 합니다. 28 카루소 2010.06.29 4,119 139
13438 조슈아 벨 11 wrtour 2010.06.29 2,625 119
13437 클레마티스, 종류도 참 많구나~ 9 청미래 2010.06.28 3,674 147
13436 김연아랑 이승기 듀엣곡 들어보셨어요? 9 세우실 2010.06.28 1,598 66
13435 참 교육은 농사짓는 것부터... 8 미실란 2010.06.28 1,411 102
13434 어찌 합니까 9 안나돌리 2010.06.28 1,786 116
13433 초안산에서 호랑이를 타고 놀았습니다... 6 舍利子 2010.06.27 2,139 171
13432 드뎌 제게도~ 11 청미래 2010.06.27 1,924 146
13431 내가 갖고 싶은 건.. 3 intotheself 2010.06.27 2,169 158
13430 비소식 산골에서 2010.06.26 1,431 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