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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초안산에서 호랑이를 타고 놀았습니다...
초안산(楚安山)은 저의 집에서 5분 거리에 있는 해발 100m의 동산 같은 산입니다.
5천 원짜리 운동화를 신고도 가뿐히 다녀올 수 있는 곳이죠.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도 봤으니까요...
그렇다고 얕보면 안 됩니다.
위험하다는 얘기가 아니라, 정감이 가는 아름다운 산이라는 말씀입니다!
누가 달나라에서 캐다 초안산에 옮겨 심었나?
명찰을 달지 않았으면 모를 계수나무가, 자태도 아름답게 팔랑팔랑 나뭇잎을 흔듭니다.
산사나무, 산초나무, 국수나무, 사시나무, 보리수나무...
아카시아는 빼먹으렵니다.
그 뿐인가요?
이름만 들어도 서러운 찔레꽃, 여름철 내 어린 날의 간식꺼리였던 산딸기나무까지...
아항~,
동물들이 눈 흘길라...
서울에서 꽃뱀을 처음으로 본 것도 초안산 자락이었습니다.
근처에 과수원이 있으니 이브의 사과는 당연히 있고요...
산 입구 늪지엔 맹꽁이 가족도 살지만 모습을 안 보여주니, 역시 맹꽁이 자식 같으니라고...
개구리 소리에는 아예 초안산이 사라질까 겁이 날 정도입니다.
물론 비오는 날의 얘깁니다...
5월이면 찾아오는 나그네 새 꾀꼬리의 트롯트 한 곡조는 어떻고요...
멋진 장끼 소리도 여기저기서 들린답니다.
그 소리에 위엄이 서렸으니, 아홉 아들 열두 딸을 거느리고 산보를 하시나...?
그 외,
참새 따위 자질구레한 새들은 모 대학교수의 몫이니 생략합니다...
그러나...
초안산엔 아름다움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조선조 500년의 영광과 어둠이 함께 있습니다.
'내시네 산'이라 하여 1000여기의 무덤이 있으며, 거의가 내시나 궁녀의 무덤이라 합니다.
당시엔 파워가 대단했겠지만 한 사람의 군주를 위해 바친 파란만장한 일생...
(군주시대라 하여 어찌 인간의 존엄성이 임금에게만 있단 말인가...?)
한도 원도 많으련만 사후에도 이들은 모두 궁을 향해 누워 있답니다.
그런데,
초안산에 유독 아카시아 나무가 많고, 어느 무덤군(群)엔 집중적으로 소나무가 우거졌더군요.
기이한 생각이 들어 살펴보니 다분히 의도적으로 심은 것 같았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일제가 무덤을 없애기 위해 아카시아 씨앗을 쏟아 부었답니다.
(이런이런! 아카시아 뿌리처럼 악랄한...!)
일제 탓도 있지만,
후손이 없으니 관리가 소홀하여
비석이며 문인석들이 제대로 보존되어 있는 것이 드뭅니다.
아예 목을 떼어 간 석상도 수두룩하고요...
그래도 지난 겨울날엔 누군가가 석상의 목에 예쁜 목도리를 둘러 준 것을 보았습니다.
아, 영혼이 아름다운 이여...
아름답지만 잊혀 진 초안산아!
내 어찌 네 상처를 치유해 줄 수야 있겠나만 가끔씩 이렇게 올라 와
호랑이를 타고 노닐며 너의 아픔과 슬픔,
그리고 서러움을 위무해 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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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천하
'10.6.28 11:52 PM호랑이 타고시퍼요^^
초안산은 어디에 있나요?2. wrtour
'10.6.29 12:55 AM가보고 싶은 곳입니다.
해질녁 산책하면 상념에좀 젖겠는데요.3. 카루소
'10.6.29 1:38 AMEye of the Tiger - Surviver
4. 캐드펠
'10.6.29 3:28 AM일부이지만 내시라도 결혼을 하고 아들을 양자 들이기도 할 수 있었다지요
하지만 슬픈 사연이 많이 내려오는 그 분들의 삶이 사후에도 저리 편하지만은 않네요5. 열무김치
'10.6.29 5:07 AM舍利子님 !! 저 그 동네 사람입니다 ! 창 3동이요 ^^
약수터에 가다가 한 번쯤 뵈었을까요 ?
지금도 저희 아버지 어머니 하루에 한 번은 꼭 올라갔다 오십니다 ^^6. 舍利子
'10.6.29 10:26 PM천하님.
초안산으로 오시면 호랑이를 타실 수 있답니다. ^^
호랑이는 하나의 상징이고요...
초안산은 노원구에서 올라갈 수도 있고, 저는 도봉구에 살고 있습니다.
wrtour님.
해질 녘은 말씀하신대로 사유의 시간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지만,
달밤이라면 그야말로 ‘월하의 공동묘지’가 되겠지요? ^^
산을 많이 다니시는 wrtour님이시니, 한번 오세요...
카루소님.
창업하셨다는 소식만 듣고 축하인사가 늦었습니다.
나날이 크게 번창하시길 기원하며, 음악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호랑이의 눈’이 초안산을 지켜 주리라 믿습니다. ^^
캐드펠님.
희미하게나마 글자가 남아있는 비석에, 부부의 묘라고 씌어있는 곳이 많더군요.
저도 볼 때마다, 관리를 좀 했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하답니다.
너무나 안타까워서요... 고맙습니다. ^^
열무김치님.
동네 분을 여기서 만나다니요! 저는 창1동입니다. ^^
앞으로는 열무김치님의 여행기가 열무김치처럼(?) 아주 가깝게 다가올 것 같네요.
정말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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