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주째 화요일, 오늘은 제 마음대로 에피쿠로스의 정원이라고 이름붙인 집으로 가는 날입니다.
약속보다 조금 일찍 집을 나선 이유는 어제 밤 후곡성당앞의 잘 가꾸고 있는 화단을 찍어보려고 하다가
봉헌초이외에는 다 실패한 일 때문에 ,마음이 촉발된 덕분인데요


동네에 흐드러지게 피기 시작한 이 꽃들, 그런데 아직 몽우리 단계의 상태가 마음에 들어서 같은 장소에서
눈높이를 달리 해서 담아보았습니다.


다른 곳은 어떤지 몰라도 이 곳은 벌써 철 이른 코스모스가 피어 있네요. 무리진 꽃은 찍어도 느낌이 살지
않아서 아직 멀었네, 하는 생각을 절로 하게 되지만 그래도 신기해서 기념으로 찍어보았지요.

이른 시간이라 게이트 볼 하는 사람들이 없어서 그 공간안으로 들어가서 한 컷, 밖에서 보는 것과는
다른 맛이 나네요.

약속 장소인 집으로 가는 길에 시민게시판에 실려있는 포스터, 제가 관심있는 것은 고향을 떠나야 한 화가들에
관한 것인데요 6.25특집으로 마련한 전시인 모양입니다. 궁금해서 기억할 겸 메모용으로 찍은 것인데
게시판을 어떤 식으로 찍으면 분위기가 더 살 것인가 여러 컷 찍어본 중에서 그래도 가장 상태가 좋은 것으로
골랐습니다. 이런 노력을 한다는 것자체가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라 생각하니 재미있네요.

무심코 지나가다가 눈길을 끌어서 멈춰 섰습니다. 진짜 기와인지 기와 모양만 흉내 낸 것인지 모르지만
그런 차이가 의미를 생산하는 것이로구나 (기와를 얹은 사람들은 거기까지 생각한 것인지 모르지만 제
눈에는 그것이 바로 그 담장의 의미를 생산한 재료로서의 기와에 눈길이 가서요 ) 싶어서요.
아이가 아파서 함께 하지 못한 지혜나무님만 빼고 다섯 명이 모여서 진한 커피와 더불어 시작한 공부
2시간이 훌쩍 넘어버렸습니다. 멤버 중 두 명이 이성적으로 문장이나 개념에 접근하는 편이라서
그런 차이로 인해 문장을 보는 일, 문장의 의미에 접근하는 일이 새롭다는 것을 느낀 날이었습니다.
그래서 함께 하는 공부가 의미가 있는 것이겠지요?
오늘 배우고 싶다고 주문한 음식이 회덮밥, 그리고 두부를 맛있게 부치는 법에 관한 것인데요
주인장 마리포사님의 지시대로 준비한 음식을 차려놓고 보니 처음으로 음식을 카메라에 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이것이 오늘의 가장 큰 변화라고 할까요?



맛있게 먹고 먼저 두 사람이 출발하고 남은 세 사람, 조지 윈스턴의 joy를 치는 시범을 보인 다음
어디까지 연습해보라는 주문을 했지요. 함께 피아노 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언젠가는 즐거운 놀이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서요.
그리곤 호수님에게 설겆이 부탁한 다음 마리포사님에게 불어책을 공부해보자고 권했습니다.
그녀는 오늘은 웬일로 제가 일찍 일어나지 않는가 이상했다고 하네요.
불어에 대해서 궁금해하면서도 선뜻 공부에 참여하지 못하다가 드디어 책을 산 그녀, 워낙 완벽한 준비가
없으면 뛰어들지 못하는 성격같아서 오늘 작정하고 남아서 3과를 함께 공부했습니다.
내일 나머지를 하고 나면 목요일 모임에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참가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것을 돕는 것이 화요일 ,이렇게 좋은 공간을 제공하는 것과 더불어 요리의 abc를 정성껏 보여주고
요리에 맞은 그릇까지 신경써서 식탁을 차리는 그녀에 대한 제가 할 수 있는 작은 선물이라고 생각을 했거든요.

남은 재료를 보기 좋게 그릇에 담아서 집에 가서 아이들에게 차려주라고 준 보따리를 들고 내려와서
이야기나누다가 눈길을 끄는 꽃에 있어서 한 컷, 이것은 마리포사님에게 보내는 선물에 대한 답례로 올려놓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