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다보니 꽤가 나서 갈 때는 택시를 , 올 때는 걸어서 그렇게 정했습니다. 그래야 미적거리지 않고
바로 일어서서 나갈 수 있을 것 같아서요.

도서관 앞에 도착했을 때 비가 조금씩 내리는 중이라 우산도 없고 어찌 하나 고민했는데 책을 골라서
들고 나오니 벌써 해가 났네요. 반가운 마음에 자리에 앉아서 책의 내용도 뒤적이고 사진도 한 방 찍었지요.
이렇게 해두니 반납할 때 무슨 책이더라? 다 섯 권 중에서 꼭 기억나지 않는 책 제목이 생기는데 ,편리하더라고요.

늘 지나다니는 건영빌라 14단지, 오늘은 무슨 꽃이 반길려나 기대를 갖고 들어갔는데 역시나 새로운 얼굴로
기다리고 있는 꽃들이 있어서 반가웠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아무리 꽃이 예쁘게 피었어도 주위와의 조화가 어우러지지 않으면 프레임에 제대로 잡히지
않는다는 것인데요, 그것은 꽃 사정과는 상관없이 그저 우리 눈에 예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한
폭력인가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드는 날이었습니다.

뒤에서는 지고 앞에서는 피는 이런 강렬한 대비 !!

동네 게이트 볼 구장 앞에서는 흐드러지게 핀 이 꽃이 여기서는 이렇게 수줍은 듯이 살짝 가운데 들어가
있는 것이 귀엽게 느껴져서 한 장 !


빌라 안 곳곳에 대만 뻘쭘하게 자란 곳이 많더니 이 곳에서는 이미 꽃이 피고 있더라고요. 이름도 모르는
꽃이지만 한동안 만나게 될 것 같아요.
이름 아시는 분은 알려주시길!!

노란 장미의 한 살이가 다 담겨있는 것 같이 느껴져서 그 앞에 서서 한참을 서성거렸습니다.
우리 인생에서도 이렇게 골고루 섞여서 사는 것이 더 맛있는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가면서요.
도서관 가는 길에 이렇게 즐겁게 카메라와 더불어 지나다닐 수 있고 그 때마다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는
화단이 있어서 행복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 일요일 아침의 나들이였는데요 산 지 얼마되지 않은 카메라의
저장용량이 다 끝났다고 중간에 설명이 뜨는 것을 보니 정말 부지런히 들고 다니면서 찍었구나
그런 열정이 신기해서 웃은 날이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