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책이 있어서 일부러 지하철을 탔는데 주엽역에서 남부터미널까지 시간이 어찌 가는지 모르게 만든
책이더군요. 마침 금요일의 모던 타임스, 그리고 목요일의 도발,월요일의 수유공간머너 일본어 시간의 팔레스타인 문제에 이르기까지 세 수업시간에 읽고 있거나 언급되고 있는 역사적 사건, 사람들이 많이 나와서 아니, 이건
우리들을 위한 책인가? 이렇게 자기 중심적으로 말도 되지 않는 생각을 한 재미있는 시간이기도 했지요.
지난 목요일 마리포사님에게 이 책을 받았을 때만 해도 선물로 받는 것인가, 빌려주는 것인가 몰라서 하루를
기다렸다가 금요일 전화해보고 선물이란 것을 알고 본격적으로 줄을 그으면서 볼 수 있었습니다.
제겐 줄을 긋고 여백에 무엇인가 적어놓고 그런 것이 가능한 독서가 진짜 독서처럼 느껴져서 빌린 책은 아무래도
조심스럽기 때문에 책읽는 맛을 만끽하기 어렵거든요.

오랫만에 오니 반가운 마음에 우선 나란히 걸린 현수막을 바라봅니다. 그런데 눈에 확 들어오는 전시회 소식
터너에서 인상파까지라, 오랫만에 터너 그림을 볼 수 있겠지만 이미 늦어서 당장 만나는 것은 어렵겠고
시작된 전시인지, 아니면 전시를 기다리고 있는지 확인해볼 필요도 있을 것 같네요.
wrtour님의 사진으로 이미 본 작품이 있어서 아하, 하는 마음으로 다가가서 둘러보고 저도 기념샷을 찍어보았습니다.


평소대로 8시 공연인 줄 알았는데 오페라라서 일까요? 7시 30분 공연이라고 해서 톤서트홀 안에 있는
음반 가게에 들러보겠다는 계획도 위에 올라가서 분수대 주변을 찍어보고 싶다는 계획도 다 날라가고 말았습니다.
중간에 고속터미널에서 내려 다음 수요일부터 일산 사람들과 함께 하기로 한 영문법 수업 (영어에 진입장벽을
느끼는 어른들의 가장 큰 고민이 바로 문장을 어떻게 끊어 읽는가에 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한동안 쉬게 된
수요일 수업 -자전거님이 독일 여행떠나시는 바람에 - 시간에 요리의 ABC를 확실히 알려달라고 장금이라고
불리는 이 정권씨에게 부탁을 했고 일어나 영어중에서 하고 싶은 언어를 고르라고 하니 망서리길래 그렇다면
일본어 기초와 영문법 둘 다 하는 것으로 하자고 이야기하던 중 그렇다면 우리도 이렇게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생겨서 애초에 생각하던 것보다 규모가 큰 수업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책을 고르러 영풍문고에 갔다가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서성대다 보니 예술의 전당에서 느긋하게 산책하거나 사진 찍을
시간이 확 줄어버렸네요.
아이다, 스토리는 익히 알고 있지만 어떻게 연출을 하고 누가 노래를 어떻게 부를지는 전혀 모르는 채로
들어간 공연장, 처음부터 확 눈길을 끈 것은 무대배경과 조명이었습니다.
고대 이집트와 에티오피아가 서로 전쟁하던 시기를 배경으로 하는 이 이야기에서 무대 장치의 모던함이
서로 이질적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상승효과를 내서 오페라를 보는 내내 신기하고 즐거웠지요.


그래서 평소에 하지 않던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원래 공연장에서는 사진 촬영이 금지라서 늘 그렇게 지키고
있었는데 어제는 문득 공연 끝나고 출연진들이 인사하는 장면을 찍어보고 싶어졌지요. 사실은 무대를
제대로 찍어보고 싶었지만 너무 멀고 공연중에는 가능하지 않은 일이라 마음속으로만 여러 번 이 배경을
하고 손꼽게 된 배경이 여러 차례 등장을 했거든요.무대가 바뀔 때마다.

돌아오는 길에도 지하철에서 세계사 편지에 코를 박고 주엽역을 알리는 소리가 날 때까지 책을 읽은
세계사 편지에서 시작해서 세계사 편지로 끝난 하루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