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앤스터디란 곳이 있습니다.그 곳에는 동영상 강의로 다양한 인문학적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좋은 프로그램이 많아서 눈이 휘둥그레지는 곳인데요, 아트앤스터디에서 6개월 여 전에 오프 라인
강의를 할 수 있는 장소를 홍대역 근처에 마련했지요. 소문으로만 듣고 침만 흘리고 있다가 어제
처음으로 리어왕 강의를 들으러 갔습니다.

목요일 밤, 서가에서 리어왕을 꺼내 다시 읽다보니 기억속 깊은 곳에 잠재해있던 정서가 뭉게뭉게 떠오르더군요.
영문학을 전공하면서 열을 내서 공부하던 시절, 그것을 다 마무리하지 못하고 학교를 떠나고, 봉인해버린 감정들
이제는 다 말라서 미련도 없어지고, 다시 그리스 고전부터 공부를 해볼까? 편한 마음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된
시절, 대학원 첫 강의에서 그리스 고전을 배우던 날의 신선함과 충격도 생각나기도 하고요.

수업이 시작하기 전 내부를 둘러보았습니다. 센스있게 꾸며진 공간이 마음에 들어서 낮 시간 이 곳은
무엇으로 활용되고 있는가 살짝 궁금해지기도 했지요.나중에 집으로 돌아오는 길, 마침 인문,숲을 운영하는
라합님의 차에 동승하게 되었습니다.그녀도 일산에 산다고 함께 가자고 하더군요. 그래서 일산으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인테리어에 참여해서 서로 내놓은 아이디어, 그 중에 게시판을 자석으로
해서 그렇게 꾸미자고 한 것은 남편인 현준만씨 (그는 한동안 문학비평가로 많은 글을 썼던 사람이라서 기억하고
있었는데 그래요? 하고 놀라서 이야기를 더 하기도 했어요. 어떻게 아트앤스터디를 꾸릴 생각을 하게 되었는가
하고요 ) 그리고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공간에 대한 것은 본인의 아이디어라고요. 그 곳은 단순히 커피 자판기를
놓는 그런 수준이 아니어서 수강생을 위한 배려를 느낄 수 있는 멋진 공간이었거든요.

게시판을 둘러보다가 가라타니 고진의 강의가 눈에 띄어서 일부러 한 장 더 찍었습니다.
수유너머에서 일본어강독 시간 처음 만난 저자가 가라타니 고진, 존재하는지도 모르다가 알게 된 저자라서
그의 글을 찾아보면서 공부하느라 진땀뺀 경험이 있어서 유독 반가운 마음이 드네요. 그래도 수요일은 강의
듣는 것은 불가능한 날이라서 그림의 떡이지만 그래도 저절로 눈이 가는, 그런 인연이 반가웠지요.

강의가 진행될 교실에 걸린 사진이 눈길을 끌어서 한 장 찍었습니다. 사진작가에 대해서 물어보니
라합님의 친오빠가 사진작가라고요. 그의 작품이라고 하네요. 그 곳에 한 점, 화장실 가는 길에 한 점, 물론
다른 교실에도 걸려있겠지만 그 곳까지 들어가 볼 수는 없어서 두 점을 여러 번 바라보았습니다.
그런데 화장실을 이렇게 예쁘게 꾸미다니 신선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수강생이 미리 왔을 때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에 비치된 책입니다. 읽고 싶은 제목의 책이 몇 권 눈에 띄어서
기록의 의미로 찍어놓았지요.
강사는 쉐익스피어 그림으로 읽기란 책의 저자인 권오숙 교수더군요.
처음에는 연결을 못 시키고 있었는데 강의 끝에 슬라이드 자료를 보여주는데 앗, 그렇다면 하고
기억이 났습니다. 이 책을 구하고 그림도판을 보면서 쉐익스피어의 작품에 대한 설명을 읽다가 불현듯
옛 기억이 떠올라 다시 그를 읽어보고 싶다는 충동이 생겼던 때가.


수업중에 슬라이드로 본 그림인데요 코딜리어의 죽음을 두고 울부짖는 리어왕입니다.
리어왕을 강의로 만난 이 일이 제게 어떤 물꼬를 트게 될지 ,우선은 읽어야 할 책이 많아서 가만히 쟁여두겠지만
언젠가 이것이 촉발할 파장이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