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티네 콘서트란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마티네가 뭐야? 알아들을 수도 없는 말로 음악회를 설명하다니
화가 났던 기억이 나네요. 나중에 알고보니 마티네가 불어로 오전중에란 뜻이라고요. 뭔가 아련한 분위기를
풍기려고 이런 표현을 쓴 것인가 약간 마음이 꼬이긴 했지만 그래도 아람누리와 어울림누리에서 여성들을 위한
오전 콘서트를 기획하고 좋은 공연이 올라오는 경우가 많아서 이제는 일산지역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콘서트이기도 하다고요. 마침 오늘 웅산의 재즈 콘서트가 있었는데 오래전부터 목요일 공부모임 사람들이
수업대신 함께 가기로 약속이 되어 불어수업만 마치고 어울림누리 극장에 갔습니다.

웅산이란 이름을 처음 만난 것은 한겨레 신문의 기사에서 였습니다. 상당히 긴 글에서 어라, 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절로 이는 가수로구나 생각만 했지 실제로 음반을 구해서 들어보는 정도는 아니었는데 마침 콘서트가
있다고 하고, 함께 가자는 이야기도 나오고, 그래서 덕분에 노래를 듣게 되었는데 제대로 된 무대에서
들어서 첫 만남이 파격적인 셈인가요?

노래도 노래이지만 그녀가 재즈를 처음으로 들으러 온 사람 손들어보라고 하더니 재즈에 대한 설명을 간단히
한 다음 현미의 밤안개 노래를 다양한 버전으로 부르면서 이것이 스윙,이것이 불루스, 이런 식으로 구별해서
들려준 것이 제겐 아주 도움이 되었습니다. 집에 와서는 오랫동안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던 재즈 음반을
다시 꺼내서 말끔하게 정리를 할 정도였고, 음악을 들으면서 일본 가수 나오미 생각이 나서
돌아와서 편지에 답장을 하기도 했지요.

루브르 앞의 스타벅스에서 시작된 인연이 한국에서의 공연으로, 그 다음에 안부편지만 쓸 수는 없어서
지난 번에 길게 이야기를 쓰면서 말을 건냈습니다. 영어로 표현이 어려우면 일본어로 써도 좋다고
나는 일본어로 글을 쓸 수는 없으나 읽을 수는 있으니까 음악에 대한 생각,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
무엇을 하고 싶은가, 이런 식으로 조금 더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으면 메일 교환이 의미가 있지만
계속 간단한 인사로는 의미가 없지 않는가 그런 이야기를 보냈었지요. 한참 있다가 역시 상당히 긴
편지가 왔는데 그녀는 그대로 영어로 글을 써서 보냈더군요. 그녀의 영어가 우리가 생각하는 어법에
조금 어긋나는 편지라 해도 하고 싶은 말을 잔뜩 잘 담아서 보낸 편지여서 그녀가 소통을 원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그리고 저도 글을 쓰기가 마음이 편해지더군요. 그냥 느낀 대로 언어에 덜
신경쓰고 써도 되겠다 싶고요. 더 중요한 것은 소통이니까.

사실 재즈 가수에겐 아침이 너무 이른 시간이라 목소리가 나올까 싶은 시간인데 웅산의 목소리는 정말
다양한 분야의 곡을 뿜어냈고, 그녀의 밴드가 내는 소리들도 좋아서 역시 밴드가 없다면 노래를 아무리
잘 불러도 뭔가 좀 부족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단지 좋아하는 드럼 소리가 뒤로 밀리고
피아노와 기타가 상당한 역할을 하는 바람에 좋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 묘한 느낌이더군요.

마지막 세 곡은 작정하고 그녀가 청중을 유도하면서 함께 참여하게 이끌고 그 곳에 모인 사람들이 저절로
일어서서 몸을 흔들거나 손뼉을 치거나 하는 모습을 뒤에서 바라보자니 사람들에게 이른 아침부터 이런
신명이 우러나는구나 신기한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혼자 앉아 있기도 뻘쭘해서 함께 일어나 박수를 치기도
하고 앞자리에 앉은 아는 사람들의 몸동작을 바라보기도 하다가 춤을 제대로 배운 사람의 몸은 역시 다르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수업의 멤버중에 제대로 이애주 선생에게 춤을 배운 사람이 있는데 그녀의 몸동작을 바라보는
것자체가 제겐 즐거운 시간이었거든요.

자타가 공인하는 음치인 저는 오늘 음치 탈출 교실에라도 다녀서 제대로 부를 수 있는 노래가 있으면
좋겠다는 절실한 갈망이 생겼습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마음에 품고 있으면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요?
보사노바 공연에 이어서 웅산의 노래까지 한 계절에 두 번이나 이런 색다른 음악을 접하고 나니
이상하게 올해 새로운 음악과 조금 더 자주 만날 것 같은 예감이 드는 날이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