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의 오늘 약속 장소였던 류가헌, 언젠가 한겨레신문에서 소개글을 읽고 가보고 싶다고 생각한 곳인데
은유님의 블로그에서 대문사진에 걸린 멋진 장소를 물었더니 바로 그 곳이 류가헌이라고 하네요.
그래요? 그렇다면 그 곳에서 언제 한 번 만나자고 말이 나온김에 오늘로 약속을 잡았습니다.
마침 그 곳에서 강 강 강 강 -사진가들, 강으로 가다-이런 제목의 사진전도 열리고 있다고 해서 겸사 겸사
찾아갔습니다.

그녀와는 자본세미나에서 처음 얼굴을 보았지만 그 때는 같은 조가 아니었기 때문에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전혀 없었습니다.다만 그녀가 강사인 고병권샘과 상당히 친한 사이로 보여서 이 곳 터주대감인
사람인가 ? 그 정도로만 생각하고 말았었지요. 그 장소에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활달함이 있었다는 정도의 느낌이라고 할까요?
루니에서 다시 만났고, 우연히 한 번 옆자리에 앉아서 수업을 하게 되었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그녀가 수유 위클리의 올드 걸의 시집을 쓰는 필자라는
것을 알게 되어서 놀랍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고 (수유위클리에서 자주 읽는 글중의 하나, 그리고 리플도
자주 달게 되는 글의 주인공이라서요 ) 그것이 인연이 되어 블로그에도 놀러가서 하루에 한 꼭지 혹은
두 꼭지의 지난 글을 읽는 것이 마치 하루 행사처럼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옥을 손보아서 만든 사진위주 갤러리, 사진을 으뜸으로 삼는다는 의미로 갤러리 자체로서 한 시절의 다큐멘터리를 꿈꾼다는 공간
마침 열리고 있는 전시회 강 강 강 강은 4대강 사업에 대한 어떤 글보다 더 울림이 있는 사진들을 전시하고
있었습니다.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강의 슬픔을 기록하고 이 기록이 전부가 아니라 기록은 시작일 뿐이라는
이야기가 마음에 스며들어오는 전시를 보는 동안 은유님은 마치 그 공간이 자기 집처럼 어울리는
여러 사람들과 인사하느라 바쁘더군요.

툇마루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는데요. 사람이 긴 기간을 안다고 더 잘 아는 것은
아니로구나, 마음의 벽이 없이 이야기를 서로 주고 받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그녀의 열린 마음에
저도 절로 벽없이 이야기를 꺼내놓은 시간이었습니다.

다 마신 잔을 들고 가서 주인장과 함께 씻으면서 활짝 웃는 두 사람이 보기 좋아서 몰래 한 장 찍었습니다.
파란 옷의 그녀가 이 곳의 주인장인데요 다음에 은유님 없이 혼자 와도 반갑게 맞아줄 것 같은 미소가
푸근하네요.
길담서원에 이어 류가헌까지 경복궁 근처에 편하게 찾아갈 만한 공간을 두 곳이나 한꺼번에 발견한
마치 보물찾기에 성공한 것 같은 기분이 든 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