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일교시 불어시간의 멤버가 자꾸 늘어서 다음 시간에는 일곱명이서 수업을 할 것 같네요.
그런데 이교시에도 함께 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 자리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마치 피라미드 조직인 것처럼 함께 하는 사람들이 이웃에게 소개하고 그들이 솔깃해서 참여하고는
다른 사람들을 또 데려오고 하는 그런 방사성의 확산이 재미있게 느껴진 날이었지요.
수업을 마치고 우체국에 가는 중에 한 멤버가 남편분과 나란히 걸어가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인사를 하고
지나쳤습니다.
그리곤 우체국에 갔더니 아뿔사 정작 보람이에게 부쳐야 할 제일 중요한 책이 없는 겁니다.도대체
거기까지 무슨 정신으로 걸어간 것일까요?
기분이 묘했습니다.어제도 수업중에 필요해서 챙겨둔 책을 잊고 나가서 한참을 걸어가다가 생각나서
집에 들어왔다 다시 나간 일이 있어서인지 약간 충격이네요.이틀 연달아 그런 실수를 ?
아니 실수가 아닌가? 기분이 우울해서 이런 날 조금 색다른 점심을 먹고 들어갈까 싶어서
들른 음식점에 아까 만난 부부가 점심먹으로 와 있는 겁니다.어떻게 하지? 그냥 나가기도 그렇고
같은 자리에서 먹기도,따로 떨어져서 점심을 먹기도 약간 어색한 상황이네

이미 길거리에서 인사는 한 상태이고,그래서 한자리메 앉아서 밥을 먹게 되었는데요,서로 이야기가
잘 통해서 처음 보는 사람앞에서 상당히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놀라운 기분이 들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야기를 하다보니 철학수업이 없는 화요일에 영어책을 조금 더 읽어보고 싶어하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영어공부를 하자,그런데 그것만으로는 시간을 내기 복잡하니 제게 수업이 끝나고
간단하지만 먹을 만한 음식을 하는 법을 가르쳐주고,함께 먹을 수 있는 것이 가능하다면 그렇게
해보자고 제안을 했지요.부엌에 대한 묘한 공포심과 기피증을 갖고 있는 제겐 이런 제안자체가
정말 놀라운 일이라서,제가 이야기해놓고도 신기한 느낌,이것이 바로 니체가 말하는 약함을 그치는 상태가
아닌가,가벼워진 몸으로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이제 공부는 하산해도? 된다는 신호가
아닐까? 자꾸 웃음이 나오는 날이기도 했습니다.

집에 들어와서 이전부터 영어공부를 더하고 싶다고 노래 부르던 마리포사님에게 연락을 했고
그녀 집에서 스터디를 하고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마무리하고 나니
갑자기 졸음이 몰려오더군요.그러고 보니 오늘 새벽에 일어나서 지금까지 계속 일이 있어서 다른 날보다
피로가 빨리 온 모양입니다.도서관의 박혜정씨가 빌려준 미스 사이공을 틀어놓고 소파에 누워있는데
잠이 오기는 커녕 잠이 확 깨버리네요.
아람누리에서 들었던 미스 사이공과는 이거,차원이 다르구나,노래가
처음부터 끝까지 다 들으면서 다른 날보다 두 배로 늘어난 일본어번역숙제를 시작했는데요
반쯤 하고 나니 목까지 차오르는 수다가 나도 좀 이야기하자고 조르는 느낌이네요.일본어 그만하고
내 이야기도 들어줘라고요.

미스 사이공을 다 듣고 나니 목요일 오전에 다른 사람에게서 받은 음반들이 또 있습니다.
음악을 통한 소통이 점점 다양한 장르로 발전해서,오늘은 도발을 읽는 날이라서 그런지
벨벳 언더그라운드와 도어즈의 음반을 빌릴 수 있었지요.평소라면 듣기 어려운 곡이라서
신기하네요,도발이 함께 읽는 책으로서도 좋지만 각 장마다 소개하는 음악으로 인해 글읽기,이야기나누기가
더욱 풍성해진다고 할까요?
각자 집에 갖고 있는 음반들의 색깔이 달라서 서로 나누다보니 점점 다양한 소리의 숲을 이우고 있다고 할까요?

아,그러고 보니 오늘부터 목요일 모임에 참가하게 된 캘리님이 들고 온 렌트도 있군요.
예술,특히 음악에 조예가 깊은 캘리님의 참여로 목요일 수업이 한층 더 즐거운 시간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드네요.
몬드리안을 보게 된 것은 역시 필립스의 그림을 올려놓은 노니님 덕분이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