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렌 굴드의 음악적 생애를 다룬 디브이디가 있습니다.제목이 hereafter인데요
그 중에 일반인중에서 굴드의 음악을 좋아하는 두 여성이 나오는군요.
한 사람은 1992년에 다른 한 사람은 2001년에 우연히 굴드의 피아노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들은 라디오에서 들은 소리에 반해서 그 이후에 굴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되었고
그 중 한 사람은 살면서 뇌일혈을 포함한 병에 시달리기도 하고 생에서 소중하다고 생각한 것을 자꾸 잃어서
바깥 세상에 대한 관심을 끊고 외롭게 살아가던 중이었다고 하네요.
어느 날 남편이 라디오를 틀어보라고,놀라운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소리지르는 바람에
라디오를 틀었더니 마침 굴드가 연주하는 바흐의 평균율이 흐르고 있었노라고요.
그 이후 그녀는 살아갈 희망이 생겼노라고,그래서 인터넷을 통해 자신이 아는 사람들에게 굴드의 음악을
소개하고 함께 들으면서 삶을 즐기고 있다고 하네요.

사람이 일생을 살아가면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대상을 만나게 되고 그것에 빠져들어서 색다른 경험을
하면서 살게 되는 일이 있지요.저는 그런 것이 바로 축복이 아닐까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오늘 아침 함께 공부하는 자전거님이 여행을 떠난 바람에 혹은 덕분에 ? 오전 수업이 없어서
오페라 노르마를 제대로 시간내서 볼 수 있었습니다.
이제까지는 무대에서 오페라를 본 적은 있어도 집에서 일부러 구해서 보거나 시간내서 빌려서 보는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그런데 월요일 일본어수업에서 만나는 sweetmommy님의 강력한 추천과 더불어
빌려서 본 노르마,그 시간의 경험이 저를 오페라의 세계로 확 잡아끌어버렸습니다.
정말 신기한 일이네요.열린다,혹은 한 세계와 갑작스럽게 만난다는 것은 이런 것이로구나 놀라고 있는 중입니다.
강렬한 시간에서 벗어나려고 글렌 굴드의 소리를 틀어놓은 것인데 이전에 그냥 스쳐 지나가듯 본
두 사람의 이야기가 귀에 쏙 들어온 것은 바로 전 제 자신의 경험이 오버랩된 덕분이겠지요?

수업하러 나갈 시간이 임박했는데도 글을 쓸 수 밖에 없는 마음의 충동이 이는 것,그것이 바로
그 시간이 제게 가한 충격탓일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