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외장 하드를 정리하다가 마당놀이에 한창 빠져 있을 때 찍어 둔 사진들을 발견 했습니다.
상업적이거나 천편일률적이거나 고답적인 정원이 아닌,
오로지 개인의 개성과 오랜 공력이 들어간 마당을 가능한 많이 구경 하여
정리해 두고 싶었는데 그만 옆길로 새고 말았습니다.
인생이라는게 하고 싶은 것만 하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살 수는 없다는 것을 진작에 알았어야 했는데
꿈도 야무졌던 거죠.
사부님과, 그때 사귄 꽃 친구들과는 여전히 안부를 주고 받고 있지만
제게는 지금 내 손으로 가꿀 마당이 없기에 우리들 사이의 대화는 역시나 곧 생기를 잃고 말더군요.
꽃 때문에 웃음이 끊이지 않았던 세월은 어느새 저 멀리 달아나 버린 것입니다.
적어도 10년 후쯤 작지만 따뜻한 저의 정원, 아니 마당을 꼭 갖고 싶은데 그게 잘 되려는지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몇년 전에 좀 심하게 우울증을 앓았었습니다.
그러다가 꽃친구들을 알게 되고 그들 덕분에 수월하게 마당에 종일 붙어 살면서 많이 좋아졌지요.
나중에 어떤 자료를 보니까, 흙에는 우울증을 치료하는 무슨 박테리아가 있다고 하더군요.
... 제 손은 아직도 흙의 그 독특한 생기를 기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