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아 보니 트래킹이였다.
길 위에서,
단풍폭풍이 지나간 자리 그 여운만 만지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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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박자 늦게 일요일 설악을 갔다.
애초에는 백담사~영시암~오세암~마등령 넘어 설악동이였다.
대청봉은 빗기지만 그래도 오롯이 설악을 느낄수 있는 코스다.
늦여 10시 용대리 도착했다.
인제군 북면 용대리다.
캠핑장으로 인기 높은 용대리 앞으로 흐르는 하천은 북천이다.
북면에 있어 북천이다.
한계령서 발원하는 한계천을 맞나 소양강으로 빠진다.
백담사 까진 버스를 타야하는데 시절이 시절인지라 시간 반을 기다렸다.
편도 2천원이다.
상행은 마을서 먹고 하행은 절에서 먹는다.
일행 중 일부는 /등산에 버스가 웬말이냐?/는듯 먼저 갔고 난 기다렸다.
긴 행렬 사이로 난전이 섰다.
표고 버섯도 가을을 먹었는지 태깔이 곱다.
즉석에서 기름장 찍어 먹었다.
향이 참 좋다.
송이도 안부럽다.

좌판 할머니에 여쭈니 말굽버섯이란다.
정말 말굽같이 생겼다.
할아버지가 캐오셨는데 십년은 족이 넘게 자란 거란다.
가격은 10만원 정도.

백담사에 도착하니 12시다.
백담사 최초 이름은 한계사였다.
한계사는 한계령 장수대 인근에 있었다.
지금은 보물로 지정된 삼층석탑 두기와 함께 그 터가 보존되어있다.
한계사지로 불린다.
한계사 또한 신흥사처럼 자장율사가 창건했다.
잦은 화재로 이동을 거듭하다 세조 때 현 위치로 왔다.
늘 화재로 걱정이 태산인 주지 꿈 속에 노승이 나타났다.
/대청봉에서 연못(潭)의 수를 세워보라!/는 것이었다.
이틀날 대청에 올라 내려오며 세어보니 100개였다.
이후 百潭寺가 되었다.
사찰도 도상(圖象)이 있을진데 건물들은 여기저기 뒤죽박죽이다.
경내는 산사의 고즈넉함은 없고 답답하다.
백담사 하면 한용운에 全씨다.
만해(卍海) 한용운 대 일해(日海) 전두환~
연이라면 연일까, 海자 돌림이다.
만해 기념관이 있고 전씨가 2년간 머무른 요사채도 대웅전 앞에서 우쭐하다.
안의 목욕 도구등이 전리품 같다.
둘은 극과 극이다.
그러나 사찰의 영업방식으로 둘은 동일 상품으로 보인다.
전씨의 고향 합천에 일해공원이 조성되었다.
만해의 고향 홍성에 만해공원은 있는지 궁금하다.
백담사는 유명세에 비해 변변한 문화재 하나 없다.
그래도 사찰 앞의 넓은 분지와 가로지르는 계곡 하나는 국보급이다.
깊은 산속에 저런 분지가 펼쳐진다는게 신기하다.
사람들은 혼란스런 경내를 벗어나 앞 계곡에서 돌을 얹치며 저마다 소원을 쌓는다.
단풍 폭풍우는 이미 설악을 치고 지나갔다.
그러나 잔해만으로도 충분하다.
아,뭐랄까?
고즈넉에 정겨운 저
La Strada!
전나무 하면 내소사에 월정사다.
전나무 노란 단풍이 저리 고운줄 미처 몰랐다.
누군 노란 산수유 꽃을 /나무가 꾸는 꿈/이라던데 저들도 노란 꿈을 꾸고있을까?
전나무 숲을 지나면 금강송 숲이 나오고 다시 전나무가 나오고,,,,
이리 경쟁하지만 가끔씩 둘은 길 좌우에서 이웃이다.


그래서,,,,
백담사~영시암 구간은 이땅 최고 트래킹 코스다.
길게는 용대리 부터,,,
계곡 쪽으로 낮게 기댄 산허리 길은 푸른 계곡수와 조화롭다.
내 자주 가는 관악산은 어찌 보면 죽은 산이다.
4면이 도시로 포위되어있다.
새소리 듣기도 힘들다.
새들은 먹이찾아 주택가에 산다.
설악은 다르다.
길 사방서 울리는 현,금관,목관의 지저귐이 관현악이다.




지금,
내가 벗하고 있는 계곡은 수렴동계곡(水簾洞溪谷)이다.
水簾,,,물이 맑다는 뜻이다.
외설악에 천불동계곡이요 내설악에 수렴동계곡이다.
사진에선 그저 그렇게 보이지만 영시암을 지나면 찬탄이다.
영시암(永矢庵)이 보인다.
영원한 화살이라니!
삼연 김창흡은 장희빈 사건으로 아버지 김수항이 죽음을 당했다.
울분에 세상을 끊고 전국 산수를 유람후 이곳에 암자를 짓고 은둔했다.
그리고 세상과 완전히 인연을 끊겠다는 다짐으로 '영시암' 이라 이름지었다.
영시암은 중간 이정표 같은 곳이다.
이곳서 봉정암,오세암 가는 길로 나뉜다.
난 봉정암을 버리고 오세암으로 향한다.
여기서 부턴 가파른 경사길이다.
생강나무다.
생강나무가 단풍 막차를 탔다.
김유정의 '봄봄'에 나오는 그 동백이다.
선운사의 그 동백이 아니다.
강원도서 생강나무를 동백나무로 부른다.
껍질을 벗기면 생강 냄새가 나고 실제로 생강 대용으로 쓰였다.

박석길에 푸른 산죽,노란 생강,붉은 단풍나무가 어우러져 멋스럽다.
며칠 전 예당 뉴욕 필 가는 길 '20세기 거장전'을 보았다.
/모든 것은 그밖의 모든 것과 공유된다.세상엔 단절은 없다/
도록에 실린 피카소 말이 떠오른다.



사찰 일주문은 기둥이 하나라는 뜻의 一柱門이다.
둘이라고?
옆에서 보면 하나로 보인다.
일주문은 보통 곧고 우람한 전나무로 만든다.
고목의 전나무는 특이하게도 정상 끝 부근의 가지들은 우산 살처럼 직각으로 뻗는다.
그래서 일게다.
오래된 아래 가지들은 중력을 못이기고 부러지고 없다.
사람 발도 나이 들며 중력을 많이 받아 커진다 하지않는가.


오세암의 로케이션이 환상이다.
하기사 어느 산사인들 멋지지 않겠는가.
뒤로 白岳들이 병풍처럼 휘감고 있다.
앞으로는 귀때기 청봉을 바라보면서.
수렴동계곡의 곰 골에 살던 곰이 잘못을 저질렀다.
그 곰은 불려가 뺨을 맞았는데 이후로 귀떼기청봉(1,578m)으로 불린다.
五歲庵~
/다섯살 고아 길손이는 길에서 스님 따라 왔다.
스님이 월동 준비로 마을에 내려갔다.
폭설로 스님은 돌아오지 못하고 봄에야 왔다.
그동안 길손이는 부처님만 외다 굶어죽었으나 성불했다/ 는...그 오세암이다.
중요한 건 따로 있다.
한용운,김시습이 출가한 곳이다.
만해는 18세에 동학에 참가한 후 오세암서 출가했다.
27세에 원산을 거처 만주,시베리아를 유랑했다.
그리고 백담사로 돌아와 '님의침묵' '불교유신론'을 썼다.
조선시대 '천재 중 천재' 아웃사이더 매월당 김시습도 그랬다.
/배우면 곧 익힌다/해서 '時習'이다.
5세 신동으로 어전서 세종과 대면도 했다.
이율곡은 '김시습전'에서 /한 번 기억하면 일생 동안 잊지 않았기에 책을 가지고 다니는 일이 없었다/고 적었다.
세조가 조카 단종을 폐위하던 해 세상을 등지고 이곳 오세암에서 머리를 깍았다.
그도 금강산,만주를 유랑한 후 경주 금오산(남산)에서 최초의 한문소설 '금오신화'를 썼다.
부여 무량사에 그의 부도가 있다.
김시습에 죽음도 시니컬한 지식인 모습이였다.
그는 죽음 직전 자화상을 바라보았다.
/네 모습 지극히 약하며,네 말은 분별이 없으니 마땅히 구렁 속에 너를 버릴지어다/
독자로서 매월당을 퍽이나 흠모한 이가 있었다.
'관촌 수필'의 이문구다.
그는 소설 '매월당 김시습'을 썼다.
이문구는 소설을 쓰기 직전 김시습의 채취가 깃든 이곳 오세암을 한겨울에 찿았다.
당시를 회상하며'오리무중'이라는 수필도 남겼다.
그러고 보니,오세암과 연을 맺은 3인은 모태가 같다.
한용운은 홍성,이문군는 바로 옆 보령,김시습은 그 옆 부여다.





마등령 턱 밑에서 문제가 생겼다.
일행 중 상당수가 아마추어인데다 백담사 버스로 시간 지체가 많아서이다.
다수는 회군파였고, 나는 진군파였다.
쪽수에 밀린지라 발길을 돌려야했다.
넘 아쉬워 마등령 정상 까지만이라도...하는 심사로 배낭을 회군파에 맞기고 맨몸으로 뛰였다.
20여분 뛰었지만,아직도 마등령 까진 깍아지른 5백미터다.
눈물 머금고 회군했다.
이문구는 그때 눈보라로 회군했다.
왜 마등령에 그리 집착이냐고?
정상에 서면 무망대해 설악이 내 손아귀다.


되돌아 오는 길,산죽에 단풍비가 내렸다.
오세암 다섯살 길손이 성불해 하늘로 오를 때는 꽃비가 내렸다.

조형적으로나,
사진 구도로나 넘 아름다워 찍고 또 찍었다.


생강나무

숲에 황혼이 깃들고 있다.
빛은 피사체를 돋보이게도,서정성이기도한다.
역광으로 흐릿한게 숲에 만추의 서정성을 더한다.

회군하는 길,영시암 뒷 모습이다.
관악산 연주암에서 아침,낮으로 비빔밥을 공양하듯 길손에 국수를 말아준다.
황장목이다.
황색을 띠여서이다.
공식 명칭은 금강송이다.
전지현 같이 쭉쭉빵빵이라 미인송,용같은 자태라 적룡으로 불리기도한다.
적송은 일본말이다.
춘향목은 봉화군 춘양에서 많이 나기에.
이땅 최고 금강송 산지 울진하고 봉화는 지척이다.
남설악 양양과 봉화에선 송이축제가 열린다.
다 그럴만한 연유가 있다.



길 위에서 뒷 모습이 걸승처럼 무방비로 처연하다.
길 한쪽엔 전나무,반대편엔 금강송이다.
아,사라지는 저 길...
백담사에 불이 켜지고 하늘엔 반달이.
비발디 기타 협주곡
D장조
2악장 Largo
Dagoberto Linhares , guitar
Johannes Wildner, cond
Cassovia Camerat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