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엊그제
인왕산엘 올랐다가 내려오는 길에
지난 여름에 미대생들이 모여 마을 구석구석을
그림으로 장식한 내용이 신문지상에 올라
유명해진 홍제동 개미마을을 다녀 왔습니다.

인왕산 자락으로 이사를 온 지 만 6년
이삿짐을 정리하고 올랐던 뒷산...
가파른 언덕을 올라서니 그 너머로
60년대에나 볼 수 있는 허름한 판자촌집이
눈앞에 펼쳐져 너무도 놀랐던 동네...
나중에 알고보니 개미마을로 불려지는
서울에 몇 안 남은 달동네이더군요^^

몇 차례 사징기를 들고 들어서고 싶었지만
그곳에 사시는 분들께 예의가 아닌 듯 싶어
늘 뒷산 인왕산을 오르 내리면서 눈도장만 찍었더랬죠~

그러다가 한동안 산을 가지 못하였는 데
지난 초봄에 산을 올랐더만 빈집들로 더욱
동네가 초라해져 있고...사진출사팀들이 몰려 다니며
사진을 찍기에 좀 더 자세히 알아보니 철거를 한다는군요^^

그래서 저도 여기 저기 기웃거리며
사진 몇장을 찍었었습니다.
그리곤 한동안 다른 코스로 산을 오르는 바람에
잊고 있었는 데...

신문지상에 미대생들이 기획하여
산 위쪽으로는 철거가 되고 그 아랫쪽 동네에는
주민들 동의를 얻어 그림을 그려 예쁜 달동네를
만들었다는 소식과 함께 간간히 블러그에 사진이
올라 오기에....한번 시간을 내서 들러 보아야지 하다가
엊그제서야 가 보았습니다.

인왕산 하산 길쪽으로의 집들은 모두 철거가 되고 그
곳은 구청에서 자연공원 조성 공사중이었고
산 아래쪽으로 있는 동네에는 그야말로
다양한 그림들을 집벽이나 담벼락에 화려하게 그려 놓았네요~

동네를 들어서기가 무섭게 눈에 띄는
사징기 들고 열심히 사진찍는 진사들~
암튼 요즘은 사진취미인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하긴....저까지도 동참을 했으니...뭐...ㅠㅠ

저도 배낭에서 사징기 꺼내 한장씩 찍어 보는 데
좀....조심스러웠습니다.
사진하는 사람들이야 촬영소재로는 더 할 나위없지만
어찌보면 동네 주민들의 사생활 침해일 수도 있고
세상에 보이고 싶지 않을 수도 있을텐데~

조심스레 도둑고양이 모냥 한장 한장 담아 내려오고 있쟈니.....
내 과거의 삶이 녹아 있는 듯한 동네 풍광에
가슴이 아파 옵니다.

그 때야 모두가 비슷비슷한 처지에 그 열악한 환경들이
그러려니 했겠지만....
동네 초입에 들어선 고층 아파트들과 비교해 볼 때
아직도 서울 도심의 한편에서 60년대 생활을 하고 있으니....

길가에 놓여진 다 탄 연탄재며
새는 지붕을 덮으려 여기 저기 거적을 놓고
돌을 눌러 놓은 모습들....

마침 새마을 버스가 올라와 서더니
남학생이 무거운 가방을 들고 내려서서
골목길 가파른 층계를 올라 가는 데
저 어린 가슴에 상처는 없을 지 안쓰럽기도 하고~~^^;;

30년 전 결혼초에
전세방 한칸 얻어 신혼살림 3개월 만에
시동생이 대학 합격하여 등록금 해 주느라고 전세금빼고....
월세방의 이런 곳에서 한동안 머문 적도 있는
내 과거의 삶도 스쳐 지나 가는 것이....

내 과거 삶의 애환과도 같은..그런 시간들을
홍제동 개미마을에서 이렇게 함께 하였습니다.

이제는.....우리 모두 모두 함께 행복했으면 정말 정말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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